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럴수가! 이탈해서 위탁에 가있던 "훈"이 다시 센터로 왔다. 날 보고 고개를 푹 숙인다. 너무 반가워서 안아주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돌아와서.. 이대로 더 힘든 상황이 될까봐 걱정을 했는데 정말 잘 됐다. 새로운 얼굴도 보인다. 16살 막내 "빈"이다. 키만 멀대같이 크고 엣된 얼굴이다. 지난 주에는 2명이었는데 다시 5명이 되었다. 북적거리니까 좋다.
이번 주 아이들이 읽은 책은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아이들에게는 책이 제법 두꺼운 편이라 제대로 읽었을까 걱정이 되었다. 까불이 "준"이가 먼저 발표를 했다. 듣는데 책을 제대로 안읽은 티가 팍팍 난다. 솔직히 말해보라고 했다. 책을 읽었는지.. 잠시 머뭇거리더니 책 앞부분만 보고 자기 마음대로 썼다고 한다. 어이구..이것도 능력이다. 책도 안 읽고 한 장을 써내다니.."원"이 역시 다 읽지 못했다고 자백했다. 그래도 자신은 인터넷을 보고 베끼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했다. 마음이 조금씩 답답해진다. 푸른 열매의 에이스 "승"이의 글을 기대했다. 승이 역시 책은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나름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자신 역시 책의 아이처럼 절제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조금 괜찮아졌다고 한다. "승"이는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져 많은 돈을 잃은 경력이 있는 친구다. 그런 경험을 한 녀석답게 글을 썼다. 새로온 "빈"과 다시 온 "훈"이는 글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노트와 펜을 꺼내라고 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황금 티켓을 받았던 아이들은 식욕, 명예욕, 물욕, 과시욕을 버리지 못해서 고통을 당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택한 찰리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이 책을 보면서 진정한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써보라고 했다. 다들 멍하니 있다. 행복에 대해서 그다지 생각해보지 못해서다.
제일 빨리 쓴 "준"은 장난치기에 여념이 없다. 몇번 주의를 줘도 여전히 까분다. 이 녀석의 행복은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다. 진짜 가족과 함께함이 행복이냐고 되물었다. 잠시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더니 그렇다고 한다. 대충 농담처럼 쓴 이 녀석의 답에 어느정도 진심이 담겨져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따로 사는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원"이는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왜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냐고 물으니 오래 살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같다고 한다. 그 만큼 안 좋은 일도 많이 생기면 어쩔꺼냐고 물으니 대답을 못한다. "훈"은 자신이 만족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무엇에 만족하냐고 물으니 한대 맞은 표정이다. 무엇에 만족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만족할꺼냐고 물으니 그건 모르겠단다. "승"은 돈 많이 버는 것이라고 한다. 돈 많이 벌어 꿀리지 않게 살면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걱정 근심도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면 무엇을 해서 행복할 거냐고 물어 보았다. 역시 대답을 못한다. 그저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행복한 일을 해야 행복해 질 것인데 그건 모르겠다고 한다.
아이들은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 행복을 가르쳐주는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르기에 가르쳐 줄 수가 없다. 찰리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건 동화속의 이야기일 뿐 냉혹한 현실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책을 다음 시간에는 꼭 완독할 것을 주문했다. 책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정말 그렇다고 말해 주었다. 꼭 다 읽겠노라는 약속을 받고 수업을 마쳤다. 애들아! 우리 행복해지자! 그 길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