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연애하는 밀라논나, 장명숙 디자이너
수의예과 202013479 손민주
젊은 세대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의 앞으로의 인생에 관한 고민이 가장 클 것이다. 내 삶의 목적성과 방향성은 과연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차근히 꾸려나가야 하는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또한 거듭된 좌절을 경험함에 따라 점점 꿈에서부터 멀어지는 나의 모습에 무감각해진다. 급기야는 목적성과 방향성을 잃어버려 무기력해지기 일쑤다. 청년들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여기 69세의 한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 디자이너의 모습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탈리아 지역 ‘밀라노’와 이태리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논나’를 합친 밀라논나. 그분이 보여주는 언행과 삶을 대하는 자세를 통해서, 큰 용기와 도전의식을 받을 수 있었기에 나의 롤모델로 선정하였다. 밀라논나, 장명숙 디자이너의 인생은 다음의 두 가지 관점에서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어주고 성공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로 밀라논나는 자신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대한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모토를 “내 자신과 연애하기”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리고 이에 걸맞는 노력과 열정을 쏟는다. 장명숙 디자이너는 우리나라 최초의 밀라노 유학생이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뛰어나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싶었지만 이화여대 장식미술과를 졸업하자마자 보수적인 아버지는 서둘러 딸의 결혼을 추진하셨다. 준비 중이었던 유학을 포기하고 가정주부로 지내던 어느 날, 장명숙 디자이너는 자신이 고여있는 물처럼 느껴졌다.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삶에 무한한 갈증을 느껴 이탈리아 유학행을 결심한다. 돌채 앤 가바나의 창시자를 비롯해 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마랑고니 패션 스쿨을 졸업한 이후, 40년 동안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삼풍백화점을 비롯한 여러 백화점의 패션 고문, 바이어, 무대의상 디자이너 그리고 대학 교수까지 활약하였다. 두 나라의 교류 공헌을 받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 받기도 했다. 68세의 나이로 2019년에는 유튜버 ‘밀라논나’로서 패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녀가 자신 스스로를 무한 가능성의 잠재력과 가치를 지닌 주인공으로 대한 태도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한다. 백화점의 고문으로 일할 당시 하루 4시간 밖에 잠들지 못할 정도로 쉴 틈 없이 바삐 보낸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인생의 가치를 향한 자신의 열정과 꿈이 있는 주인공으로 대하는 태도를 통해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밀라논나의 삶에는 타인과 세계를 향한 마음이 있다. 자신과 연애하자는 모토와 맞게 본인이 선택한 길에 몰두하다 보면, 자칫 자신만을 위하고 생각하는 태도가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밀라논나는 주변을 늘 둘러보고 안타까워하고 응원해주고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 밀라논나의 유튜브 채널 ‘논나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 속에는 고아원에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명숙 디자이너의 모습이 소개된다. 특별한 기념일인 만큼 파티나 다른 개인적인 활동으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밀라논나의 선행은 20년 넘게 이어져 왔다. 현재 유튜버 ‘밀라논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많은 어려운 곳을 향한 기부금으로 쓰이고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화려한 이력을 소개하는 채널로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었겠지만, 밀라논나의 채널에서 패션이란 밀라논나의 가치관과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을 보여주는데 매개체로서 더 많이 기능한다. 그녀의 채널에 젊은 세대를 위한 여성 롤모델이 등장하여 행복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인 것을 통해 많은 사람이 밀라논나에게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타인뿐만 아니라 환경을 향한 그녀의 생활 속 실천도 엿볼 수 있다. 공항 수하물표의 끈끈이 부분을 재활용해 옷 먼지를 떼는 모습부터 모든 옷과 장신구를 오래 간직하고 사연을 다 기억하는 모습까지, 인위적인 모습이 아닌 오직 오랜 기간 동안 밴 그녀의 근검절약한 모습은 잔잔한 울림을 일으킨다. 화려한 디자이너 이력보단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또 자신의 뜻과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는 인생 선배로 활약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주는 모습이 70에 가까운 나이에 디자이너이자 유튜버로서의 제 2의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밀라논나’ 채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올해 2020년 초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어쩌면 성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민 나에게 밀라논나는 나에게 롤모델로 다가왔다. 앞으로 닥쳐올 무수한 인생의 갈림길 속에서 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고 나의 꿈과 가치를 위한 선택을 하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나 자신과 연애하기’라는 밀라논나의 모토처럼 나의 생각과 가치가 단단해지는 방향으로 내 삶을 이끌어 나가고 싶어진 것이다. 하지만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과 세계를 위해 생각하는 영원한 가치가 내 삶에 스며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밀라논나가 보여준 삶 속에서의 지혜와 자신을 주인공으로 여기고 그에 맞추어 따라온 열정적인 노력의 모습은 ‘참 멋있는 삶이구나’하는 나의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자기 자신과 타인과 자연과 환경 그 모두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소중하게 대하는 밀라논나, 장명숙 디자이너를 인생 선배로서 여기고 오늘도 열심히 나의 길을 걸어가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