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합리적 의심
초등학교 5학년 즈음이었을 겁니다. 주일학교에서 예배를 마친 후, 반별로 성경공부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세상에 사람이라고는 아담과 하와, 그리고 그들의 아들 가인과 아벨 밖에 없었다는데, 가인은 누구와 결혼한 건가요?” 그때 선생님께서 어떤 대답을 하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는 그 후에도 상당한 시간 동안 이 의문을 품고 있었기에, 그때 선생님의 대답은 저에게 답이 되지 못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신앙을 가진다는 것이 질문을 포기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이시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흔히 신앙의 반대말이 의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믿음의 반대말은 의심이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의심한다는 것이 오히려 관심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존재와 그 말씀에 무관심한 사람은 어떤 질문도 던지지 않습니다. 의심이 있고 질문이 있는 분은 그 질문에 납득할 만한 답이 주어진다면 믿음의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 분입니다.
믿음을 가진다는 것을 의심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믿음에 관련된 것에 대하여 합리적 사고를 멈추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우려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번 합리적 사고를 포기하고 나면 이제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도 합리적인 사고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믿음의 세계에서는 그래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이 믿음의 영역 안에서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되곤 합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