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와 한참을 소파에 멍청하게 앉았다가,
참외 두 개 깍아먹고 짙은 토마토 페이스트를 풀어 끓인 라면 한 그릇을 먹었다.
진한 토마토 국물 맛이 좋았다. 그랬더니 코에서 나던 단내도 없어지고 몸이 조금씩 슬슬 움직여진다.
아침에 화정에 노인들 만나러 나가 그 분들과 얘기 중에 말이 자꾸 목으로 말려 들어가는 느낌 때문에 얘기가 되질 않았다.
어떤 분이 얼굴이 왜 그래요? 라고 물었다. 그리고 어디든지 드러눕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럴까, 그리고 몸 아픈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질없는 것이지만 그 이유를 더듬었다.
뚜렷하게 잡혀지는 건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집으로 와 평소 잘 먹지도 않는 참외 두 개와 라면 한 그릇을 먹었던 것이다.
축 늘어지고 풀어진 몸이 움직여진다는 건 신체가 살아나는 것일 것이라는,
뭔가 희망적인 생각이 들면서 몸이 아파지면서 든 이런 저런 어두운 상념들도 거둬지는 것 같았다.
몸이 축 쳐지고 아팠던 건 결국 배가 고팠던 것으로 스스로 결론을 짓고 있다.
그러고보니 어제 하루를 통털어 먹었던 건 인스턴트 냉면 한 그릇 뿐이었다. 그리고는 아침도 먹질않고 나갔던 것이다.
입맛, 밥맛 따지지 말고 우쨌든 끼니는 잘 챙겨 먹어야겠다.
그건 그렇고 몸 아픈 거하고 배 고픈 거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 나이가 들면 그리 되는 것인가.
그렇다고 오늘 내가 겪었던 그 혼란스런 몸 상태가 단순히 배고픔 그것 때문 만으로 속단하기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또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
첫댓글 몸이 생리/물리적으로 늙었다는겨...
기본이 충족 되지 않으면 바로 표 나는 것
젊을때는 체력/생리적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죽음이 창호지 한장 밖에 있다는 것이여...
기본에 충실하고 무리하지 않는 것...
그 것이 현실을 연명 하는 것 같으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