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몸값 논란 빚는 오해 투성이 식재료. 포장마차에선 수북하게 담아낸 서비스 탕 요리가, 레스토랑에선 꽤 멋진 알라 카르트(일품요리)로 탈바꿈하니 그럴만도 하다. ‘원래 싸지 않냐’는 질문에 언제나처럼 꽉 다문 입. 한 가지는 대변할 수 있다. ‘홍합, 하기 나름이라고.’
추울 때 더 맛있다 바닷물이 슬슬 차가워지면 홍합의 맛이 오르기 시작한다. 여느 해산물이 그렇듯 홍합도 산란기 전이 가장 맛있다. 산란기는 늦봄에서 여름 사이. 다만 산란기 이후부터 9월까지는 맛이 떨어지고 마비를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삭시톡신을 품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4월과 11월 즈음엔 홍합에서 냄새가 날 수 있고, 풍랑이 강할 땐 홍합 살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것 또한 유의점. 국산 홍합은 여수·마산 등 남해 일대와 동해안에서 양식, 주로 1년산이 유통·판매되며 생육기간이 높아질수록 씨알이 굵고 맛있다. 또한 묵직하고 윤기가 돌며, 입을 단단히 다물고 있는 것이 좋은 홍합이다. 벌어져 있거나 냄새가 나고, 손에 쥐었을 때 가벼운 것은 조리 전 걸러내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거 아세요? 홍합, 트랜스젠더 설(說) 홍합에겐 은밀한 정체성의 비밀이 있다. 처음엔 수놈이었다가 자라면서 암놈으로 변한다는 사실. 수놈 땐 살이 희지만 자라면서 적황색을 띈다. 왠지 맛 차이가 나는 것도 같은데, 정말 그렇다. 실제로 붉은 홍합 살이 더 쫄깃하고 감칠맛 있다. 생홍합은 익히기 전까지 암수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씨알이 굵고 무거운 게 암놈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만 알아두자.
꼼꼼한 족사 제거가 관건
홍합은 값싼 식재료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 타 조개류에 비해 저렴한 편으로 1kg당 1000원 미만의 것부터 가격대가 다양하다. 몇 년 전만 해도 훨씬 저렴했기에 현재 홍합 가격은 비교적 많이 오른 실정이나 식재료 원가 측면에서는 여전히 메리트 있다.
원가 경쟁력은 있지만 홍합의 몸값을 제대로 올리기 위해선 손길이 필요하다. 손질하는 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 조리 시 냄새와 이물감을 줄이기 위해선 깨끗한 세척이 중요하다. 홍합 껍질끼리 비벼 씻기도 하나 대량 취급한다면 수세미를 사용하는 편이 낫다. 갯벌에 살지 않기 때문에 해감은 건너뛰어도 좋지만 선별 작업은 놓치지 말 것. 상한 홍합 한 마리가 전체 음식 맛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합 손질은 무엇보다 수염처럼 삐친 ‘족사’를 일일이 제거하는 과정이 가장 번거로운데, 손으로 뽑거나 가위를 사용해 잘라내야 한다. 효율을 고려, 경우에 따라 홍합살만 사용할 수도 있지만 족사 제거는 여전히 식당의 몫. 특히 맛과 식감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음식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홍합, 저렴하다고 대충 다루면 국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홍합을 대량 다루는 식당에선 많은 인력과 시간을 홍합 손질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니, 주요 식재료로 사용할 거라면 꼭 고려하도록.
우리 아는 홍합, 지중해 담치 붉은 조개를 뜻하는 홍합은 전 세계적으로 그 종류만 200여종 이상. 국내만 해도 20여종 남짓 되는데, 시중 유통되는 홍합의 대부분은 양식한 ‘지중해 담치’로 자연산 홍합과는 가격, 크기, 그리고 맛까지 차이가 크다. 최근 수입산 그린홍합도 많이 사용하지만 냉동으로 유통되는데다 가격도 높은 편이다. 음식점 운영 측면에서는 질 좋은 양식 생홍합을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볼륨감 살려 즉석조리, 다양한 메뉴 개발도 필요
외식시장에서 홍합의 입지는 다소 저평가돼있다. 메뉴 활용도 그리 다양하지 않은데다, 서비스 탕 거리 또는 파스타에 몇 마리 들어가는 식재료 이미지가 강해 가격 저항도 높다. 가격으로 보나 입지로 보나 고급 이미지로의 파격변신은 어렵지만, 강점 살려 제대로 사용하면 다양한 상황에 맞는 가치는 충분히 발휘한다.
홍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포인트는 볼륨감이다. 음식에 풍성함을 더할 수 있어 서비스·메인메뉴 할 것 없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껍질홍합을 쓰는 게 적합하다. 다만 용도에 따라 홍합 퀄리티의 차등은 둘 필요가 있다. 특히 메인 단품요리에 사용한다면 알이 굵직한 상등품 홍합을 사용, 약 600g~1kg에 준하는 양을 제공하는 편이 좋다.
다만 껍질이 많은 탓에 실속 없는 음식으로의 저평가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러므로 가치를 보강할 곁가지들을 구성할 것. 속살과 육수를 모두 먹는 식재료인 만큼 이 두 가지를 활용해 식사에 다양성을 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육수를 소스로 변형하면 활용도가 높은데, 여기에 파스타·쌀 등을 넣어 추가 구성을 만들면 만족도와 가성비, 그리고 경우에 따라 객단가도 높일 수 있다. 토마토, 크림소스 등이 대표적으로 궁합 좋고 향신료만 가미해도 괜찮다. 다양한 메뉴 개발 또한 필요하다. 새로운 조리법이나 소스의 개발 등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과 개성 모두를 잡을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도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 홍합의 가치 업그레이드 팁은 바로 즉석조리에 있다. 기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 실제로 오퍼레이션 편의상 사전 조리해두는 경우가 많은데, 홍합도 미리 조리해두면 맛과 식감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상품력까지 고려한다면 당일 산지 수급 받아 주문 즉시 조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