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50대 중반 내 또래의 장년들에게 학창 시절에 기억나는 추억을 물어보면 “글쎄”라는 답이 많이 나온다. 학교 시험과 입시 지옥의 고달픈 나날 속에서 지냈던 탓인지 공부와 관련해서는 별반 즐거운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스포츠에 대해서 말해보라면 할 말들이 많다. 학교 반대항 체육대회서의 뜨거운 승부, 윗동네와 아랫동네와의 축구 경기, 가슴 후련한 통쾌한 역전타, 뼈아픈 실수 등 여러 생생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내던지고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함께 해가 떨어질 때까지 축구공을 갖고 놀았다. 학교서는 체육시간에 선생님의 지도로 축구, 농구, 배구, 야구 등 놀이를 하면서 학우들과 깊은 친교를 나눴다. 스포츠를 통해 배운 생활자세는 오랜 세월과 함께 각자의 삶 속에 녹아들었다.
대한농구협회가 5일부터 16일까지 한국체육대학에서 초·중·고·대학 농구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2013년 서울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 코치 강습회는 코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자리였다. 그동안 농구계서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여러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심판 매수사건, 프로팀 감독의 승부조작, 스타플레이어의 음주운전, 프로농구 선수출신이 간여된 살인사건 등이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지며 큰 위기를 맞았다. 아마건, 프로건 승리지상주의를 추구하면서 스포츠맨십이 희박해지고, 남을 속이는 기망적 행위가 아무 죄의식없이 이루어졌다. 코치들은 이기기 위해 스타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부모들이나 팬들은 반대편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대회 관계자들을 음해하기도 한다.
올 초 농구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회장에 취임한 방열 협회장은 한국 농구의 체질을 대폭적으로 바꾸기 위해 여러 혁신적인 조처를 단행하고 있는데, 아시아 코치 강습회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열렸다. 학교 체육교사 및 농구지도자들에게 학생들의 나이대에 맞는 코칭 기술을 배우도록 해 전반적인 농구교육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넬슨 아이슬리 FIBA 전문 강사(미국)와 안용규, 최관용, 조준용 한국체대 교수, 최형준 단국대 교수 등이 지도자의 자질향상과 인성함양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했다.
농구 이론과 실기를 지도한 아이슬리 강사는 “농구는 시스템보다는 기본기가 훨씬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신장과 체력면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러시아 리투아니아 등보다도 기본기면에서는 앞서 있다”며 “청소년 인성 발전에 농구는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선수들과 매일 함께 운동하면서 유소년들에게 농구를 통한 유익한 경험을 제공하는 코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페루, 바베이도스,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등에서 코치로 활약하기도 한 아이슬리 강사는 “한국 농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큰 선수가 되기보다는 큰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하며 좋은 인성을 키워나갈 때, 선진적인 농구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농구강습회를 보면서 ‘티칭(teaching)’보다 ‘코칭(coaching)’이 선수들에게 훨씬 더 필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가르쳐 주입식으로 이끌어 나가는 ‘티칭’ 보다는 몸 안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내도록 유도하는 ‘코칭’이 학생들이나 선수들을 인간적으로 성숙시키고 교육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말이다.
코치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고 한다. 경기에서 이기는 목표와 삶의 교훈을 가르치는 목표이다. 코치들은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에 집중하고 동료선수들과의 협력을 많이 강조한다. 또 삶에서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배양하고 남을 도우며 성장하는 지도자로서 좀 더 나은 사회를 이끄는 데 많은 역할을 하는 게 코치의 목표이기도 하다.
어릴 때 배웠던 스포츠에 대한 경험이 먼 장래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회적인 리더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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