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 여름자연학교 백일장 수상작
<장원>
처음
도경희
첫애기는 이른둥이 칠삭둥이다
세돌이 지나도 걷지 않았다
큰 소쩍새 사무치는 울음 속으로
아이 이름 가슴에 달고 떠나신 어머니
꿈으로 오셨다
향 맑은 빛을 담은 먹감나무 아래
고요히 웃고 계셨다
그날 아이가 처음으로 걸었다
까치발로 걸었다
대문을 나서 골목을 돌아 큰길까지
동네 사람 모두를 끌고 갔다
빨강 노랑 하양 꽃밭 가득 피어 고운
채송화도 함께 가고 싶었을까
나비가 되어 날고 있었다
<차상>
처음(너무 소중해서)
이재부
뚝 잘라 말하자
네 나이 몇살이냐?
땅이 있어야 하늘이다
결혼해라
핑계가 산이고
변명이 강이더니
처음 데려온 신부감
반색의 꽃이다
결혼 후 1,2년은 노래였고
6년 넘어선 침묵이더니
8년을 넘어선 신을 불렀다
기다림은 시작부터인데
어느날 하늘에 점하나 찍고
대지에 씨를 뿌렸단다
처음 큰 소리 전화다
전송된 사진을 열어볼 수 없다
처음 받는 효도
너무 소중해서
<차하>
첫 인사
우기수
돌 도르륵
돌틈 비집고
흐르는 玉音
찌르 찌르륵
풀향기 헤치고
풀벌레 속삭임
오물 오물
볼 가득 저녁 즐기는
산 다람쥐
도봉이
낯선 길손 맞는
처음 인사
징검다리 (처음)
박은우
요양병원, 마지막 징검다리
한적한 산 밑에 웅크린 고려장
처음으로 돌아가려는 어머니는
초저녁 꿈의 힘으로 밤새 비디오를 돌리지만
아무리 골똘해도 알 수 없는 흔적들
고랑을 타고 번지는 우물미소에 별빛이 고인다
“야야 나 쉬 할란다”
드러난 처음이 편지 같은 나를 바라본다
그윽한 깊이로 처음을 숨겨두었던 비밀 정원
돌돌돌, 낙엽 구르는 소리가 들리고
체념 몇 방울이 초경처럼 이불을 적신다
밤새 걸어도 도로 처음인 어머니
막다른 골목에 넝쿨장미가 보인다
누군가 장미 속으로 사라지는 꿈
그쯤에서 멈춰버린 가시 꿈
평생 짚어온 징검다리 몇 개가 또 없어진다
날이 밝자 편지는 이내 반송되고
요양병원이 조금씩 침몰하고 있다.
* 좋은 작품으로 행사를 빛내 주신 당선자들께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감사 인사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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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자연학교 백일장 수상작
황정산
추천 0
조회 304
12.08.31 10:38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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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렇게 찬찬히 읽으니 더욱 좋으네요..'처음'은 참 쉽지 않은 주제인데요.. 네 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사이비집단 새벽 회동 감시하랴.. 심사하랴 애쓰신 주간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바쁜 와중에서도 보석 같은 글들을 쏟아내시는 군요. 멋집니다. 축하드려요^^*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언제 글 쓸 시간들을 내셨을까
천을 잘라
천 속에 실을 꿰어
참 아름다운 옷을 지어내신
도경희 시인님, 이재부 시인님, 우기수 시인님, 박은우 시인님
참 감동입니다.
큰 일 준비하고 진행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덕분에 멋진 행사가 되었군요. 감사합니다.
백일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한정된 시간 속에 이런 우수작을 내다니..놀랐습니다. 아무래도 분위기상 놀기 바쁘던데(저 같으면,.ㅎㅎ) 상상력과 시를 끌어내는 집중력과 탄탄한 구성 등에 놀래며,.아주 찬찬히 잘 감상했습니다. 축하 박수 보냅니다. ^&^
역시나 김금용 선생님 이십니다 더운 여름 잘 나시었는지요? ..언제나 애틋한 사랑으로 우리시를 지켜보고 계시지요?..
번갯불에 콩볶아 먹은 느낌이었습니다.
짧은 일정을 꽉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진행해주신 집행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행사, 참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네 맞습니다 참신했고 알찼고 넉넉했습니다 편안했구요 ..
매년 백일장 장원작에 대해서 기대가 크고 큰 만큼에 버금가도록 감동을 주었습니다 슬픈듯 그러나 가벼이, 죽음을 통해 승화 되는 .. 심오하나 상큼한 내용들이 눈시울을 적십니다 제작년엔 황연진 시인의 "물"이 작년엔 김봉구 시인의 "소나무"가 이번엔 도경희 시인의 "처음"이 정말 정말 좋습니다 차상, 차하 받으신 이재부 선생님, 우기수 선생님, 박은우 시인님께도 축하 인사 드립니다 박은우 시인님께서는 끝까지 밖에서 노시는듯 하셨는데 언제 쓰셨을까요..^^
강의 시간에 딴짓 좀 했지요. ㅎㅎㅎ
축하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술이 잔뜩취해 숙소에 들어와서 방을 같이쓰시는 임보 선생님을 기다리며 배를 쭉 깔고 엎드려 무엇을 써 냈는지 기억이 흐미했는데.... 상까지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인들의 도봉산 축제! 고운 추억을 생각하며 임원님들의 노고에 다시한 번 감사드립니다.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었던 것도 많은 시간에 시를 빼놓지 않고 시를 쓰신 모든 분들께 인사드립니다.
거기에 수상자로 선정되신 분들은 더욱 멋집니다. 축하합니다.
'처음'이라는 시제! 참 어렵고도 어려운~~~ 작품 하나 하나가 '절창'이로군요... 축하드립니다. 산골에서, 나무와 드림~~~!
백일정 수상하신 분들께 축하 박수 드립니다. 제한 시간내에 정해진 시제를 가지고 시를 쓴다는건 쉽지 않은데 모두들 좋은시를 써내셨네요. 장원이신 도경희 선생님 멀리서 오셔서 큰 상 안고 가셔서 제 마음도 기쁨니다. 제가 꽃다발 안겨드렸어야 했는데...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다시 와 읽으며 수상하신 분들께 거듭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