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하나고가 운영하는 국제영어캠프 사이트 갈무리 화면. 하나고는 정부가 지난 해 말 방학 중 어학캠프를 허용한 뒤 처음으로 진행한 어학캠프에서 6억여원을 벌어들었다. ©최대현 | |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제주국제학교 등이 지난해 말 정부가 허용한 ‘방학중 어학캠프’를 열어 많게는 수억 원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7월30일 현재 여름방학을 이용해 영어 등 어학캠프를 운영하는 초·중·고는 전국 10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서울의 하나고와 경기도 용인외국어대부설고 등 2곳과 청심국제중·고, 제주국제학교 3곳 등 6곳이 자사고와 국제고 등 이른바 특권학교다. 서울 하나고, 19일 만에 6억여 원 벌어들여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인 하나고는 오는 14일까지 19일 동안 ‘제1회 2014 여름 하나국제영어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학생 200여 명을 모아 한 사람 당 280만 원을 받았다. 19일 만에 5억6000만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청심국제중·고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7일까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350명을 대상으로 ‘제1회 청심 ACG 영어캠프’를 열었다. 한 사람 당 참가비는 260만 원이었다. 이 학교가 16일 영어캠프로 참가비로 받은 돈만 모두 9억1000만 원이다. 이들 학교는 어학캠프를 위해 별도의 누리집 사이트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2월13일 “투자를 활성화하고 운영 상의 자율권을 확대한다”며 4차 투자활성화대책으로 ‘방학 중 어학캠프’를 허용한 뒤 벌어진 일이다. 국가나 지자체, 교육청은 특정 학교와 협약을 맺고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탁했다. 교육부가 4차 투자활성화대책으로 지난 5월 수립한 어학캠프 운영기준에는 “어학캠프 수입금은 별도계좌로 관리하고 수익금은 학교운영비로 활용”하도록 돼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는 자사고를 위해 정부가 사실상 재정 마련의 숨통을 터준 셈이다. ‘부유층을 위한 고액캠프’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실제로 지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인 용인외국어대부속고의 경우, 지난 2013년 초 28일 동안 개설된 겨울캠프 참가비는 학생 1명 당 469만 원이었다. 하루에 16만7500원을 지출한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어학캠프를 허용한 뒤 처음 진행되는 올해 여름캠프(7월24일~8월15일까지) 전체 비용은 268만 원으로 하루 11만6500여 원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캠프기간을 줄인 탓으로, 하루 당 비용으로 따지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교육부 “협약체결 독려 등 어학캠프 확대”사정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이날 6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어학캠프 운영을 희망하는 학교를 전수조사해 지자체와 교육청에 협약을 체결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어학캠프 담당관을 지정해 어학캠프 운영과정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지원하겠다”면서 학교의 어학캠프 참여 확대를 위해 별도의 대책을 오는 11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성명서를 내고 “6차 투자활성화대책은 교육공공성을 후퇴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하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특히 방학 중 어학캠프 확대정책에 대해 “특권학교에 돈벌이를 보장해 주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왜곡된 영어 수요를 부추기고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게 아니라, 올바른 영어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