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수박’만한 과일이 없다. 동의보감에서도 수박은 갈증을 없애주고 황달 치료에 효능을 보여 여름 제철 과일로 많이 섭취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용기 한국표준연구원 박사는 “잘 익은 수박을 고르는 법은 점원도 잘 모른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맛있는 수박 고르는 방법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과학창의대전-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에서 여름에 가장 흔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박을 사례로 들어 세상에서 사용하는 각종 ‘단위’에 엮인 과학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동의보감도 감탄한 여름 과일, 수박으로 알아보는 과학
동의보감에서는 수박을 ‘서박’이라 칭한다. 갈증을 해소해줘 여름철 가장 좋은 과일이라 이른다. 최근에는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는 수박을 3월부터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둥근 모양의 수박 외에도 네모난 수박, 하트수박, 애플 수박 등 다양한 수박이 출시되고 있으니 새삼 농업과학의 발전이 놀랍다.
여름과일의 제왕, 수박. 상점의 점원에게 골라달라고 해도 수박은 복불복이다. ⓒ ScienceTimes
맛있는 수박을 고를 때에는 과학적인 접근이 주효하다. 색과 모양, 크기는 다양해졌지만 수박이 잘 익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먼저 ‘색’이다. 수박의 색을 볼 때는 색의 파장을 살펴봐야 한다.
색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의 파장을 가진 스펙트럼이다. 즉, ‘빛’이라고 알려진 가시 스펙트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 빛의 밝기를 따지는 단위는 ‘칸델라(candela)’이다. 수박의 검은 줄무늬 색이 선명할수록 잘 익은 수박이다.
다음은 ‘소리’이다. 잘 익은 좋은 수박은 ‘통통통’ 하는 소리가 난다. 덜 익은 수박은 ‘깡깡’ 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 때 소리의 단위는 ‘데시벨(decibel)’이다. 데시벨의 약어는 일반적으로 ‘dB’를 사용한다. 소리를 나타내는 단위에는 데시벨 외에도 ‘주파수’가 있다. 데시벨은 소리의 강약을 나타내고 주파수는 소리의 높낮이를 나타낸다.
수박을 두드렸을 때 ‘통통통’하는 소리가 크게 나되 맑고 높은 장구소리가 나야한다. 데시벨과 주파수를 고루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박용기 박사는 “수박이 선명한 청록색이고 검은 줄무늬 색이 선명한 것이 좋다. 줄무늬의 실금이 많을수록 더 많은 벌이 수분을 한 수박으로 더 달다. 배꼽표시가 작은 것은 심이 작게 들어있다는 표시”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두드려 소리를 들어봤을 때 ‘통통통’ 맑은 장구 소리가 난다면 수박이 꽉 차고 내용물이 좋은 수박”이라고 덧붙였다.
수박 암,수 구분만 해도 맛있는 수박 고를 수 있다
수박도 암, 수가 있다. 수박의 암수 여부는 꼭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맛있고 싱싱한 수박의 꼭지는 약간 움푹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꼭지가 꼬부라진 것은 암컷 수박, 수박 꼭지가 곧은 것은 수컷 수박이다. 수컷 수박은 씨가 많고 맛이 암컷 수박에 비해 덜하다. 암컷 수박은 붉고 달콤하다.
수박 밑동의 배꼽도 암수구별을 해주는 표시이다. 밑동의 배꼽 표시가 좀 큰 것이 수컷이며 작은 것이 암컷이다. 역시 수컷수박의 껍질이 더 두껍고 당도가 덜하다.
그렇다면 맛있는 수박은 어떤 기준으로 측정될까.
과일의 당도를 따지는 단위 ‘브릭스(Brix)’를 따져보면 된다. 브릭스는 100g의 물에 녹아있는 설탕의 그램(g) 수를 뜻한다. ‘13 브릭스’라 하면 100g의 물에 13g의 설탕만큼의 당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른 수박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은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이다. 가장 맛있는 수박의 온도는 8~9도. 너무 저온에서 보관하면 맛이 떨어진다.
박용기 한국표준연구원 박사는 ‘2018 대한민국창의대전-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강사로 나와 여름이면 생각나는 과일, 수박을 통해 각종 과학상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 김은영/ ScienceTimes
온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섭씨와 화씨, 켈빈이 있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담겨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섭씨는 물의 어는점을 0도로, 물의 끓는점은 100도로 표기한다. 그 사이를 100등분한 온도를 1℃로 정하였다. 섭씨는 스웨덴의 물리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가 발명한 온도 단위이다.
화씨는 독일의 물리학자 다니엘 가브리엘 파렌하이트가 발명한 온도 단위이다. 화씨는 물의 어는점을 32℃, 끓는점을 212℃로 정하고 두 점 사이를 180등분한 온도 눈금을 1℃로 정하였다.
박용기 박사는 “재미있는 것은 섭씨와 화씨는 두 과학자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섭씨와 화씨는 두 과학자의 이름을 한자식으로 변환했을 때 발음되는 음”이라고 설명했다.
섭씨는 셀시우스의 한자음 ‘섭이사’를 ‘섭’으로, 화씨는 파렌하이트의 한자음인 ‘화륜해’의 ‘화’자를 딴 것이다.
과학자들은 ‘켈빈’이라는 온도 단위를 사용한다. 켈빈은 ‘절대온도’이다. 1848년 영국의 과학자 로드 켈빈이 제안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이름을 따 단위는 대문자로 표시한다.
절대온도는 분자의 운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수치로 나타낸 온도인데 0K는 섭씨온도로 표현하면 -273.15°c, 화씨로 표현하면 –459.67℉이다.
수박 하나를 고르고 먹는 데에도 수많은 단위가 사용된다. 이처럼 우리 세상의 모든 것들을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단위’이다.
그런데 이 단위가 내년도에는 확 바뀐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질량(kg), 물질량(mol), 전류(A), 온도(K)가 절대 변하지 않는 상수를 바탕으로 단위가 재정비된다.
그동안 단위에는 미세한 오차가 발생해왔다. 이러한 오차를 시간과 공간 등에 의해 변하지 않는 불변 상수를 통해 단위를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킬로그램은 130년 만에 새로운 정의를 갖게 된다.
하지만 실제 우리 생활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박용기 박사는 “단위가 달라져도 체중계 몸무게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실제로 우리 일상에는 전혀 달라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 일상에는 보이지 않는 오차를 줄이려는 과학자들로 미래 과학은 더욱 진일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