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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부터 9월 1일까지 하루에 한 끼씩 먹었다. '파병 철회를 위한 단식'에 함께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단식을 하려니 엄두가 안 났다. 세 끼를 내리 굶고 나니 어찌나 배가 고픈지 며칠 굶은 사람처럼 힘들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세 끼 이상을 내리 굶은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처음으로 하는 일이니까 살살 시작하기로 했다. 그래서 '단식'이 아니라 '절식', 곧 조금 먹기를 하기로 했다. 하루에 두 끼 먹던 것을 한 끼로 줄이고 그 만큼 남는 돈을 모아 파병 철회 모임에 보내기로. 그렇지만 실제 온전히 한 끼만 먹은 날은 거의 없다. 적게 먹으니 꼬르륵 소리가 날 때가 많다. 그럴 때 과자부스러기를 조금 집어 먹거나 아이스크림, 커피, 우유, 효소물 따위를 먹었다. 사람들을 만나 술자리가 만들어지면 안주를 조금 먹기도 하고, 생일잔치 자리에서는 케이크나 과일을 조금 먹기도 했다. 그러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한 끼 안 먹기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제는 반가운 선배를 만나는 바람에 한 끼 먹기를 지키지 못했다. 오늘은 다시 한 끼 먹기로 돌아왔다. 저녁에 ㅂ선배와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내가 점심을 먹어서 안 먹겠다고 하니 "에이, 다이어트 아니야?" 하고 놀려서 같이 웃었다. 아무렴 어떠랴, 이 일의 결과로 살도 빠지긴 하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단식으로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그 진실한 마음을, 침략당해 고통받는 힘없는 나라 사람들을 모른 척할 수 없으니 지금까지 해오던 식으로 돈 몇 푼 부치는 쉬운 방식이 아니라 나도 함께 내 몸으로 아픔을 조금이라도 느끼며 함께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파병철회 운동이 계속되는 한 나도 이런 식으로나마 함께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모래만큼 작은 나를 느낀다. 내가 자갈돌만큼 커지면 그때는 제대로 단식 비스무리한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식은, 바위만큼 커지면 그때쯤 하기로 하고. 오늘 은행에 들러 울진반전평화모임에 돈을 조금 보냈다. 기범이랑 김재복 수사님이랑 평화유랑단이 토요일(4일)부터 전국을 돌며 평화바람을 일으킨다고 한다. 한편 신선한 방법 같기도 한데 걱정이 앞선다. 가뜩이나 힘이 없을 텐데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 얼마나 힘이 들까. 단식... 힘없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쟁 수단. 자기를 아프게 하며 상대에게 호소하는 절실한 투쟁 방법. 그 투쟁으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움직이고 결국 정권을 손들게 만들었으면.... |
조금 먹으면서 생긴 변화 / 2004.09.08
밥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찌개도 반찬도 달디 달다.
언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가 싶을 만큼 음식맛이 좋다.
적게 먹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몸이
뇌에다가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이 먹게 해. 맛있게 느껴서 더 많이 먹게 만들어!'
이전에는 음식을 맛있다고 많이 먹는 일은 흔치 않았다.
거의 습관으로 먹었다.
그런데 요즘은 음식을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이래서 단식을 하고 나서 보식이 중요하다고 하나 보다.
잘못하면 이전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되겠다.
토요일부터 유혹에 흔들린다.
먹을 것은 어찌 이리 사방에 널렸는지.
'한 끼 먹을 양을 두 끼로 나눠서 먹는 것은 어떨까?'
이런 생각도 해 본다.
간식에 대해서도 좀더 엄격해져야 하는데
갈수록 느슨해진다.
오늘 기범이 전화를 받고 또 부끄러웠다.
첫댓글 웃는 달 님 감사합니다. ^^ -울진평화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