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대학 다닐 때 일본 북알프스를 접하고는 한번 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인연이 닿지 않아 여태까지 그 조그만 꿈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올 봄에
효마클내에서 분위기가 떴다.
처음엔 효마클내에서 부산 출발팀(15명 이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체력, 위험성, 방사능 등의 문제로 결국 김상근선배와 둘이 떠나게 되었다.
하기야 김선배가 안가면 내혼자라도 갈려고 했어니까 왕따 신세 면하게 해준 선배가
고맙기도 하고 그렇네요
1일차
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리니 새벽 5시 30분
집합장소를 확인하고 식사하러 가니 순두부 된장찌개 등이 모두 14500원
더럽게 비싸다. 이럴줄 알았어면 김밥이나 한 줄 사올건데
그래도 굶을 수 없어니까 순두부 시켜 먹는다. 맛은 그런대로 OK
나고야공항에 도착하여 전용버스로 히라유 온천으로 이동
가이드 포함 총 17명이 4박5일을 함께 해야한다. 대충의 소개를 하고 가이드의 재잘거림을
들어며 4시간 정도 달려 마지막날 숙박지인 히라유온천의 나카무라료깡에 산행에 필요없는
짐을 맡기고 무공해버스를 타고 북알프스의 가미코지로 가서
가스 구입, 입산 신고, 산행보험 가입등을 마치고 첫 숙박지인 묘오진산장으로 출발
가미코지에서 20분정도의 거리에 있는 묘오진 산장은 음식과 숙박이 다음에 잘 산장에 비해
호텔급이다. 상근선배와 나는 선박의 1등실 같은 방에 먼저 찝하고
식사후 조그만 다실 같은 곳에서 시원이 셋을 보내고 잤다.
2일차
아침에 일어나 100년된 최초의 산장을 30분쯤 산책하고 조식후 도시락 하나씩 들고
야리가다케로 향한다.
점심 때까지는 넓은 길에 완만한 경사, 울창한 나무들 그리고 옆을 흐르는 지극히 맑은 계곡물을
따라 거의 산보 모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도쿠사와산장을 지나 점심 도시락을 먹고 조금 걸어니 만년설이 나타난다.
우리와 비슷한 위도에 3000미터급에서 만년설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안했는데
그리고 이 무더운 날씨에 눈을 밟는다는 신기함에 카메라를 눌러댄다.
저 멀리 보이는 계곡에 쌓인 곳을 향해서도
텐구바라 분기점을 지나 가이드는 야리가다케까지 각자 알아서 가라고 한다.
상근선배와 둘이 빡시게 치고 오르니까 일행중 한명이 따라온다.
거의 마라톤클럽 체력을 가진 분이다.
30분을 급하게 치고 오르니 숨도 가쁘고 약간 멍해지며 고산증세가 나타난다.
중턱에 잠시 쉬면서 호흡을 고르고 사진 좀 찍고 출발하여
제일 먼저 야리가다케산장에 도착한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경
산장에 배낭을 내려놓고 야리가다케 정상으로 오른다.
안전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일본산의 전형이다.
간혹 체인과 철계단이 있는데도 오르내리는게 많이 쪼리도록 되어있다.
일본은 가능한 산에 인공보조물을 설치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고자 한다고 한다.
산에서 사고가 나는 것도 모두 본인 책임이므로 각자 알아서 등산을 하든지 말든지
그래서 산행중인 일본인 95%가 헬멧을 착용하고 있고
야리가다케 정상으로 갈 때는 안전벨트에 자일까지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사람은 단 한명도 헬멧을 쓰지 않았다.
한국인은 용감했다. 일본인이 보기에는 무모했을거고
3180m이고 일본인이 후지산보다 저 좋아한다는 야리가다케 정상을 올라
주위 경관을 둘러보고 인증샷도 찍고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내려와 한잔에 500cc도 안되는 생맥주를 만원씩 주고 폼 한번 짓고
3060m 고지에 있는 산장에서 저녁 식사후 나와서 시원이 둘이와 같이 놀다가
일행과 어울려 캔맥주로 마무리하고 취침
3일차
새벽 5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북알프스의 주 능선을 타기 시작
오오바미다케(3101m), 나가다케(3084m), 미나미다케(3030m)를 거쳐
능선 최고 위험구간인 다이기렛또를 통과하여 기타호다카다케(3160m), 가라사와다케(3110m)
를 오른 후 3박째인 호다카다케산장에 도착하였다.
중간에 미나미다케산장에서 두 사람이 하산하고 기타호다카다케를 앞두고 또 한사람이
기력 소진으로 하산 조치하였다.
날씨가 좋아 능선의 조망을 정말 좋았으나 길 전체가 너덜지대와 암벽구간이어서
피로도가 높았어며 또한 안전 장치가 허술하여 많은 긴장을 요구하는 구간이었다.
