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8개 국어 습득한 '달인' 구체적 목표 있으면 외국어도 술술 한국어에 관심 많은 외국인 만난 후 교육 사이트 개설해 전도사로 활약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한글이 참 예쁘고 독특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요. 앞으로 한국어의 우수성을 더 많은 외국인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선현우(32세)씨의 하루는 온통 한국어에 관한 것뿐이다. 그는 2009년에 한국어 무료교육 사이트 '토크 투 미 인 코리안(Talk To Me In Korean)'을 만들어 지금까지 수많은 외국인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알리고 있다. 사이트에는 현재 160여 개국에서 30만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최근에는 K팝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더욱 늘고 있다.
그는 한글날을 기념한 재미있는 행사도 유튜브에서 몇 년째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글날 축하 메시지를 한글로 직접 적거나 한글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 사진으로 찍어 보내라는 과제를 줬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영국과 인도네시아 등 30여 개 나라에서 240여 점의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그냥 넘기기엔 아까워 작품들을 모아 지난해 숙명여대에서 '한글날 전시회'도 열었다. 올해는 한글날 기념행사를 멕시코시티에서 연다. 그곳에서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계획 중이다. 그는 "한글이라는 문자가 만들어진 생일을 기념하는 한글날 행사에 대해 외국인들도 신기해하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10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한국어 전도사' 선현우씨를 만나봤다.
◇독학으로 8개 외국어 구사
그는 초·중등 때만 해도 언어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고1 무렵. 목적의식이 생기자 영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먼저 그날 배운 것은 머릿속에 넣지만 말고 활용해보자고 생각했고, 매일 익힌 것을 쓰고 말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그러자 2년 만에 유학 경험이 없는 학생들끼리 겨루는 외국어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순수 국내파였지만 외국어 특기자 전형으로 고려대 불문과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도 '저건 영어로 뭐라고 말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찾아보곤 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영어라고는 한마디도 못하던 상태에서 2년 만에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외국어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은 어떻게 하지' '이 말보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했다. 그렇게 하나씩 외국어를 공부해 나가자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언어의 수가 계속 늘어갔다. 현재 그는 영어·일본어·프랑스어는 번역을 할 수 있을 수준에 이르렀고, 중국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인도네시아어·이탈리아어도 원어민과 무리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더 대단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이뤘다는 점이다.
▲ EBS‘ 귀가 트이는 영어’의 진행자이자 한국어 교육사이트 운영자인 선현우씨가 한 글이 적힌 조형물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종연 기자 jjong@chosun.com
"외국어 공부를 할 때에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해요. 그 목표에 따라 공부방법을 세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저는 많은 나라에서 외국인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 회화 위주로 공부했어요. 그리고 공부한 것은 반드시 활용해야 하죠. 예컨대 '~하고 싶다'라는 문장을 익혔다면, 수십 가지를 대입해서 다른 문장을 만들고 말해보는 거예요."
◇외국어 달인에서 한국어 전도사로
선현우씨가 한국어 전도사로 활약하게 된 것도 바로 외국어 공부 때문이었다. 지난 2007년, 그는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마음을 먹었다. 학원에 가기는 싫어 '스페인어를 하시는 분 중 서울에 계신 분 연락해주세요'라는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런데 많은 외국인이 '나도 당신처럼 외국어인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게 시작이었다.
"한국어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외국인들은 한국어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해요. 그런데 한국어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상에 많지 않더라고요. 연예인에 대한 정보는 많은데 한국어 자체에 대한 것, 문화에 대한 것은 누군가가 앞으로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동영상을 떠올렸다. 재미있게 영상을 만들면 많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편하고 즐겁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토크 투 미 인 코리안'을 만들자고 계획하고 마음에 맞는 동료 2명과 함께 내용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매일 바쁘게 움직였다.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이 있었지만, 보람이 컸기에 견딜 수 있었다. 그는 "처음 홈페이지를 개설할 당시만 해도 회원 수가 몇천 명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늘어갔다. 제가 만든 동영상으로 한글을 익힌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고, 한국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들을 위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요즘 국어는 등한시하고 외국어만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나 저는 한국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정말 우수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답니다. 많은 외국인도 한국어를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