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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위란(無義爲亂)
의로움이 없는 용기는 혼란만 낳을 뿐이라는 뜻으로, 용기는 반드시 옳음(도의, 정의)과 짝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無 : 없을 무(灬/8)
義 : 옳을 의(羊/7)
爲 : 할 위(爪/8)
亂 : 어지러울 란(乙/12)
출전 : 논어(論語) 양화편(陽貨篇)
이 성어는 논어(論語) 양화(陽貨)편 23장에서 공자(孔子)가 자로(子路)에게 해 준 말이다.
子路曰: 君子尚勇乎.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물었다. '군자(君子)는 용기를 숭상합니까?“
子曰: 君子義以為上. 君子有勇而無義為亂, 小人有勇而無義為盜.
공자(孔子)가 말했다. '군자가 가장 숭상하는 것은 예의(禮義)다. 군자가 용기만 있으면서 예의가 없으면 란(亂)을 일으키고, 소인(小人)이 용기만 있으면서 예의가 없으면 도적질을 할 것이다'
(論語集註)
尚, 上之也.
상(尙)은 높게 함이라.
君子為亂, 小人為盜, 皆以位而言者也.
군자위난(君子爲難)과 소인위도(小人爲盜)는 다 지위로써 말한 것이라.
尹氏曰: 義以為尚, 則其勇也大矣. 子路好勇, 故夫子以此救其失也.
윤씨가 이르기를, '의리로써 높이면 그 용맹 됨이 큼이라. 자로가 용맹함을 좋아하므로 공자가 이로써 그 잘못을 구해 주심이라.'
胡氏曰: 疑此子路初見孔子時問答也.
호씨가 이르기를, '아마도 이것은 자로가 처음 공자를 뵈었을 때 묻고 답한 것이라.'
공자는 자로가 용기를 항상 앞세우고 자부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자로가 용맹을 좋아하므로 공자가 이 말로 그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려 했었다고 한다.
군자(君子)의 사전의 뜻은 ①학식(學識)과 덕행(德行)이 높은 사람 ②벼슬이 높은 사람 ③아내가 자기(自己) 남편(男便)을 높여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나 정부의 고위관료는 군자의 ②에 해당할 것인데, 소인(小人)이 되어 의(義)를 몰라서 나라를 흔들고, 세금 도둑질이나 하는가 보다.
무의위란(無義爲亂)
사람은 의리(義理)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배우 김某씨는 늘 의리, 의리하며 의리를 입에 달고 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의리의 사나이라고 한다.
이 의리(義理)라는 게 도대체 뭔가.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 또는 '사람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쯤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남녀를 구분할 것 없이 인간이면 누구나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와 도리를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의리(義理)하면 유독 남성에게 강조되는 것 같다. 남자가 의리를 빼면 시체나 다름없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의리를 남성성의 상징하는 덕목으로 끌어다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도리를 남녀로 구분해서 인식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보다는 의리라는 것은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는 덕목이 아닐까 한다.
동물적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면 구태여 이런 의리를 따질 것도 없다. 그저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이것이 정글의 질서를 만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 이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 세상은 힘이 아니라 이성을 통해 공존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의리야말로 그 기계적 이성의 단계를 넘어서는 그 무엇에 해당한다.
예부터 의리(義理)를 중시하고 이것이 무너지는 것을 경계한 것은 바로 공존의 틀이 깨어지는데 따른 본능적 보호기제가 작동한 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의리는 일상에서의 실천 과제인 동시에 오랜 학문적 궁구의 화두가 돼 왔다.
어느 날 자로(子路)가 스승에게 군자의 용기에 대해 물었는데 공자(孔子)는 오히려 의리를 강조한다. '군자는 의로움을 으뜸으로 삼는다. 군자가 용맹하기만 하고 의로움이 없으면 난을 일으키고, 소인이 용맹하기만 하고 의로움이 없으면 도적질을 한다(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 而無義爲亂 小人有勇 而無義爲盜)'고 한 것이다.
의리는 개인의 도리이자 정치의 요체다. '예기(禮記)'에서는 군신의 의리를 설명하고 이것을 치국(治國)의 근본으로 봤다. '의리를 분명히 하는 것은 임금, 일을 능히 하는 것은 신하(明其義者君 能其事者臣)'라는 것이다.
의리(義理)가 분명치 않으면 임금 노릇 온전히 못하고, 일을 제대로 못하면 신하 노릇 못한다는 얘기다.
무의위란(無義爲亂)
정의 없는 용기는 혼란을 낳을 뿐,
용기가 발휘된다면 억울한 사람이 없고 부정과 비리가 발붙일 틈이 없고 체념하고 좌절해서 눈물 흘릴 일이 적을 것 같다.
공자 학파에서 용기 하면 자로를 떠올리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자로가 공자에게 용기의 가치를 물었다.
子路曰 : 君子尙勇乎?
자로가 답답한 듯 물었다. '자율적 인간은 용맹(용기)을 숭상합니까?'
子曰 : 君子義以爲上, 君子有勇, 而無義爲亂, 小人有勇, 而無義爲盜.
