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사랑나무를 찾아서
궁남지 - 사랑나무 - 낙화암 - 고란사
여고 3학년에 만나 40년 가까이 마음을 터 놓고 사는 친구가 있다. 언제 만나도 좋은 형제처럼 가까운 친구다. 그 친구와 함께라면 어디를 가도 좋은 곳이고, 무얼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다.
여태껏 목소리 한 번 크게 올리는 것을 보지 못한 친구는 늘 잔잔한 미소를 얼굴에 담고 산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렇게 모든 것을 참고 살려면 그 속은 또한 얼마나 힘겨울까를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아마도 마음속에 희로애락을 없애주는 부채 같은 것이 있어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늘 속이 터져서 언성을 높이곤 하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2022년 2월 부여에 사랑나무가 있다며 함께 가자는 말에 주말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는 그의 마음만큼이나 편안하고 안전했다.우리 차 말고 다른 사람 차를 타는 것을 꺼려하는 둘째도 이모차라면 순순히 타곤 한다.
부여에 도착해 우리나라 최고의 인공정원인 궁남지를 둘러보았다. 궁남지는 신라 선화공주와 결혼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이다. 백제는 삼국 중에 정원을 꾸미는 기술이 가장 뛰어났으며, 백제의 정원 조경기술은 일본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궁남지는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이다. 7월 서동연꽃축제, 10~11월 굿뜨래 국화전시회가 열린다.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634)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가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方丈仙山)을 상징한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로 보아 이 연못은 백제 무왕 때 만든 궁의 정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연못의 동쪽 언덕에서 백제 때의 기단석과 초석, 기와조각, 그릇조각 등이 출토되어 근처에 이궁(離宮)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 부여군청 누리집에서
성흥산성의 사랑나무는 인생샷 명소다. 드라마에도 여러 번 등장해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20여분 올라 어떤 나무인지 궁금했던 사랑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여행객들이 있어서 차례를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많이 높은 산은 아니라서 정상에서 넓게 펼쳐진 평야가 보였다.
성흥산성에 위치(해발 약 240m) 한 이 느티나무는 사랑나무라 불린다. 사랑나무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어 성흥산의 상징이 되는 나무이다. 키 22m, 가슴직경 125cm, 수령 400여 년 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나무 옆에 서면 임천면은 물론 논산, 강경, 익산, 서천이 한눈에 보이고 날이 좋으면 익산의 용화산과 장항 제련소까지 바라볼 수 있다. - 부여군청 누리집에서
낙화암과 고란사가 있는 부소산까지는 배를 타야 했다. 둘째는 배 타는 시간을 좋아했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조심스러웠지만, 둘째는 산에 오르는 것도 배를 타는 것도 큰 무서움 없이 엄마보다 훨씬 용감했다. 좋아하는 이모가 있어서 그런지 얼굴이 편해 보였다. 둘째보다 내가 더 친구 곁에서 편안해졌다. 백마강을 따라 부소산으로 향하는 경치가 일품이었다.
부소산(扶蘇山)은 부여읍 쌍북리, 구아리, 구교리에 걸쳐 있는 해발 106m 고도를 가진 부여의 진산이다. 평지에 돌출하였으며, 동쪽과 북쪽은 가파르고 백마강과 맞닿았다. 부소산의 산 이름은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에 처음 선보이며, ‘부소(扶蘇)’의 뜻은 백제시대 언어로 ‘소나무(松)’의 뜻이 있어, 부소산을 ‘솔뫼’라고 보는 학설이 유력하다. - 부여군청 누리집에서
낙화암과 정자에서 한참을 쉬고, 고란사에서 약수도 떠먹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라 경치가 좋았다. 겨울인데도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았다. 각자 직장에 다니느라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우리는 밀린 수다를 떨며 집에서 벗어난 행운?을 마음껏 누렸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했던 여행을 떠올리며 친구의 행복을 기원한다.
궁남지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성흥산 사랑나무
충남 부여군 임천면 군사리 산 1-1
낙화암
충남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6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