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이 사람을 모르는 마흔 넘은 사람은 한국에 없지 않을까. 70~80년대 슬랩스틱 코미디의 왕 배삼룡.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의 미련한 짓, 너스레, 마구 넘어지는 불안한 걸음, 독특한 목소리 등을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춥고 배고프던 시절, 그를 보고 웃고 그의 바보짓을 보고 위안받고, 그의 막춤을 보고 자빠지던 추억이 아슴거린다.
서울 서대문 4거리에 있는 서대문아트홀(02-3147-0078, 구 화양극장)에서 신장개관 기념으로 '그때 그 시절 쇼와 코미디-배삼룡 편'을 공연했다. 자리를 꽉 메운 올드팬들인 실버세대 관객들이 웃다가 웃다가 울기도 한다. 만 55세 이상 실버세대에겐 입장료 3천원. 일반은 2~3만원. 노인들의 문화복지를 위해 그렇다. 노인도 웃어야 하고 노인도 정서를 충족시키는 문화를 향유해야 한다.
고 배삼룡 선생의 수양아들인 코미디언 이정표가 배삼룡의 작품을 그대로 재연한다. 그는 배삼룡이 물려준 도구와 옷을 쓰고 있다.
내용은 거지 아버지와 거지 딸이 동냥을 다니면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
중간에 코미디언 김의환도 나와서 한 곡. 가수 못지 않다. 이 날 쇼에 출연한 가수는 현당, 프레스 리, 오은정, 노현우, 서지인 등이다. 연극배우 선영대, 코미디언 임원선, 코미디언 이하마 등도 출연해 웃음을 날렸다.
서대문 아트홀은 매주 일요일 이와 같은 그 때 그 시절 쇼를 한다. 평일에는 고전명화를 실버세대에게 편당 2천원을 받고 상영한다. 일반은 5천원이나 노인을 모시고 오는 사람은 실버요금을 받는다. 효심을 높이자는 것이다.
1.9~1.!4일은 오마샤리프 주연 <닥터 지바고>, 1.16~1.21일은 오드리 햅번 주연 <파계>, 1.23~1.28일은 쥬리 앤드류스 주연 <사운드 오브 뮤직>, 1.30~2.4일은 스티브 맥퀸, 더스틴 호프만 주연 <빠삐용>, 2.6~2.11일은 라나 터너, 존개빈 주연 <슬픔은 그대 가슴에>, 2.13~2.18일은 율 부린너, 스티브 맥퀸 주연 <황야의 7인>, 2,20~2.25일은 마릴린 몬로, 로버트 미첨 주연 <돌아오지 않는 강>, 2.27~3.3일은 존 보이트, 페이 더너웨이 주연 <챔프>를 1일 평균 3회 상영한다.
나는 어릴 적, 청소년기, 대학생 때, 무척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한 때는 영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빠서 미처 못본 명화도 많고, 아쉽게 놓친 영화도 많다. 그래서 나 같은 실버세대를 위해 고전명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극장 2곳을 운영하는 일에 참여했다. 이곳 서대문 아트홀과 종로3가의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실버영화관(전화 02-3672-4232. 구 허리우드극장)이다. 절대로 돈벌이가 되는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고적한 노년의 나이에 추억의 영화를 다시 감상하면서 젊은 날로 돌아가흐뭇해 하는 수많은 노인들을 보면 나도 행복하다. 이 일에 지원하는 대기업 몇 곳이 있어 외롭지 않다. 그들과 손잡고 이런 극장을 전국으로 확산하려 한다.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노인은 많고, 이들을 위한 문화복지는 너무 약하므로.
"실버세대여, 마음이 다숩고 곱게 늙어가고 싶거든 영화를 즐겨라. 청춘을 다시 맛보라."
이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