공 선생이 대꾸했다. '군자는 옳음(정의)을 최상으로 간주한다. 군자는 용맹만 갖고 옳음을 갖지 못하면 혼란을 조성하게 된다. 작은 사람이 용맹만 갖고 옳음을 갖지 못하면 도둑처럼 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용기이고 그것은 바람직하다. 불안에 떠는 자신을 우뚝 세우는 것도 용기이고 그것도 바람직하다.
이렇게 보면 용기는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자로는 아마 이를 물은 것으로 보인다.
공자는 자로의 질문을 받고서 용기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결코 부정하지 않지만 용기가 반드시 옳음(도의, 정의)과 짝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공자는 정당성이 뒤따르지 않고 용기만을 앞세우면 파괴를 위한 파괴, 또 다른 부패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써 용기는 공자에게 핵심 가치가 아니라 핵심 가치를 보좌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의리(義理)는 있는가
선거철이 되면 입후보자들은 제 나름의 포부를 가지고 갖가지 공약(公約)을 발표하고 의욕에 찬 발걸음을 온 국토를 누비고 다닌다.
정치판이든 사회생활이든 간에 우리의 전통적 사고관인 의리를 매우 중하게 여겼고 자신의 한 말과 글에 대한 책임 그리고 약속 등 그야말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요사이 정치판을 보면 꼴불견을 넘어 의리나 상도도 없는 그야말로 개판이다. 이합집산은 물론이고 어제 한 말이 다르고 오늘은 또다시 말을 바꾸고 제 마음대로 적당하게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공직자가 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글쎄다. 초등학교 반정 선거보다 못한 행우지를 하고 있으니 의리 따위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오로지 자리나 차지하고 보자는 식인가?
의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를 말하고 또한 남과 사귈 때 지켜야 할 도리라는 뜻풀이가 한글대사전에 나와 있다.
이광수가 쓴 '마의태자' 소설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의리를 환기시키는 문장이 눈길을 끈다. '의리 없는 놈의 친구 되기보다 의리 없는 친구는 언제 배반해 나를 해칠는지는 몰라도 의리 있는 원수는 내가 의리를 지키는 동안 내 의리를 알아준다' 참으로 그럴듯한 설정이다.
'의리명정(義理明正) 견리사의(見利思義) 의리가 밝고 바르며, 이익되는 것을 보면 먼저 의리에 합당한가를 생각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견리사의(見利思義)는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글씨로 유명하다.
우리 속담에 '도둑에게도 의리가 있고, 땅꾼이라도 꼭지가 있다'고 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의리가 없으면 안 된다고 갈파했다.
말하자면 못된 짓을 해도 그중에서 의리만은 지켜야 하고 질서가 있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논어 양화편에는 공자의 간절한 말이 의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오직 용감만 하고 의리를 모르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有勇無義爲亂)'고 설파했다.
의리는 남녀를 떠나 공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을 모르면 혼탁한 사회를 지탱하기 어려움을 당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의리를 잘 지키는 사람을 좋아하고 표리부동한 인간을 싫어함은 동서를 통해도 다 아는 사실임에 틀림이 없다.
마의태자의 문장은 계속된다. '너는 의리를 위해 죽는 졸병이 될지언정 사욕을 위해 사는 영웅이 되지 말라.'
이 얼마나 의리의 절박한 속에서 춘원은 의리를 표한한 것이리라. 사람다운 행동은 그야말로 의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의리를 지키는 사람은 무엇을 맡겨도 훌륭하게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 이 의리는 중요시하는 데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지성을 만나게 된다. 의리를 지키지 않으면 어느 사회에서이건 도태된다.
탤런트 김 某씨가 '의리!'하면서 무슨 제품을 광고하는 것을 보았다. 이를테면 의리 하나로 먹고사는 컨셉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정말 의리는 후보자들뿐 아니라, 우리 유권자들에게 해당되는 문자라 할 수 있다.
만약에 의리가 무너지면 신의도 없고 신뢰, 신용 또한 사그리 없어진다. 우리의 전통사고 방식도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진시황제를 도운 일급참모 이사가 한 말이 있다. '군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때문에 신명을 바치고, 계집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화장을 한다.' 이 얼마나 의리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는 말인가.
후보자들이 쏟아 내놓은 공약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의리 있는 행동으로 유권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시점이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살신성인하는 자세, 그 자세가 필요한 선거기간이다.
仁者의 以大事小와 智者의 以小事大
홍문연(鴻門宴)과 협곡회담(夾谷會談)을 통해서 본 교린정책(交隣政策)
◼ 교린유도(交隣有道: 외교에도 도가 있다)
'맹자' 양혜왕 하편 제3장을 보면, 전국시대 당시 막강한 나라였던 제(齊) 나라의 군주와 맹자 사이에 다음과 같은 문답이 오고간다.
○ 齊宣王이 問曰交鄰國에 有道乎잇가
제선왕이 물어 가라사대, '이웃 나라와 교류함에 도(道)가 있습니까?'