만약 비라도 왔어면 산행이 힘들었을 것 같았다.
나한테는 비가 왔어면 더 즐거운 산행이 되었을텐데 끝까지 비를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산장에서 하나 남은 시원이를 보내고 일찍 잤다.
산장은 대부분 8시 또는 8시30분 소등한다.
4일차
이른 새벽 북알프스의 최고봉 오쿠호다카다케(3190m)를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마에호타카다케 중턱에 배낭을 두고 정상으로 올랐다.
일행중 일부만 갔는데 정상에서의 조망이 끝내줬다
그 동안 지나온 북알프스의 연봉이 한 눈에 들어왔고
멀리 후지산의 모양이 뚜렸이 보였다.
지금부터 하산길만 남았다
하산길도 만만찮았다. 외길이어서 한 사람이 어정거리면 길게 줄이 늘어선다.
끝도 없는 하산길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다케사와산장에 도착
점심으로 카레를 먹고 또 생맥 한잔
두어시간을 더 걸어 출발지인 가마코지에 도착하여 계곡물에 발 한번 담구고
버스로 히라유로 이동하여 나카무라료깡에 도착
방 배정 받고 야외온천욕하고 식사
이후 노천 온천에 발 담구고 종류별 맥주를 3차에 걸쳐 공수하여 밤 늦도록
일행들과 재잘거리다 취침
3000m 고지에서 잘 때는 수시로 잠이 깨였는데 간만에 푹 잤다.
5일차
아침에 다시 노천온천에 가서 노닐다가 식사후 나고야로 이동
중간에 나카야마에 들러 새벽시장 같은 곳을 둘러보며
유명하다는 소고기 꼬지에 생맥으로 아침부터 해장
등산용품점인 마무트 산장에 들러 필요한 것 일부 사고
오후 7시 50분에 인천국제 공항에 도착
곧바로 부산오는 리무진 타고 노포동에 1시에 도착하여
4박5일간의 일본 북알프스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에필로그
여행이나 산행은 혼자 가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즐김이 있지만
여행사를 통한 이런 여행은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야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 같다.
효마클의 많은 회원들이 멋진 일본 북알프스의 풍광과 위험구간의 짜릿함을 함께 하였어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나라 지리산처럼 흙길의 보드라움은 없지만 3000m급의 능선을 걸어면서
주위를 조망하고 간혹 살 떨림도 느끼고 내 나름의 즐거운 산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되면 담에 또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6월말경 눈이 능선에 그대로 있는 상태로 겨울산을 느끼며 다시 밟고 싶다.
내가 가진 올림푸스 디카의 상태가 좋지않아 선명한 사진이 거의 없다.
간혹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있는데 조만간 올릴건데
먼저 상근이 행님이 찍은거 좀 올려주소
첫댓글 비라도 함 왔으면 더 좋았을낀데 아쉽겠네ㅋ 그라고 만만한 산이지만 등산중엔 술좀 줄이라 ㅋㅋㅋ
선두조로 중간의 하산없이 종주 완성! 장하다, 우리 효마클 회원. 언제 기회가 되면 일본 말고 다른데 같이 함 가자.
담에 1000m 급 정도 산으로 해서,나도 데려가줘라.난 이제 혼자다니기엔 산이 제일 무서워~~
여행후기가 출장보고서 느낌이네요. 가는곳마다 시원이로 흔적남기고.ㅎ 좋으셨겠네요. 참고로 인천공항 가시는분들을 위한 팁 하나.. 식당 이용하실때 지하로 가세요. 거기에 공항 근무자들을 위한 식당하고 여러 시설이 있는데 가격은 절반에 품질은 비슷합니다.
효마클이기 때문에 아주 쌔피(=새 발의 피)하게 다녀오신 것 같습니다.ㅋ
패기가 느껴집니다.
저도 훈련 좀 해서 헬멧쓰고 한번 가고 싶네요.
지난번 부산의 산악회서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그곳인가요?
정상으로 오르는 사진만 봐도 오금이 저립니다. 무사히 안전 산행하심을 축하 축하! 대단들 하십니다.
김원장님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시네요 .. 소는 누가 키웁니까? ㅋㅋ ..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즐감하고 갑니다.
고레와 젠부데스까?
실감나는 사진 보니 올라가고 내려가는 기 장난 아니네... 머한다꼬 그 먼데까지 가서 그 고생을 하요!!!
김원장이 쪼린거본께 험하긴 험한갑네~ㅋ ㅋ
돌산이 많네요.. 우거진 울창한 원시림을 상상했는데..
덕분에 알프스 잘 봤소 마눌과 오두막 지어서 살고싶다 ???
야리가다케산, 신세가 이쁘게 흉칙스럽네. 내가 따라갔더라면 오르긴 올랐어도 내려오질 못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