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 『최소한의 한국사』 서평,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역사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국사는 시험을 위한 과목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시험 기간에는 열심히 외웠지만,
시험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대부분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뉴스를 보거나 다큐멘터리를 시청할 때,
또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역사적인 배경이 나오면
기본적인 흐름 정도는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두꺼운 한국사 책을
처음부터 읽기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고,
시간적인 여유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듣게 된 오디오북,
바로 최태성의 최소한의 한국사 였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처럼 핵심 내용만
간단하게 정리한 입문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예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었는데도 부담이 없었고,
내용도 생각보다 잘 넘어갔습니다.
어렵게 공부한다는 느낌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기분으로 들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습니다.
고조선부터 조선까지는 시대를 대표하는 왕과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근현대사는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흐름을 설명합니다.
덕분에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한국사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시험을 위한 암기가 목적이었다면,
이 책은 사건과 인물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읽다 보니 의외로 재미있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함흥차사'라는 말의 유래나
서울 사대문의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등장합니다.
이런 내용 덕분에 역사책이라기보다
흥미로운 교양서를 읽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짧은 문장이지만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단순히 옛 문화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친 절약도,
과한 소비도 아닌 균형 잡힌 삶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었습니다.
또 하나 깊이 공감했던 문장은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역사를 왕조와 연도,
사건을 외우는 학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나니
결국 역사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선택과 고민,
실패와 성공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과거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물론 이미 한국사를 깊이 공부한 분들에게는
다소 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한국사를 오랜만에 다시 정리해 보고 싶은 사람이나,
부담 없이 교양으로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시작하기에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는 외우는 과목'이라는
오래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사를 다시 보게 된다면
예전처럼 시험공부를 하듯 듣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마음으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사를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너무 두꺼운 역사책을 선택하기보다
최소한의 한국사처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시작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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