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키운 ‘적토우’ 명품한우 반열에 오르다

전남 장흥군 용산면 월송리 일명 쇠똥구리마을에 사는 한창본 씨(47)는 4년 전 840㎏짜리 소를 서울의 한 백화점에 무려 1680만원이나 받고 팔아 관심을 끌었다. 당시 이 한우는 부위 구분 없이 ㎏당 2만원에 납품됐다. 해당 백화점은 안심, 등심 등 고급부위만 ㎏당 16만원에 판매했다.
지난 1999년 고향인 장흥으로 귀농한 그는 한우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 토종 쌀과 참다래 등을 유기 재배해 얻은 부산물을 소에게 먹이는 자연순환농업을 한다.
13년째 고향에서 붉은 쌀(적토미), 검은 쌀(흑토미), 녹색 쌀(녹토미) 등 유기농 기능성 쌀을 6만㎡(약 1만8150평)에서 재배하고 있다. 특히 적토미는 키가 150㎝나 돼 재배가 어려운 한국 토종쌀로 고대미(古代米)라고 불린다. 또한 그가 키운 한우는 적토미 볏짚 등 ?기농산물을 먹고 자라‘ 적토우(赤土牛)’라는 명성을 얻었다.
유기농 한우 1마리가 2000만원?지난 7월 한창본 씨는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그가 화순 도축장에 낸 소는 무게가 1t(1000㎏)하고도 16㎏이 더 나갔다. 가격도 2032만원이나 됐고, 한씨가 가진 4년 전 최고가 기록을 또 깼다. 당시 이소는‘ 자연명가’라는 쇼핑몰업체에 판매됐다.
한우 1마리가 2000만원이라면 일반 소가 700~800만원인 것과 비교해 두 배가 훨씬 넘는 가격이다. 한씨는“ 농장의 적토우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행복하고 건강하게키웠다”며“ 쏟은 정성과 풸인 사료값 등을 따지면 큰 이익이남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된 송아지를 250만원에 사다가 46개월간 길렀다고 한다. 이때가 영양성분이 균형을 잡고 쇠고기 맛이가장 좋을 시기라고 한다. 그러니 일반 농가에서 6개월짜리 송아지를 구입한 후 보통 24개월간 사육해 출하하는 것에 비하면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농장까지 찾아와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손사래를 치며‘ 유기한우를 키우면 망한다’고 하는 이유다.하지만 그는 유기한우를 사육해 수익을 내는 방법도 있다고 귀뜸한다. 28개월에서 30개월간 꿀기농 배합사료를 먹여 단기 비육하는 방식으로 일반 유기한우를 생산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씨가 고집하는 명품 유기농한우 사육 비결이자 철학은‘ 느리게 키우는 것’이라고 답한다.
“옛날 한우 맛을 내고 소비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장기간 사육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마블링을 위해 비육후기에 농후사료를 집중 급이하지만 적토우는 철저하게 제한급이를 합니다. 그래서 장기비육을 해도 일반 비육할 때와 사료량은 같아요. 느리게 천천히 키워도 육성기에 사양관리만 잘하면 고품질한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고대미·참다래 먹이고, 자연순환농법으로 사육 월송농장에 들어서니 한씨가 661㎡(약 200평) 넓이 축사에서 한우 30마리에게 볏짚을 먹이고 있었다.소들이 먹는 것은 일반 볏짚과 다른 유기농 고대미볏짚이다.또 후식으로 거의 야생 상태로 재배한 유기농 참다래까지 먹인다.
2007년 12월에 전남에서 최초로 유기 축산 인증을 받은 월송농장은 안성농협의 유기농 배합사료를 급이한다.
그는‘ 적토우’가 까다로운 유기농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라 비싸기도 하지만 이보다 전통적인 자연순환농업을 추구하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다고 말한다.
“소의 분뇨로 만든 퇴비로 토종쌀을 재배하고 여기서 나온 유기농 사료를 3~4년씩 먹이는 자연순환농업을 도입했습니다. 적토우들은 일반 한우보다 두 배로 넓은 축사의 운동장에서 뛰놀며 동물복지개념을 적용해 건강하게 키우죠.”이렇게 키우다 보니 생산비를 추산하면 소 한 마리당 대략 1350만원이나 든다. 따라서 이 같은 사육방식은 월송농장처럼 자연순환농업 기반을 갖춰야만 가능한 셈이다.
그는 원래 풀을 먹고 자라는 가축들이 곡물 사료인 옥수수를 먹고 자라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불균형을 초래하고,이를 풸은 사람에게 각종 질병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 래서 그는 유기농볏짚과 라이그라스 등 조사료와 유기농 배합사료를 7:3 정도 비율로 급이한다. 생산 단계에서 소비자의 건강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 농사 철학’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중화 전략, 판로 확보 관건 사실 그동안‘ 적토우’가 최고가를 냈다는 것만 주목받다보니 시기어린 눈총도 받았다. 요즘 들어서는 FTA와 한우값 하락으로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자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심적으로 응원하는 한우농가들도 적지 않다?. 하지뢸 아직까지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볼 뿐 동물복지형 유기축산에 선뜻 동참하겠다는 사람은 찾기어렵단다.
“새로운 시도로 관행을 깨고 앞장서서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은 정말 힘듭니다. 만약 적토우를 도축하기 전에 판매 예약이 끝나거나 도축하자마자 전부 팔린다면 문의가 쇄도하겠죠. 사실 나 같은 생산자는 홍보나 마케팅 방법도 잘 모릅니다.앞으로 유기한우의 판로를 확보하고 시장을 키우는 것이 문제죠!”그는 아직까지 유기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낮아 시장성이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토로?다. 요즘도 한씨는 명품 유기농 한우의 판로확보와 시장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명절선물세트용으로 60만원을 호가하며 유명 백화점에서만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적토우’를 일반 소비자가 먹기란 쉽지 않다.
그는 또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생태자연순환법으로 사육된 전통 한우 고기 맛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그의 뜻에 장흥군청도 발 벗고 나섰다. 현재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장흥축협에서 계약을 통해 도축과 가공, 배송을 대행하고 있다.
장흥군청이 운영하는 쇼핑몰‘ 장흥몰’?서 ?얰래로 판매해 유통마진도 줄였다. 소비자 가격은 생산원가와 유통비에 따라 부위별로 책정하며, 장흥몰의 경우 백화점에비해 25~30% 저렴한 가격을 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동물복지형 유기축산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위별로 판로를 찾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여긴다. 이를 위해 홍두깨 부위로 만든 유기농 명품 수제 육포를 상품화하는 한편, 설도 부위는 유기농 이유식 원료로 납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육에 이어 유통까지 시도하고 있는 한씨는 자연순환농업이 확대돼 국내 유기한우의 격이 더욱 높아지면 세?로의 수출 길을 여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의 010-6262-6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