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인간들 같으니..훌쩍."
패엥~!!
코맹맹이 소리가 한 차례 지나간 후에 요란스런 코푸는 소리가 따라 붙었다.
"해도해도 너무하다구. 비행정 잃었지, 엄마한테 야단맞게 생겼지, 엄마한테 혼난 아빠한테 다시 야단 맞을 게 뻔한 나를....크윽..."
슬레이어즈를 비롯한 여타 애니에서 흔히 등장하는 '동료에게 맞는 매는 심해봐야 반창고 흔적만 남기고 반드시 치유된다.' 의 법칙을 따라 메테오로 두드려 맞고도 기사회생한 레아드는 계속 훌쩍거렸다.
"..흐윽....내가 살다 살다 이런 대접은 정말 처음이야. 쿨쩍, 패엥~!!"
"모래쑈 운운했을 때 네 녀석의 운은 끝난거야.--+"
실루릴이 나직하게 쏘아부쳤다.
당췌~ 모래를 뒤집어써서 더 열 받은 아가씨, 청년에게 모래쑈를 거론하다니...
자세가 틀려먹었다, 당신...;;
"그래~~늬들 정말 잘났다. 이런 걸 친구라고...어엉."
"닥치고 걸어. 사막에서 징징대서 수분 낭비하다 쳐져도 절대 안 끌고 가줄 거니까"
현실적인 충고와 협박이 함께 날아들자 겨우 조용해진 레아드를 보며 이스파히니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운이 좋아 시지아 사막의 끝자락에 떨어졌긴 하지만 어쨌든 이곳은 눈앞에 보이는 건 모래만 이빠이인 사막인 것이다.
거기다 시지아 사막을 지난다 해도 우다비나와 시반 포트레스를 거쳐 라샤디아를 통과해야지 아드리아노플에 도착할 수 있다.
비행정을 타고 간다면 그다지 힘들지 않을 여정이지만 라샤디아는 말 그대로 정글이다.
돌아가는 길이래 봤자 만만찮게 위험한 자마후자리 뿐.
아드리아노플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면 까마득할 정도다...;;
"떠그랄. 유물을 팔아 치워 경비로 마룡 사는 게 나았겠다."
에밀이 일찍 도착해서 희희낙락 기다릴걸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까지 열이 뻗치는 이스파히니였다.
"제기랄이군...;;;"
"오빠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이스파히니가 들으면 기분 좋아질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에밀 일행 쪽의 상황도 좋진 않았다.
10분을 날았나? 싶은 순간부터 배고프다고 소리소리 지르는 기체에서부터 한심하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동생의 눈까지. 거의 최악이라고 해도 손상이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자동 착륙기능이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지금 이 상태로 어딘가에 착륙하면 비행정은 어떻게 하지?"
에밀이 한 말을 리리스가 받아 마무리 지었다.
아래에 보이는 끝없는 밀림을 보며 둘은 동시에 한숨지었다.
나무 위에 착륙하는 기능이 있다면 이게 비행정이 아니라 라이트 블링거 겠다.
"SOS쳐 놓으면 아빠가 주워가 줄 거야...ㅠ.ㅠ 그담에 용돈 삭감이겠지."
라이트 블링거 이동에 드는 연료비에 비행정인양(?..;;수해도 바다인가..;;)비까지 하면 한 6개월 간은 거지겠군.
"그럼 나무에 걸려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기 전에 어서 뛰어내리자, 오빠."
"알았어. 그럼 뒤에 있는 물건들 좀 잘 챙겨 줘...그런데.....너 뭘 그렇게 바리바리 가지고 온 거야?"
에밀의 짐보따리 위에 포개어진 수박...이 아니라(크윽..여기에 수박이 있을 라나..;;) 코코넛..이 아니라(투르에 코코넛이 있기는 할라나...;;) 어쨌든 사람 머리 하나 크기 만한 짐뭉치를 보면서 에밀이 적나라하게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리리스를 돌아보았다.
순간 뜨끔해진 리리스.
그러나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딸은 지나치게 임기응변이 뛰어났다...;;
"레아드랑 실루릴이랑 연락할 장비."
그거말고도 실루릴에게 대가로 지불해야 할 댄싱 퀸이랑 레아드 보여주려고 가지고 나온 아버지의 샤른 호스트 가면도 있지만...
"나한테 감사하라구. 오빤 이스파히니 님 꼬실 물건들 가지고 나오느라 분명히 통신장비는 안 챙겼을 거잖아."
에밀과 이스파히니의 차이라고는 고작 10일 2시간 35분 에 지나지 않지만 말로 대하는 대접부터가 차원을 달리 한다..;;
마구마구 오빠 갈구기가 시작되려하자 에밀은 한숨을 내 쉬며 리리스를 막았다.
"됐다, 됐어. 알았으니 일단 나가자구. 시지아 사막에 배들어 올 때까지 예기하고 싶냐?"
"어라, 그쪽도 조난이야?"
