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산자락 아래” 위치한 집은 낮에도 어두컴컴해서 불을 밝혀야 했습니다. 화자는 그 집에서 사연 많은 여인 곁에 머물며 유월을 보냈습니다. 유월은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이자 세상 모든 것들이 절정을 향해 피어나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갓 성년에 접어든 청춘에 비유될 수 있는 시기이지요.
그 시절의 독서는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 속을 살다 나오게 됩니다. 화자는 “그 집의 불빛”이 “여자의 눈 밑 점처럼 돋아”날 때까지 “유목과 노을의/ 페이지마다 침을” 묻혀가며 읽었다고 고백합니다. 눈 밑에 점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