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 지났나 보다.
화요일 차를 갖고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코스트코와 하나로마트양재점을 들렀다.
요즘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마트에 갈 일이 없었는데,
마침 차를 갖고 나왔길래 밤에 집으로 귀가하다가 대형할인마트 두곳을 들렀다.
코스트코에서는 김치와 고기류를 샀고, 하나로마트에서는 화장실용 휴지와 각종 생필품을 샀다.
그 중에서 물먹는하마와 옷갈피에 끼워 넣는 좀약(서랍장용 하마로이드)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 섰던 어느 여자분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 아마 이 양반이 필경 남자가 서랍장용 좀약(방충제)을
사는 것을 보며, 어떤 상상을 하리라 하는 짐작을 했던 것이다.
하기사 혼자 사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하지만, 나처럼 좀약을 고르며 사는 사람이 흔치는 않을 것 같다.
어제는 저녁에 다른 일거리는 제처두고, 속옷 중에서 변색이 되려는 셔츠를 표백제를 사용해 하얗게 표백을 해서
건조대에 널었는데, 그 숫자가 6개나 되었다. 내친 김에 겨울 점퍼나, 바지를 세탁기에 돌려 빨고, 또 며칠 전에
빨아서 건조해 두었던 겨울용 이불 커버를 다시 속이불에 씌워 보관했다.
또 어떤 날은 쌈순이라는 속옷이나 수건을 삶는 그릇을 꺼내 수건이나 속옷을 삶기도하니,
(드럼세탁기에 삶는 기능이 있기는 한데, 한 번도 사용하지는 않았다. 순전히 믿음이 가지 못해서이다.)
내 정도가 좀 심한 것 같다고 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살림하는 여자들 중에는 이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이르면,
내가 유독 별난 것은 아니다.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지어 생각하려는 전통적 사고가 여전히 팽배해 있으니
나같은 사람이 별난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건조대에 걸려있는 어제 표백한 하얀 속옷들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지더라는 얘기다.
오늘은 오후에 나갔다 밤에나 집에 돌아오게 될 테지만, 돌아오는 길에 잠시 산책겸해서 걸을려고해도
요즘은 벗꽃구경 나온 사람들이 발에 걸릴 정도로 갑자기 몰려드니, 당분간은 산책을 피하고,
가까운 대모산 산행이나 할련다. 나는 산책을 해도 벗꽃을 보려고 하는게 아닌데, 사람들은 무슨 심리로 저런 벗꽃을 보러
심지어 원정 도보체험을 하려는 걸까. 솔직히 말해 나는 일률적으로 같은 종류의 벗꽃을 즐비하게 심어 놓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벗꽃나무를 반드시 심어야 겠다면 여러종류의 벗꽃나무를 심든지, 아니면 다양한 나무들로 숲을 만든다면
훨씬 특색있고 다양한 가치를 지닌 숲이 되련만, 그런 생각들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하여튼 어린 학생들이나, 남녀의 성인들이나 볼거리라는 소문에 몰려나오는 동물적집단성에 변화가 올려면, 그건 좀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고, 그저 살고 싶은대로 살면 된다.
어차피 동물인간은 근원적 본성으로 볼 때, "길들이기taming"의 종으로 분류될 수 있으니,
이왕 "길들여져" 살아가겠다면, '하고싶은 대로 하세요'라는 말 외에 무슨 첨언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그렇더라도 자신의 발 밑은 보고 살아 가시라는 말이다. 아니,
그런 말 조차도 필요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