실루릴이 지난번 나들이 때 레아드에게 빼앗은 M.C 디바이스 접속용 통신기 앞에서 소리쳤다.
M.C 디바이스의 용도 변화에 대해 굳이 알려하지 마라.
아가씨는 무섭다..;;
"응,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화면 저편에서 실루릴에게 분양받은 통신기를 켠 리리스가 에밀이 있는 곳을 고요히 째려 본 후 한숨을 쉬며 대답을 이었다.
"그럼 지금 어디에 있는데?"
"시반 포트레스 근처의 숲인거 같아."
레아드는 아직도 뒤에서 궁시렁 대고 있었지만 이스파히니의 째려보기 어빌리티로 충분히 눌러지기 때문에 실루릴은 레아드에 대한 관심을 끄고 있었다.
"이야 잘 된건지도 모르겠네^^. 이참에 아드리아노플은 포기하고 우다비나에서 놀자. 가끔은 문명의 땅도 애용해 줘야지^^"
그런데 발 들였다가 무슨 난리가 일어나면 뒷감당 할 자신은 있는건가, 아가씨?
"알았어..그럼 여기서 동북쪽으로 가면 되는 거야?"
투르어가 어렵게 꼬불꼬불 적힌 지도를 거꾸로 들고 리리스가 물었다.(어이, 거꾸로 들고 동북이라뇨..;;)
"아니...아마 서남쪽일걸?"
"...;; 북서쪽이야, 실루릴."
이스파히니가 외알 안경을 밀어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들은 방향치였다.
그것도 심각한.
이쯤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부모에 상황이 궁금해져야 할 것이다. 뭐 안 궁금하다고? 그래도 들어라. 애들 예기는 더 할 거리가 없다.
일단 시선은 멀고먼 안타리아 대륙으로 이동한다.
안타리아 대륙 서쪽에 붙은 제국의 수도 로우엔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번은 공작가보다 훨씬더 크고 훨씬더 화려하고 훨씬더 문제가 많은 곳, 궁전으로 말이다.
암흑성보다는 밝은 분위기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화려함보다 썰렁한 황량함이 느껴지는 대전은 터엉 비어 있었다.
대전 앞에서 원래 나이보다 두 배는 더 늙어 보이는 얼굴로 (헉..원래 나이도 이제 만만찮은데 두 배면..백살이 넘..;;쿨럭..;; 요물의 얼굴이군...;;)잠시 한숨짓는 백발에 가까운 연한 회색의 머리칼을 한 염소수염의 재상은 곧 몸을 움직여 대륙간 전송실로 들어갔다.
재상을 맞아들이는 전송실 담당 관리의 표정이 어딘가 떨떠름하다.
"리슐리외 재상님. 이번에는 또 무슨....?"
또......라는 단어가 무척 의심스럽다.
"내가 직접 보낼 전보가 있다. 극비니 절대로 바깥에 세어나가지 않도록 하게."
그렇게 말한 제국재상은 직접 긴급 극비 전보를 두 개의 나라로 전송하기 시작했다.
이미 가상적국으로의 가치조차 없는 팬드래건과 바다건너 붙은 대륙에 있는 투르가 전보의 전송지였다. 멀찍이 서서 있던 관리들이 전보의 내용은 보이지 않았지만 전보 전송지를 확인하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한숨을 지었다.
제국의 공작가로도 잠시 시선을 옮겨 보도록 하자.
잔뜩 화가 난 부인에게 깨질만큼 깨진 메디치 공작의 후계자는 우울함을 달랜다는 핑계를 대고 외출을 선언하고 신속하게 공작가의 정문을 나서는 중이었다.
"오면 죽여버릴테다, 레아드......감히 몰래 빠져나가?!! 흑...뭘 사다줘야 화가 풀릴까...;ㅁ;"
이 세계 사람들은 대부분 공처가인 듯(탕탕탕~!!!!!)......애처가인 듯 하다...;;
하인 하나도 없이 혼자 말하나 끌고 근처 시장에 가서 아내마음을 풀어줄 만한 것을 구하려는 모습이 공작가 자제답지 않게 소탈하다.
그런 공작가 자제의 앞으로 다가서는 말그림자가 하나.
수도에 있다고는 하나 외곽에 위치해 인적이 드문 메디치 공작가에서 나오자 마자 공작가 사람 이외에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분명하다.
일단 크리스티앙은 옆구리에 걸려 있는 나이트메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 기다리는 사람의 종류는 두 가지. 암살자, 아니면......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티앙."
"~!!!!!형?!!! 혀어엉~~♡!!혀어어어어어엉 ㅠ.ㅠ"
대명사 하나 가지고 참 많은 사연을 전하는 구려, 아우님...;;
".....;;또 죠안 양에게 혼이라도 났나보구나....;;"
나이값 못하고 징징대는 동생을 볼 수 있는 건 전적으로 동생의 부인 덕이다. 능글능글 뭐든 마이페이스인 동생 녀석을 마구 깔아뭉개는 무적의 부인마마이신것이다......;;
"나는 잘못한거 없는데에..."
