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김치, 무지개색 이상으로 다양해진 맛… '맞춤형'으로 진화 경쟁
[맛 대결.. 김치]
'종가집 김치' 줄곧 선두… 하선정·풀무원·동원 추격전
나트륨 함량 줄인 저염 김치와 '프리미엄 김치' 인기
"용량과 맛을 내가 고른다" 소포장 '맞춤김치' 등장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단연 김치였다. 하지만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신선한 포장김치를 사먹을 수 있다. 김치 맛도 무지개색 이상으로 다양해졌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장김치가 계속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36)씨는 김치가 필요하면 곧바로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다. 남편과 아들 하나로 식구 수가 적은데다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김장을 담글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양가 부모님도 몸이 좋지 않으셔서 김장을 담글 만한 여건이 아니다”면서 “요즘 시판 김치가 김장 김치만큼 맛도 좋고 다양하기 때문에 식구들이 모두 만족스럽게 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는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다. 과거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직접 담가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포장된 제품을 사먹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 돼가고 있다. 실제 소셜커머스 티몬의 최근 조사 결과 지난해 김장철인 11월 2주 동안 완제품 포장 김치의 판매가 전년 대비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측은 판매 증가를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다양한 김치 제품들이 출시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1~2인 가구와 일·살림을 병행하는 워킹맘 증가 및 외식 문화 확산 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전체 김치 시장 규모는 약 2조 5,268억 원이다. 이 가운데 상품김치 시장은 약 1조 2,000억 원(49.2%)이며, 가정용의 비중은 2,993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시장에서 대상FNF 종가집이 60% 이상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CJ제일제당 하선정과 풀무원, 동원F&B 등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종가집 압도적 선두 속 하선정·풀무원·동원 추격전
맛집ㆍ요리 포털 메뉴판닷컴이 이들 4개 업체 김치의 선호도 투표(지난해 말 회원 1,339명 대상)를 실시한 결과 높은 시장점유율을 반영하듯 대상 ‘종가집 오래오래 맛있는 포기김치’가 1위(750명, 56%)를 차지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의 ‘하선정 100% 국내산 천일염으로 절여 아삭한 포기김치’가 241명(18%), 풀무원 '깊은 맛 전라도 김치’가 214명(16%), 동원F&B의 ‘양반 포기김치’가 134명(10%)’의 순으로 선호도를 보였다.
이 중 대상FNF의 종가집 김치는 시판 가정용 김치의 대명사 격이다. 종가집 김치 생산은 1987년 시작됐고, 2006년에 대상이 이를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대상FNF를 설립했다. 현재 대표 제품으로는 '종가집 오래오래 맛있는 포기김치'가 있다. 서울 및 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부 지방식의 양념을 기본으로 아삭하고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뛰어난 김치 맛을 위해 1~4월 동풍, 5~7월 봄 노랑이, 8~9월 고랭지, 10~12월 가을 노랑배추 등 각 절기마다 맛과 질이 우수한 배추를 선별해 담근다. 더불어 ‘한국식 신선비법’을 적용, 원료부터 제품 출하까지 HACCP 기준의 최적의 온도를 유지해 재료 본연의 깊은 맛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메뉴판닷컴 측의 평가 결과에서는 "간이 비교적 센 편이며, 신맛이 4개 제품 중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톡 쏘는 정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발효 상태가 좋아 보인다"는 평이 나왔다. 한 소비자는 "아무래도 종가집이 포장김치 원조라는 느낌이 강해 마트에 가면 자동적으로 종가집만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대상FNF 종가집, CJ제일제당 하선정, 풀무원, 동원F&B의 대표 포기김치 제품들.
'전라도 포기김치'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종가집 김치 중 하나다. 다양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작년 상반기에 출시돼 빠르게 유명세를 알리고 있다. 이 제품은 1년 이상 삭힌 남해안산 멸치육젓과 멸치액젓을 사용해 진한 양념 맛을 살렸으며, 청양 고춧가루를 넣어 더욱 칼칼하고 개운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종가집은 향후 전국 팔도의 특색이 담긴 보다 다양한 풍미의 김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상FNF는 4개사 중 해외에 김치를 가장 활발히 수출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 42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아프리카·남미 등 원거리 지역으로까지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안전 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인증마크를 획득했다.
CJ제일제당은 2007년 김치 브랜드 하선정을 인수하면서 김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7월에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하선정 100% 국내산 천일염으로 절여 아삭한 포기김치’를 출시했는데, 일반 정제염보다 품질이 좋은 전남 신안군 천일염을 사용해 저온공법으로 절인 것이 특징이다. 업체 측 설명에 따르면 천일염 속 미네랄은 배추와 무 등의 조직 결합력을 강하게 하고 젖산균 성장을 촉진시켜 김치의 식감과 맛을 좋게 한다. 하선정은 광양산 매실당도 첨가해 고급스러운 단맛을 내고 빨리 숙성되는 포장김치의 단점을 보완했다. 메뉴판닷컴 측은 이 제품에 대해 “전체적으로 맛에 균형이 있어 단독으로 먹어도 좋고 라면이나 밥과 함께 먹어도 맛있다”면서 “이름대로 아삭한 식감이 인상적이며 김치 속 양념도 푸짐해 찌개를 끓여먹어도 좋다”고 평했다. CJ제일제당 하선정팀 김도윤 팀장은 “하선정에서 출시되는 주요 김치 제품에 천일염이 쓰이도록 전면 교체했다”면서 “순차적으로 전체 상품을 100% 국내산 천일염으로만 절인 제품들로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풀무원은 ‘사계절 김장김치'로 김치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김치가 숙성되는 최적의 온도인 -2°C에서 120시간 이상 ‘빙온(섭씨 0°C에서 식품이 얼기 직전까지의 온도대) 숙성’ 시켜 시원한 맛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1996년부터 양반김치를 만들어 온 동원F&B의 경우에는 제품에 수산유통전문회사인 동원산업의 참치 액젓 및 해물 육수 국물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당수 소비자들도 “젓갈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진다”고 평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최근 출시한 ‘양반아삭김치’인데, 하동 대봉홍시와 배를 사용해 단맛을 내고 김치가 빨리 물러지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국산 천일염도 사용한다. 양반김치는 일본과 미국, 독일 등에 수출되고 있다.
