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와 로고의 전쟁]
글로벌 파르테논 디자인 1
 
자동차·로고·엠블럼까지
다양한 분야서 모방
 
삼각형 박공·신전 아래 3단 기단 단순화, 고대 전승의 상징, 자유·평화의 상징으로
웅장한 신전 기둥 연상시키는 판테온 그릴, 신이 된 듯 최고의 승차감 선사한다는 의미
프랑스 ·오스트리아 국회 로고, 신전 이미지 중앙에 배치…국기 컬러 배색
신전 이미지가 십자가 떠받치는 모양,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강한 의지 담겨

롤스로이스 팬텀의 과거
 롤스로이스 팬텀의 과거(위 사진)와 현재 |
고대사회에서 외세에 대항하는 힘의 원천이자 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파르테논 신전은 비단 건축에만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오늘날 잘 알려진 제품에서부터 로고나 엠블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모방되고 있다.
①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Rolls Royce)’는 영국 최고의 수제 고급 승용차 브랜드다. 1908년 비행사이자 카레이서였던 할스 롤스와 전기기술자 겸 엔지니어 헨리 로이스가 만나 두 사람의 이름을 딴 자동차·비행기 엔진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로고도 역시 두 사람 이름의 첫 글자를 딴 ‘RR’을 사용한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최고 기술자의 손으로 만드는 롤스로이스의 매력은 보닛 위의 여신상과 그 아래 라디에이터 그릴(Grill)의 특별함에 있다.
모든 자동차의 얼굴에 해당하는 3요소를 꼽으라면 그릴과 헤드램프 그리고 보닛 위의 엠블럼이다.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기의 통로이자 엔진의 열을 식혀주는 그릴은 전면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에는 다 있지만, 그릴이 특별한 이유는 브랜드마다 독특한 고유 모양을 사용해, 엠블럼이 보이지 않는 먼 거리에서도 이것만 보면 충분히 식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릴 자체가 곧 전통이고 브랜드인 셈이다. 두 개의 신장처럼 생긴 BMW 키드니(Kidney), 아우디 싱글프레임(Single Frame), 렉서스 스핀들(Spindle), 현대 헥사고날(Hexagonal) 그릴 등이 유명하다. 롤스로이스는 판테온 신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판테온 그릴’을 장착하고 있어 명품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릴과 함께 롤스로이스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한 귀족이 사랑의 증표로 남기기 위해 유명 조각가에게 의뢰해 여자 친구의 모습을 담은 엠블럼이다. 당시 의뢰 받은 조각가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니케 신상에서 영감을 얻어, 1910년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가린 매혹적인 자태의 ‘위스퍼(Whisper)’라는 엠블럼을 만들었다. 이 엠블럼을 부착한 롤스로이스를 ‘속도의 영혼(Spirit of Speed)’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로고는 처음엔 맞춤식으로 판매했지만, 수요가 늘면서 아예 기본 사양으로 양산됐다. 차를 타면 누구나 환희를 느낀다 하여 ‘환희의 여신’으로 불린다.
그릴 사이로 보이는 바(Bar)가 마치 웅장한 신전의 기둥을 연상시켜 운전자에게 신이 된 듯한 최고의 느낌과 승차감을 선사한다는 콘셉트다.
 유네스코 로고 |
② 유네스코
유네스코(UNESCO)는 1946년 파리회의에서 창립된 유엔 산하기구로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이 기구는 유엔헌장에 선언된 자유·평화·인권·법치·보편적 정의를 추구하고, 빈곤 근절과 교육·과학·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다. 처음에는 북극에서 본 지구 이미지를 승리의 상징 올리브 잎으로 둘러싼 ‘유엔(UN) 로고’에 각각 ‘UNESCO(위)’와 ‘Paris 1946(아래)’을 추가한 이미지를 사용하다가 1954년부터는 현재의 로고(사진 1 )를 쓰고 있다. 모양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듯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유네스코는 1978년부터 세계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유산이 다름 아닌 파르테논 신전이다. 고대의 전승 상징이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인류 최고의 가치인 세계 평화와 자유를 수호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신전의 지붕에 해당하는 삼각형의 박공과 신전 아래 3단의 기단을 단순화시켜 표현했고, 중앙의 기둥을 대신해 유네스코의 영어 철자를 길게 디자인해 매우 특별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프랑스 국민의회 로고

오스트리아 국회 로고 |
③ 국회
앞서 소개했던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국회 로고(사진 2,3 )는 고전미에 세련미를 가미한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된다. 둘 다 파르테논을 닮은 의사당이어서 신전 이미지를 중앙에 위치시키고, 그 아래로 국기를 배치해 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가 두 나라에 깊게 뿌리 내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 청·백·적의 삼색으로 채색한 프랑스 국기와 신전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국기 이미지가 돋보인다. 게다가 오스트리아 국회의 기둥과 신전 배경 위에 아테나 여신상을 흑·백 대비로 표현함으로써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그리스 축구국가대표팀 엠블럼 |
④ 그리스 축구 국가대표
2500년 전 파르테논 신전은 오늘날 그리스 축구 국가대표팀의 엠블럼(사진 4 ) 안에도 우뚝 서 있다. 전반적인 문양은 그리스 국기와 사뭇 유사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로고는 국기를 세로로 세운 것처럼 보이는데, 파르테논 신전을 단순하게 형상화한 이미지가 십자가를 떠받치고 있고, 그 위에는 그리스인을 뜻하는 ‘헬라스(ΕΛΛΑΣ)’가 새겨져 있다. 이 엠블럼은 고대 전사들이 목숨을 걸고 조국과 민족을 지켜낸 것처럼 조국수호의 정신을 계승하고, 승리를 재현하려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와 염원을 나타낸다.
<윤동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클래식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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