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 같은 文 대통령 인기에 언론도 주눅 들어 영합하고 있다.
비판없는 찬양은 정권에도 毒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인을 폄하한 발언을 사과했다.
네이버 창업자를 스티브 잡스만 못하다고 깎아내렸다가 혼쭐이 났다.
여기에 묻혔지만 또 하나의 舌禍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잡스에 빗댔다.
대통령이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장점이 많지만 아무리 궁리해도 혁신가 이미지가 떠올리진 않는다.
뭐가 '제2의 잡스'라는 걸까.
이렇게 말아 올리면 대통령도 좋아할 거라 생각했을까.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손발이 오그라들 기사가 들렸다.
'우리가 몰랐던 문 대통령의 장기기증 서약에 고나한 내용이었다.
기사는 3년 전 문 대통령이 '아무도 모르게' 신청서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명 존중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신 대통령'이라고 썼다.
3년간 알리지 않은 서실을 왜 지금 공개한 걸까.
아무리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지난달 포털 사이트에선 '고마워요 문재인'이 검색 1위에 오른 일이 있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기획한 취임 100일 선물이었다.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약속된 검색 키워드를 늘렸다.
극성 팬들이 아이들 가수를 띄우는 수법이었다.
문 대통령도 셀카봉 동영상을 띄워 화답했다.
반려묘 얘기며 소소한 청와대 생활도 공개했다.
이름만 가리면 연예인 팬 카페로 착각할 만했다.
문 대통령의 인기는 정상급 아이돌을 방불케 한다.
연예인의 팬덤(열광적 추종)을 뺴다 닮았다.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우리 이니'로 부른다.
대통령의 등산복이 화제에 오르고 낡은 구두에 갑론을박한다.
'문템(문재인 아이템)'과 '이니굿즈(문 대통령 사용제품)'가 유행을 탄다.
인기 작곡가가 만들었다는 대통령 헌정곡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최초의 대통령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전임자에 대한 반작용이 컸고, 청와대의 이미지 고나리도 능란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상품성'이 좋다.
감성에 호소하는 대중 소통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고공 지지율이 곧 국정에 대한 지지는 아니다.
'문재인 현상'은 일종의 문화 트랜드다.
개별 정책 이슈로 들어가면 반대가 만만치 않다.
사드나 북핵, 탈원전 등은 반대 의견이 더 많다.
대중이 지지하는 것은 정책이라기보다 이미지와 스타일이다.
70% 지지율은 경이로운 수치다.
그렇다고 수치 자체가 절대화돼선 안 된다.
지지율에 취하면 나라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지금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지지율을 만능검이라도 되는 양 휘두른다.
이견을 묵살하고 비판을 적폐로 규정한다.
반대하면 '정권교체에 불복하느냐'고 몰아붙인다.
'코드 인사'를 치닫는 것도 지지율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지지율이 국정의 일방통행을 합리화하는 명분이다.
대통령의 극성 추종자들은 완장 찬 홍위병 행세를 하기도 타깃을 찍어 문자폭탄을 모내고 집단 공격을 퍼붓는다.
'이니(문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다 해'가 이들의 구호다.
이들에게 문 대통령은 절대선이다.
정책의 시시비비는 따지지 않는다.
맹목적이고 무조건작인 추종만 있을 뿐이다.
세상이 뒤집혀도 할 말은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런데 언론도 高空 지지율에 주눅 들었다.
감시와 비판은 커녕 영합과 미화가 난무한다.
북핵 와중에 대통령이 산에 올라도 언론에선 서민적 푸옴가 강조된다.
러시아에서 빈손으로 돌아와도 외교 성과를 따지는 기사는 찾기 힘들다.
국정 비판은 줄어들고 대통령 일상을 중계하는 '가십 저널리즘'이 판치고 있다.
대통령 안경테가 바뀐것이며, 애완견 근황까지 포털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방미 때 방명록에 '대한미국'이라고 잘못 썼다.
이걸 보고 어떤 매체는 '전략적 실수'라는 기발한 해석을 붙였다.
대통령 부인의 한복이 '너무 우아해 국격을 높혔다'고 쓴 언론도 있다.
국정과제 발표된 날, 어떤 신문의 제1면 제목은 '정의로운 5년으로 간다'였다.
한 지방지는 '함께 부르는 문용비어천가'란 칼럼까지 실었다.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이걸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 국정 운영에 정색하고 날을 세우는 언론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것도 모자라 지상파까지 장확하겠다고한다.
KBS.MBC를 손봐야 한다는 여당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이들 방송이 정권에 각을 세운다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
그런데도 코드가 더 맞는 사장을 앉히겠다는 뜻일 것이다.
민영방송 회장은 과거에 대한 '반성론'을 내놓고 돌연 사퇴했다.
이 모든 것이 오비이락일까.
온 나라에 문용비어천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당장은 정구너도 편할 것이다.
하지만 비판없는 찬양은 결국 독으로 돌아온다는 게 동서고금 진리다.
문재인 정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박정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