덜 짜고 고급스럽게… '프리미엄 김치'로 진화하는 김치
포장김치는 다양한 기법을 가미해 개발을 거듭하고 있지만, 최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2년 국민 1인당 1일 김치 소비량은 60.7g으로 2011년 68.6g 대비 11.5% 감소했다. 2007년도 80.7g과 대비하면 24.8%나 감소한 수치다.
김치 소비 감소의 주원인은 저염식 트렌드로 꼽힌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배추김치 섭취량(70g)에 포함된 나트륨 양은 45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1일 나트륨 권고량 기준의 22.5%를 차지한다. 소금과 염장식품에 대한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가운데 나트륨 섭취의 주범이 김치로 지목되면서, 최근 김치 시장에는 저염김치 바람이 불고 있다.
대상 FNF 종가집은 김치가 발효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염분만 남기고 나트륨 함량을 50%로 줄인 ‘매일매일 건강한 김치’를 선보였다. 이 제품의 나트륨 지수는 270mg으로, 일반 상품 김치의 나트륨 평균인 706mg보다 50% 이상 낮은 수치다. 이에 앞서 아워홈은 저염수로 장시간 절인 배추를 사용해 김치 100g당 나트륨 양을 374㎎까지 낮춘 '손수담은 아삭김치' 2종을 내놓은 바 있다. 아직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과 기업 간 거래) 시장 강자로서의 노하우를 접목해 점차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동원 양반김치는 지난 2005년 동원식품과학연구원의 연구 개발을 통해 일찌감치 저염 김치를 선보였다.
저염 김치와 더불어 ‘프리미엄 김치’도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동원F&B는 최상급 원재료만을 사용한 명품김치 라인을 판매하고 있는데, 배와 대추·잣·밤 등의 고명을 풍부하게 넣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매장에서 구입할 수 없으며 VIP전용 콜센터와 동원산업의 식품전문 쇼핑몰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자체 식품브랜드 ‘조선 메이드(Chosun Made)’에서 프리미엄 김치를 출시했으며,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레스토랑은 10여 종의 ‘수펙스(Supex) 명품 김치’를 선보였다. 롯데호텔서울은 김치 명인 1호 김순자 명인과 함께 롯데호텔 토산품 김치 PB상품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종가집, 하선정, 풀무원, 동원 등 업체들이 포장김치 시장에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용량도 맛도 소비자 취향에 맞게… 소포장 '맞춤김치' 인기
1~2인 가구의 증가로 간편 소포장 식품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포장김치 시장에서도 소용량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닐슨코리아 집계에 의하면 이른바 '썰은 김치' 형태인 맛김치 시장에서 가장 용량이 작은 500g 이하 제품은 2010년 187억원, 2011년 213억원, 2013년 228억원 규모로 최근 3년 간 판매액이 평균 10.3% 늘었다. 이에 따라 업계도 소포장 제품 강화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 소포장 맛김치인 ‘8가지 자연재료 양념 아삭 썰은 김치’를 출시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맛김치 시장에서도 가정식 버금가는 맛과 고급 품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재료 선택과 제조 공정 등에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제품명에 담긴 8가지 재료는 홍고추, 신선한 새우젓 등으로 기존 자사 맛김치 대비 양념 비율을 27%로 끌어올려 가정식처럼 양념이 풍부한 김치맛을 내는 데 힘썼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맛김치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종종 포기김치에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를 섞어 넣는 경우가 있지만, 이 제품에는 통배추를 그대로 사용했다. 제조 방식에서도 기존의 절이고 절단하는 방식이 아닌, 절단하고 절이는 공법을 도입했다. 대상FNF도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소용량 맛김치 제품을 출시했다. 이동과 보관이 용이한 PET와 파우치 포장 형태다. 대상 FNF의 ‘종가집 아삭아삭 맛김치 80g'는 2014년도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풀무원 사계절 김장김치의 경우도 500g이하 소용량 제품들이 출시돼 있다.
최근에는 다양하고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주문을 받아 소량으로 생산하는 ‘맞춤김치’ 제조업체들도 생겨났다. 소비자는 김치를 주문할 때 중량·지역·젓갈·매운 맛 정도·짠 맛 정도와 함께 추가 재료 맞춤 등의 옵션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이 옵션에 따라 김치의 맛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칼칼한 맛의 전라도식과 시원한 맛의 중부식 중 원하는 지역 방식의 김치를 고를 수 있다. 멸치젓, 갈치속젓, 황석어젓 등 첨가되는 젓갈도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또 개인 취향에 따라 어느 정도 매운 맛인지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수지 2015.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