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개월 연속 한국랭킹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신진서 9단과 40개월 연속 중국랭킹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커제 9단.
한국기원, 중국바둑협회에 공식 제안
1승당 10만달러, 성사 여부는 불투명
"신진서 9단과 커제 9단의 10번기를 제안합니다."
한국기원이 중국바둑협회에 이 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지난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두 기사 간의 대결은 ▲양국을 오가며 5판씩 대면 대국 ▲1승당 독식 상금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 ▲10번기의 승자가 결정되어도 전 판 진행 등의 조항을 제시하고 중국 측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한ㆍ중 바둑계의 일인자인 신진서-커제의 10번기는 지난해부터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신진서 9단 측의 의사를 타진하는 등 한국기원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나아가 지난달 농심신라면배 우승을 결정한 신진서 9단은 대회 중 듣기 불편한 커제 9단의 발언을 접하고서 "커제 9단과의 10번기는 무조건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커제 9단도 SNS로 "상금은 승자 독식으로 하자"는 등의 신경전을 벌였다.
▲ 한국기원(왼쪽)과 중국기원.
그렇다면 공을 넘겨받은 중국바둑협회는 어떤 대답을 줄까. 당장 오케이 사인을 던져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성사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한국기원은 수개월 전에도 구두로 10번기를 제안했지만 중국 측에서 난색을 보인 바 있다. 최근 상하이 봉쇄령을 내리는 등 코로나 시국이라는 점은 큰 걸림돌이다.
올해는 아시안게임 바둑 경기가 열리고 신진서 9단과 커제 9단이 춘란배 8강에서 맞대결을 앞두고 점도 10번기 개최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 분위기는 한국만큼 뜨겁지는 않은 모양이다. 도발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없지 않은 것 같다는 현지 전언도 들린다.
중국 바둑계에서 기성으로 추앙받고 있는 녜웨이핑 9단은 두 기사 간의 10번기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고, 커제의 컨디션도 우려되어 당분간은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자국 랭킹에서 각각 27개월 연속, 40개월 연속으로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신진서-커제의 정면승부가 최고의 흥행카드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기원은 한ㆍ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8월 24일에 맞춰 역사적인 10번기 시작을 희망하고 있다. 과연 중국바둑협회가 긍정적인 회신을 줄지 자못 궁금하다.
▲ 통산 상대전적은 신진서 9단이 7승11패로 뒤져 있고, 가장 최근의 두 판은 신진서 9단이 승리했다. 사진은 두 기사가 대면으로 벌였던 마지막 대국인 2019년 10월의 LG배 준결승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