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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5.목요일
거의 대부분 외출후 돌아와보면 상해서 버리기 일쑤인데도 집도 치우고 한 이틀 먹을거라도 해놓고 나와야 맘이 놓이는 주부의 근성을 여태껏 버리지 못해 오후 5시가 다되어 집을 나섰다..
어차피 오늘은 어딜가도 풍경도 제대로 못보고 잠만 잘텐데 차라리 편하게 집에서 자고 아침 일찍 나가는게 낫지 않을까?? 몇 만원의 돈도 아끼고...라는 생각이 들지않는 것은 아니였다.. ... 그러나 일단 집을 나서기로 했다.
집을 나서야 여행이라는 단어에 몰두할 수 있고 나 자신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어디 한 두번느꼈는가...
목적지는 정선아리랑으로 유명한 강원도 정선..
5시만 되도 어둑해지는 겨울의 긴 밤 ...
초저녁으로 가는 5시에서 6시의 푸른어둠에서 어떤이들은 귀가 해야 할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다고도 하지만 내게 있어 초저녁의 그 빛깔은 여행의 설레임을 극도로 자극하는.. 마약과 다를바 없을 만큼 좋아하는 색깔과 냄새를 지니고 있다..
기왕이면 온천에서 자고갈까? 수안보?? 이천?? 지도를 보았다
수안보을 가면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되고 이천을 가면 가는길이고.. 이천으로 가자.. 어차피 원래 계획대로 영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당진과 매송의 좌측길이 아닌 원주,수원으로 향하는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며 시간은 나를 일상에서 먼곳으로 떼어 놓기시작했다..
이천가까이오니 시간이 너무 이르다. 잠만자고 떠나기엔 아직 남은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목적은 온천과 휴식이 아니라 정선을 둘러보는것이므로 목적지 가까이 가서 다음날 시간을 더 버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계속 전진...
여행중 휴게소의 만남은 여행을 더 실감나게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문막에 7시17분쯤도착..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저녁으로 먹는다.
어디가서 무얼먹고 어디서 잘것인가 고민하지않아도 되는 것이 혼자떠나는 여행의 가장 좋은 장점이다. 그저 마음내키는 곳으로 발길 닿는곳으로 어느때 어떻게 계획이 변경 되어도 염려할바 아닌 편안함.. 그이유가 나를 혼자 떠나게하는 매력이기도하다.
나보다 하루 늦게 떠날친구에게 문자를 한다.. .. 원주 근처에 멋진집이 있다고 소개해준다.. 그래 기왕이면 그집에 가서 자볼까??
'다래골 산방' 네비게이션에 입력한다..
8시가되려면 길게 남지않은 시간... 시골의 밤은 도시보다 길고 더 까맣다..
새말IC를 나와 얼마가지않아 우측으로 방향을 지시한다.. 허연 형광빛 가로등아래 어렴풋이 어둠속에 집 모양이 보인다..
목적지는 500미터 전방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진하기 두려운것은 사방이 쌔까만데 어디가 길인지알 수 없고 언덕아래가 길인지 개울인지 알수 없었다.. 라이트가 비추는 곳은 그저 허공속의 레이져 빛처럼 길게 보일뿐이다..
갑자기 여름특집의 납량특집이 생각난다..
다른곳으로 갈까..어쩔까 잠시 두리번거리며 망설이는 사이 개 한마리가 왕왕대고 희미한 불빛아래 주인 여자가 갸웃거리며 나오고 있다...
"어떻게 오셨어요?:" 대뜸한다는 내 대답이 좀 우낀다.." 영업하시는건가요?" "네.." "저쪽방에 불이 하나두 안켜있어서 영업안하시는가해서요..."
실제 내 마음속에서는 이곳에서 자고 싶진 않았다 .. 좀더 가면 평창이고 요즘 흔한게 모텔인데 이보다는 따듯하고 춥지않게 샤워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다..
" 하루저녁에도 두어분정도는 오셔서 불때논 방있어요..이리오세요..." "아~네..저쪽깜깜한데서 혼자 자게 되면 무서울 것 같아서요..."
혹이라도 위급상황이 생길때 이런 곳에서 한밤중에 소리 지른들 들리지도 않을 뿐더러 올사람도 없지 않을까라는 순간의 두려움과 쾌히 내키지 않는 이 숙소의 첫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주인여자를 설득할 만한 말도 못되는 넋두리로 나는 하고 있었다..
" 아 그쪽 아니구요 .. 제가 있는 방 뒷쪽이니까 괜찮아요...따라오세요"
계속 충성스럽게 짖어대는 개를 보며 물지않으니 걱정말고 오라는 주인여자를 따라 방을 들어선다.. 조그만 씽크대한개가 있고 얇은요와 차렵이불 두개가 펼쳐 있다 방이 퍽 뜨시다며 깔아논 이불속에 손을 넣어 보는 여자에게 방값을 묻는다
"주말에는 5만원받는데 4만원만주세요"
여행중에 모텔에서 자면 3명이 자도 3~3만5천원을 주곤했는데 시설을 볼때 비싸다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여러말하기싫어 계산을 했다..
8시 17분.. 칫...초저녁인데 여기는 완전 한밤중이다...
몇가지 짐을 차에서 내려 옮겼다.. 인터넷이 안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밤새 기기가 손상될까싶어 노트북과 카메라도 옮기고 몇장을 볼지도 모르는 책도 몇줄이나 메모할지 모를 공책도 가는여정을보기위한 지도와 세면도구도 더불어 날랐다..
시골방답게 바닥은 뜨시고 공기는 차다 .. 그 싸늘함에 샤워할 용기가 나지않아 무슨 드라만줄도 모른채 TV를 보았다..나도 모르게 졸면서...
이런... 이곳은 위성이라 그런가?? 10시가조금 넘었는데 화면은 치칙거리고 비가온다...
어쩔수 없이 용기를내어 샤워를 한다.. 뜨거운 물살이 시원스레 나와 그나마 다행이긴 했다..
낼을 위해 잠을 자려고 불을 껏다..
잠잘사람이 볼필요가 없는데도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으니 불을 꺼도 환한 도시의 가로등에 익숙해진 불쌍한 현대인의습성이 여기서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울컥 몰려든다..
게다가 바로 옆방에 불은 켜져있는데 방음이 잘되게 지을리 만무인 이집 모양으로봐서 전혀 아무소리도 안들리는것은 그저 시각효과를 위해 켜논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기니 찜찜한 기분이 자꾸 들기 시작했고 기여이 일어나 불을 밤새 켜고 자는 헤프닝까지 하게 되었다..
잠이 어렴풋이 깬것은 6시30분
밖은 여전히 밤처럼 어둡다.. 잠시 따듯한 이불속에서 포근함을 더 누려보려 했지만 ..
내가 잠자려고 온건아니잖아?라는 질문으로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7시 30분 아침이 밝았지만 얇은 휴지조각처럼 공중을 맴도는 눈발이 있어 비온후의 안개낀것같은뿌옇게 흐린날씨...
그래도겨울날씨의 특징을 가진 날씨여서 기분이 좋다.
친구의 소개로 가려했던 다래골산방을 한번봐야겠다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가보기로 했다...
... 어젯밤 안가기를 정말 잘했다..
예측할수 없는 길의 굴곡과 경사가 결코 밤에 가기 쉬운길은 아니였다
1월16일, 집떠난 두번째날 얼마만에 혼자 떠나는 장거리여행인가... 공연히 통쾌한 기분에 입가의 미소를 감추지못하고 볼사람없기에 맘놓고 실실대고 웃는다.
기분은 가볍게 날리는 눈처럼 한껏 들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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