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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부산바다 함지골을 아시나요 | |||||||||||
해운대는 이름값에다 넓은 백사장이 매력이다. 하지만 한시간쯤 백사장을 걷고나면 지루해진다. 바다를 바라보고 선 호텔 콘도가 이국적 정취를 풍기지만 파도를 따라 몇 번 왔다갔다 하면 바다를 보는 재미도 금새 시들해지고 만다. 광안리는 아이들 데리고 가기에는 보여줄 거리가 별로다. 밤정취가 너무 선정(煽情)적이다. 태종대는 가까이 하기에는 바다가 너무 멀다. 마치 동해바다에 온 듯 검푸른 남태평양의 수평선이 막힌 가슴을 탁 열어젖히지만 뒤엉켜 함께 놀기에는 너무 고고하다. 게다가 이 세 곳은 너무 유명해 사람에 치이고 차에 시달리는 결정적 결함을 안고 있다. 바다가 가까이 있으면서도 사람이 많지 않고 바위에 걸터앉아 회 한접시에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곳. 아이들과 함께 파도를 좇다 때로는 바짓단을 걷고 말미잘을 희롱할 수 있는 곳. 그것도 시들해지면 연인과 나란히 해변가 꽃길을 걸으며 소곤소곤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그런 낭만이 넘치는 곳. 명물 영도다리를 지나면 오른쪽에 화사한 봄바다… 벚꽃 길·노천회집 노닐다 어느새 황홀한 석양이… 부산역에서 출발하자. 택시를 타고 ‘함지골’로 향한다. 버스를 타려면 영도경찰서 지나 갈아타야 한다. 부산의 어느 정치인이 선거서 지면 모두 빠져 죽자고 외쳤던, ‘난간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섰다’는 ‘굳세어라 금순아’에 나오는 그 유명한 영도다리를 지나고 10여 분간 영도 시내를 통과하면 오른쪽으로 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수천 톤급에 이르는 상선(商船), 화물선들 사이로 작은 고깃배가 오가고 왼쪽 봉래산에는 백운암 등 작은 사찰이 줄지어 서있다. 함지골 초입에 들어섰다. 함지박을 엎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격장 앞에서 내린다. 사격장 뒤편에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는 4층 건물이 내원정사서 운영하는 함지골 청소년 수련원이다. 청소년 수련원서 바라보는 바다도 일품. 단체 50명 이상이면 일반인도 숙박시설을 이용할수있다. (051)405-5223. 수련원을 나와 50미터 가량 해변길을 걷다보면 왼편에 서양식 대형 식당이 나온다. 부산에서는 이름이 꽤 알려진 ‘목장원’이다. 1960년대 진주에서 젖소 10마리를 끌고와서 이곳에 방목했다. 지금은 목장은 없고 고깃집과 피자 찻집으로 변했다. 80년대 초반 부산 사람들 조차 함지골을 모를 때 집주인은 택시기사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부산서 갈곳 몰라 헤매는 관광객을 모시고 오면 1000원씩 주겠노라고. 그같은 사업수완과 한번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이 합쳐 명소가 되었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함지골은 ‘시골’이었다. 아파트 촌이 들어선 곳은 깊은 산이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조개패총’이 발견되었다고 고등학교 국사책에 기록되어있는 ‘동삼중리’는 소로 논을 갈던 ‘빈촌’(貧村) 이었다. 90년대 들어 수려한 산을 깎아 아파트 촌이 들어서고 관광객들로 주말이면 해안도로가 몸살을 앓지만 그래도 손이 덜 탄 곳이다. 목장원에서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해안도로를 따라 20여 분 걷다보면 파도에 씻겨가는 자갈 소리가 요란한 바닷가에 다다른다. 간혹 아이들 데리고 나온 부모나, 공부하다 머리 식히러 나옴직한 교복차림의 학생 한두 명이 보일 뿐 한산하기 그지 없다. 바닷가 왼쪽은 회집 코너. 하지만 예사 회집과 다르다. 바위 위에 간이 의자 몇 개 갖다놓고 해삼 멍게 낙지 홍합이 담긴 고무통이 전부다. 파도는 발밑에서 출렁이고 햇살은 볼을 그대로 적시고 바람은 옷속을 파고드는 노천(露天) 회집이다. 이 회집의 주인들은 모두 제주도에서 건너온 해녀(海女)들.
과음(過飮)은 금물. 파도소리 갈매기 소리에다 바닷바람을 안고 한두 잔씩 기울이다 보면 붉게 물든 볼이 저녁놀 탓인지 술기운 탓인지 그도저도 아니면 주선(酒仙) 이백이 몸에 들어왔는지 분간조차 안된다. 그 지경에 이르면 더 이상 여행은 끝. 견디기 힘들지만 꾹 참아야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면 회집은 눈길만 주고 자갈밭 오른쪽 큰 바위사이로 넘어가면 최고의 엄마 아빠 소리듣는 것은 ‘따놓은 당상’. 아슬아슬 바위사이로 넘어가다 말미잘을 찾아 자갈을 뒤지다 보면 시간이 금새 흘러간다. 자연공부가 따로 없다. 점심 무렵 왔다면 어느새 저녁놀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배위에는 불이 한등 두등 켜질 때다. 벚꽃이 흐드러진 목장원은 퇴근후 들른 가족들로 붐빌 시간이다. 함지골로 떠나기전 명심해야 할 점 한가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이 떠있는 배들과 저녁노을, 찬바람 안고 소주잔 기울이던 회집 풍경은 사무치는 그리움이 돼 괴롭힐 것이다. 그 못말릴 ‘향수병’을 견뎌낼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해운대 여행을 권한다. 부산=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사찰도 보고 싶다면… 바다를 보며 부처님께 삼배
규모는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바다를 보며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는 경험도 괜찮다. |
첫댓글 가보고 싶어라~~~~~~희망님~ 게시물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