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구한말부터 이어져 온 대하소설속의 섬진강 이야기]
줄거리(사이버 문학광장 제공)
섬진강은 저자가 안터골 김씨 가문과 김씨 가문에서 종살이를 했던 둔내골 이씨 가문, 그리고 한양의 민씨 가문이 5대에 걸쳐 얽히고설킨 인연을 맺어 오는 속에 나타난 효도, 가족, 인연, 갈등, 인과응보, 화합이 어떤 의미로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쓴 대하소설이다. 구한말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가족, 인간관계의 일상적인 모습을 사실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어 소설화한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의도에 맞게 작가의 사상이나, 진보적 평등주의 등을 개입시키지 않고, 단지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활모습과 미풍양속, 가족과 인간관계의 변화하는 과정묘사를 통해 오늘의 현실을 반추해보는 거울내지는 메시지역할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무분별한 서구문화, 사상의 유입으로 윤리 도덕에 입각한 전통적인 미풍양속이 실종되고 가치관이 혼란스러워져가는 요즈음, 지켜나가야 할 아름다운 전통을 한 번 되돌아보고, 점점 망각해가는 참다운 인간성과 가족애 등,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 가는데 이 소설이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둔터골 김진사 영준은 남원부에 있는 부사를 찾아갔다가 팔절사를 철폐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찔했다. 그에게 조상을 모신 팔절사를 훼손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할 불효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일이 자신의 대에 와서 생긴다는 것이 자신이 부덕한 소치라고 생각되어 조상을 뵐 면목이 없다. 게다가 자신은 지금 대를 이을 자식조차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라 더욱 그러하다. 고민만 하다 망설이는 와중에 팔절사가 철폐되고, 상복을 입고 아버님의 묘를 지키는 동안 그는 희한한 꿈을 꾼다. 여의주를 문 청룡이 자신의 입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는 꿈도 꿈이지만 꿈을 꾼 후에 참을 수 없는 아랫배의 팽만감을 느끼고는 뭔가 꿈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직감에 집으로 달려온다. 그러나 자신의 부인 윤씨는 보이지 않고, 자신의 충직한 하인 재간이의 딸로 소경인 달래가 보이자 체면 불구하고 달래를 갖는다.
일을 치른 후 달래와 세 아이를 유산하고 몸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부인, 그리고 누구보다 과년한 딸자식을 시집보낼 마음에 행복해 하던 하인 재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이들의 양해를 얻은 후, 아이를 갖기 위해 달래와 2번 더 잠자리를 같이 한다. 이러는 동안 김진사의 마음에 이상한 감정이 싹튼다. 달래를 단지 씨받이로서가 아니라 한 여자로서 사랑하는 듯한 마음이 생긴 것이었다. 그러나 달래는 심경이 복잡하다. 김진사 어른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과 자신의 아이가 김씨 가문의 대를 이을 수 있다는 것은 기뻤지만, 그동안 자신을 끔찍이 아껴 주었던 관노인 신족에게 색시가 되어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그에게 상처를 주게 된 것 같아 마음이 편치가 않다.
산달이 가까워지자 달래와 윤씨 부인은 다른 장소로 옮긴다.
태어날 아이를 서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정실부인인 윤씨가 아이를 낳는 것처럼 꾸몄기 때문이다. 태어난 아이는 사내 아이였다. 이름은 김 진성. 태어난 아이는 젖을 떼기도 전에 달래에게서 떨어져 윤씨부인이 키우게 되고, 김 진사는 재간이네 식구를 노비에서 풀어주고 논, 밭 20마지기와 오백 냥 그리고 둔터골에 집을 마련해준다. 재간이는 충직한 하인의 도리를 한다고 생각할 뿐 어린 딸을 취한 김진사에겐 아무런 원망도 없을뿐더러 이렇게 면천시켜주고 살 방도를 마련해주는 데 그저 고맙기만 하다. 재간이네 아버지를 김 진사의 아버지가 목숨을 구해줘서 지금의 자신과 자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은혜에 보답했을 뿐이라 생각한다. 전 6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3개 가문이 5대에 걸쳐 얽힌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사건과 더불어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인물들의 구성이 상당히 복잡하다.