"...;;그래 알았다, 됐어."
징징거리는 동생을 꼬옥 안아주는 형의 얼굴에도 수심의 구름이 뭉게뭉게.
당연히 궁궐에서 황제폐하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형이 왜 여기에 있는지는 크리스티앙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소연할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ㅁ+
형의 표정 문제 따윈 완전히 무시하고 어리광 모드로 돌입한 동생을 토닥토닥해주며 어쩔 수 없는 바보 맏형은 한숨짓는다.
형제의 감격스런 상봉은 지나치게 닭스러우니 심의 삭제하도록 하자.
자아...작자의 무한한 권능을 따라(탕!!)...어쨌든 바다를 넘고 사막을 건너 자비단에 있는 술탄궁으로 다시 돌아가자.
동생이 타주는 녹차를 마시고 집무실로 돌아온 술탄 겸 칼리프. 온 시대에 가장 지혜로운 광휘의 후예 사피 알 딘은 대륙간 전송실에서 날아오는 세계 각국의 정세를 보며 다시금 차를 들고 있었다.
"같은 녹차인데...;;세라자드..."
라고 말하며 한숨...
국내 정세에 대한 다른 자료를 가지러 갔던 알 무파사가 조그만 종이 조각을 하나 더 들고 나타나기 전 까지 현명한 칼리프 사피 알 딘은 '동생 내외가 나간 뒤나 쫓아갈까...'라는 술탄의 품위에 흠집이 갈만한 생각을 하면서도 우아하게 죽간들과 서류들을 넘겨보고 있었다.
"성하..."
다급하게 시종장을 젖히며 달려 들어오는 예니체리의 표정을 보며 혹시 자신이 무단탈궁(...;;)하려는 걸 눈치 챈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0.23초 내에 그 뒤의 스케줄까지 짜는 당신은 과연 광휘의 후예(-_-;;뭐냐, 이 만연체의 얼토당토 않은 예찬은.;;)
"무슨 일인가, 알 무파사?"
라고 싱긋 웃으며 대답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 우직하기 그지없는 예니체리를 처리하고 나갈까...를 생각하고 있던 사피 알 딘의 머릿속은 곧 알무파사가 건내는 종이 조각을 받고 약간 다른 계획을 세우게 된다.
"성하...게이시르 쪽의 전송자료를 잘 체크하지 않았나 본데...대륙간 전송실에 일급기밀문서가 사흘 연속으로 들어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일급 기밀 문서 같은 것을 술탄이 직접 개봉하기 전에 먼저 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낭패스런 얼굴로 전송지를 내미는 알무파사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가장 먼저 왔을 문서의 봉인을 뜯고 내용을 읽던 사피 알 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
나쁜 인상은 아니다.
단지 칼리프의 체통에 약간의 누가 갈만한 표정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
궁금해하는 알 무파사에겐 아무 말 없이 다음 전송지를 펼쳤다.
부스럭 부스럭.
"......푸..;;"
부스럭 부스럭.
"....우...푸웃..;;크...흐..;;"
"성하!!! 무슨 일이시기에!!!"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광휘의 후예에 옥체를 걱정하는 경건한 예니체리가 여기 한 명.
"제국 재상...나이가....얼마라고 그랬지?"
쿡쿡거리며 웃던 사피 알 딘이 알 무파사에게 훠이훠이 손짓을 해서 제자리에 앉힌다.
"아마...육십이 조금 넘었을 거라고 합니다만...."
"저런~저런..."
앙그라마이뉴의 가호를...이라고 덧붙이는걸 잊지 않은 것을 보면 충분히 칼리프로써의 자각하는 듯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그렇게 쿡쿡 거리시면....안됩니다...성하...;;
"그 사람도 고생이 많군."
이라고 말하며 싱긋 웃은 사피 알 딘은 시종장을 불러
"알 무파사에게 차를 좀 내 오게. 그리고 이 기밀 문서는 국가 중대사지만 우리는 상관할 필요가 없을 거 같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 같네^^"
라고 말하며 전송지를 혼자서 고이 챙겨들고 있었다.
"난 그래도 꽤나 좋은 왕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재상이나 신료들 걱정을 좀 덜시키는 가.족.을 두고 있는 왕말이야^^..라고 속으로 말해도
독심술 능력이 없는 알 무파사가 알 수 있을 리가.....
(걱정을 덜 시키는 아내를 둔 것 뿐...아들은 당신이나 마찬가지십니다..;;)
질문의 의도를 모르는 알 무파사가 열심히 끄덕이며 긍정하고 있는 동안 눈을 빛내며 알 수 없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술탄 겸 칼리프, 온 시대에 가장 현명하고 훌륭한 통치자인 광휘의 후예의 생각은 접어두고 우리는 전보나 몰래 훔쳐보도록 하자.
-The lover 타로 3일자로 왕위 제 일 계승자이신 황녀께서 실종되었기로 국외로까지 수배코져합니다. 모쪼록..기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