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에 묻어온 사랑, 산타의 배터리인가 봐!
솔향 남상선/수필가
오랜만에 고깃국 생각이 났다. 마침 홈쇼핑서 구매한 갈비탕 몇 팩이 있어 가스레인지 점화스위치를 틀었다. 갈비탕 냄비는 순식간에 가열되고 있었다. 2분 정도 지났는데 전자제어 장치에서 경고 신호음으로 나오는 말이,
“건전지를 교체해 주세요!”
이 한 마디를 남기고는 가스 불이 꺼지는 거였다.
부랴부랴 S마트에 달려가 가스레인지용 배터리를 사서 교체해 넣었다. 꺼졌던 불이 삽시간에 넘실거리는 불꽃으로 피어올랐다. 아마도 신통한 배터리 위력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 주변에는 불치병, 난치병, 중병 환자들이 어렵게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환자들의 건강상태가 호전되어 그들이 회생되는 상황이 가스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소망으로 가득 찬 삶이었으면 좋겠다.
가스 불로 할 일이 또 한 가지 남아 있었다.
며칠 전에 류제숙 동대표 여사님이 갖다 주신 호박잎 생각이 났다. 딤채냉장고에 보관했던 호박잎을 꺼냈다. 호박잎이 시들기 전에 쌈 싸먹기 좋게 살짝 데쳐내기 위해서였다.
큼직한 비닐봉지 두 개가 터질 만큼 많이도 담아오셨다. 가슴이 따뜻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전천후 산타이시라 아까운 줄 모르고 담아오셨다. 호박잎에 호위병으로 따라온 손님이 있었으니 옥수수, 감자가, 바로 그 수행원들이었다.
호박잎을 꺼냈다. 호박잎을 보는 순간 호박잎에 묻어 있던 울 엄마 사랑에 감전되고 있었다. ‘울 엄마 표’호박잎 쌈밥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된장 찍을 풋고추 몇 개와 호박잎 쌈밥으로 보리밥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던 그 시절이 울 엄마를 그립게 하고 있었다.
세상이 거칠고 삭막하다지만 류재숙 여사 같이 가슴 따뜻하게 사랑을 베푸는 천사들이 있어 세상은 외롭지 않다.
인간성 상실로 존폐가 걱정되는 세상이 망하지 않고 그런 대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여사와 같은 전천후 산타들이 세인들의 가슴을 데워주고 있어 살 맛 나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호박잎에 묻어온 사랑, 산타의 배터리인가 봐!’
류제숙 여사가 가져오신 호박잎!
거기엔 정성이, 사랑이, 배어 있어
어렸을 적 울 엄마 얼굴을,
호박넝쿨 무성한 고향의 텃밭을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호박잎으로 담아온 사랑은
전천후 산타 배터리가 되고
넓은 잎처럼 포용으로 살라하고 있었다.
가슴따뜻하게 베푸는 사랑으로 살아
보듬고 사는 빛이 되라 하고 있었다.
호박잎에 묻어온 사랑,
만 년 산타의 배터리가 되어 살라 하고 있었다.
첫댓글 호박이 덩굴채 굴러온다는말 처럼 호박과 호박잎은 우리에게 향수를 덩굴채 불러다 주지요.
선생님께서도 엄마와 호박잎의 추억이 색인처럼 남아있으셨군요.
여름이 막바지에 달할때
호박잎과 풋고추는
사랑과 영양을 듬뿍 가져다 주었지요.
갑자기 호박잎과 된장 의 어울림을 맛 보고싶어
집니다.^^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주변에 참 좋은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의 배터리가 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