재간이는 오수 둔내골에 정착한 후 김진사가 마련해준 전답을 잘 지어 중농이 되었으나 탐관오리의 학정에 항거하다 옥사하고, 짐진사가 면천하면서 새 이름을 내려준 재간이의 세 아들중 첫째 말두(이형호)는 집안의 종손으로 열심히 농사지어 부농을 이루고, 차남 돌쇠(이정호)는 서당에서 공부하면서 세상에 눈을 뜬 뒤, 무리를 모아 계를 조직하고 무예를 연마하여 동학혁명에 대장으로 참전하여 연전연승하였으나 공주전투에서 전사하고, 삼남 괭이(이윤호)는 친일파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영화를 누린다. 달래는 풍악산 산적 출신인 흑부리와 결혼하나 실성하여 불행한 인생을 살다 죽고 남편도 처자식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 들었다가 불에 타 죽는다.
김진사네는 달래와의 사이에서 낳은 진성이는 과거 급제 후 궁내부 대신을 지내다가 한일 합방 후 낙향하여 비밀리에 독립군을 지원하며 여생을 보내고, 둘째 아들 화성은 일본육사 졸업 후 구한말 대대장을 지내다 한일합방에 따른 군대해산을 거부하고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한다. 진성의 장남인 대현은 일본 유학 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해방후 임정요인으로 귀국하여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나 급사하고, 차남인 대준은 일본 유학 후 귀국, 남로당 활동을 한다. 장남 진성의 처 민씨 부인(수진)은, 달래와 혼인을 하려다 못한 관노비 신족(민영귀)의 딸이다. 신족은 달래를 잃은 후 산적이 되어 지내다가 본가로 들어가 무과에 급제한 후 동학군 진압작전에 출전하여 스승인 장군이 이끄는 동학군을 격파하고 황휘시해 사건 때 부상을 입고 사망한다. 이처럼 3개 가문의 2대들은 동일한 역사적 현장에서 서로 다른 적대 관계 속에서 얽혀들고 있다.
후대로 내려오면 더욱 복잡한 관계속에 인연을 만들어 간다.
진성의 차남인 화성의 아들인 대문은 광주 학생의거에 참가한 후 고교교장으로 지내고, 진성의 장남인 대현의 아들인 민철은 6.25전쟁에서 부상을 당하고 상이용사가 되고, 진성의 차남인 대준의 차남인 진철은 주먹세계에서 활동 후 경찰에 투신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고 도경국장을 거쳐 정치인, 기업가로 변신하는 권위지향적인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민철의 차남 윤섭은 학생운동을 주도하는 등 반정부 투쟁을 벌이다 농사꾼으로 변신하여 농민운동을 전개하고 민철의 삼남 광섭은 장교 전역 후 사업에 투신하여 가문의 상징인 팔절사 복원을 주도한다. 재간이의 손자가 되는 형호의 아들 강선은 친일파인 숙부 윤호의 후광으로 군청과장까지 지냈으나 본처에게서 자식을 얻지 못하고 며느리와 불륜으로 아들이자 손자인 현수를 낳게 된다. 정호의 아들 용선은 민중 운동가이자 우국지사인 부친 정호와 달리 일본 유학 후 총독부에 근무하면서 출세에 집착하는 현실주의자가 되간다. 신족(민영귀)의 차남인 호진은 요정을 경영하고, 호진의 외아들인 정식은 자유분방한 생활로 파산지경까지 이르나 요정 운영으로 재기한다. 강선의 손자이자 귀남의 아들이나 실제로 강선의 아들로 태어난 현수는 의대에 재학 중, 김진사네 민철의 장남인 명섭과 방은영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에 빠진다. 방은영은 명섭의 쌍둥이 아들을 낳아 홀로 키우다 명섭의 처 단비가 이 사실을 알고 충격 받아 정신병자가 돠어 요양원에서 요양중 죽자 명섭과 결합한다. 반전과 갈등 복선 등 극적 요소에 치중하기보다는 드라마틱한 속도감 위주로 잔잔한 흥미를 유발시키며 일상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 섬진강은 지나온 역사와 함께 세 가문이 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인연을 거듭하면서 다른 입장과 관계 속에서 살아온 삶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한국문예위원회, 한국문예위원회)
2024-03-15 자성자 청해명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