○ 孟子對曰有하니 惟仁者라야 爲能以大事小하나니 是故로 湯이 事葛하시고 文王이 事昆夷하시나이다
맹자 대답하여 가라사대, '있으니, 오직 어진 자라야 능히 大로써 小를 섬기나니, 이러한 까닭으로 탕임금이 갈을 섬기셨고 문왕이 곤이를 섬기셨나이다.
惟智者라야 爲能以小事大하나니 故로 大王이 事獯鬻하시고 句踐이 事吳하니이다
오직 지혜로운 자라야 능히 小로써 大를 섬기나니 태왕이 훈과 육을 섬기셨고, 월왕 구천이 오나라를 섬겼나이다.
以大事小者는 樂天者也요 以小事大者는 畏天者也니 樂天者는 保天下하고 畏天者는 保其國이니이다
大로써 小를 섬기는 자는 하늘을 즐거워하는 자이고, 小로써 大를 섬기는 자는 하늘을 두려워하는 자이니, 하늘을 즐거워하는 자는 천하를 보전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자는 그 나라를 보전하나이다.
詩云畏天之威하여 于時保之니이다
시에 이르기를,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이에 보전한다'고 하나이다.'
○ 王曰大哉라 言矣여 寡人이 有疾하니 寡人은 好勇하노이다
왕이 가라사대, '크도다. 말씀이여! 과인에게 병이 있으니, 과인은 용맹을 좋아하나이다.'
○ 對曰王請無好小勇하소서 夫撫劒疾視曰彼惡敢當我哉리오하나니 此는 匹夫之勇이라 敵一人者也니 王請大之하소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왕은 청컨대 작은 용맹을 좋아하지 마소서. 무릇 칼을 어루만지고 째려보면서 말하기를, '저 어찌 나를 감히 당하리오' 하니, 이는 필부의 용맹이라. 한 사람을 대적함이니, 왕은 청컨대 크게 하소서.'
맹자의 전국시대(戰國時代)와 오늘날의 신냉전체제(新冷戰體制)
전에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일어난 남북한의 정치 지도자들과 주변 강대국들의 대응을 보면서 '맹자'의 위 내용이 떠올랐다. 모두가 큰 칼을 옆에 차고 째려보면서 ‘저 어찌 나를 감당하랴!’하고 겨루는 필부의 용맹을 보는 듯했다.
힘센 자들이 약자 앞에서 이렇게 으르면, 약자는 상대방의 힘에 눌려 고개 숙이기는 하지만 나도 힘을 길러 반드시 너와 상대하겠다는 반감만 불러온다. 결국 약소국들도 군사력 증강에 국가의 총력을 쏟는다. 이것이 맹자가 살던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상황이고, 오늘날의 신냉전체제(新冷戰體制)이다.
상황은 요즘이 더 두렵다. 가공(可恐)할 무기를 개발해 놓고 '덤빌 테면 덤벼봐라. 스위치 하나 눌러 같이 죽어볼래?'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대량 살상 무기인 핵무기를 개발해 비축해 두고 이른바 '전략핵(戰略核)'이라고 하면서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 시대를 사람들은 '평화공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고 있다.
강대국들의 이대사소(以大事小; 큰 것이 작은 것을 섬기거나,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김)는 찾아볼 수 없고, 공포의 균형을 통한 자국이익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국제사회는 국제사회대로, 국내 상황은 국내 상황대로 오로지 이익만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금부터 2천3백여 년 전 전국시대 때 맹자가 '상하가 서로 이익을 다툰다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입니다(上下交征利 而國危矣)'고 말한 상황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다.
평화공존? 공포의 균형?
어떤 매체의 보도를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 국방부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공식협의를 위한 약정이 체결이 되면 공동실무단이 공식적으로 협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 연합방위력을 증강시키고,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태세 향상을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협의 개시도 이러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어서 보도하기를,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긴장 국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지역의 평화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장이 칼춤을 추는 뜻은 패공 즉 유방에 있다(項莊舞劍 意在沛公)'와 '사마소의 야심은 누구나 다 안다(司馬昭之心 路人皆知)는 두 개의 고사를 사용하며 사드 배치가 결국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했다'고 했다.
항장무검(項莊舞劍) 의재패공(意在沛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빗댄 '司馬昭之心 路人皆知'의 사마소(司馬昭)는 사마염(司馬炎)의 아버지로 삼국시대 위(魏)나라 황제의 권력을 무력화해 허수아비 황제를 세우고 스스로는 진왕(晉王)이 되어 모든 권력을 거머쥐었는데, 이는 위(魏)나라를 무너뜨리고 서진(西晉)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한 구실이었다. 그런 사마소의 속셈을 길가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해 그 속셈은 너를 죽이고 내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빗대 중국의 외교부장은 '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고 한 것이다. 그 유래는 이른바 '홍문의 잔치, 홍문연(鴻門의 宴會)'이다.
간략히 정리한다면, 진(秦)나라 말기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시기에 최후의 승자는 누가 먼저 진(秦)의 수도인 함양(咸陽) 땅, 곧 관중(關中)을 점령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유방(劉邦)이 먼저 이곳을 점령했고, 뒤늦게 도착한 항우(項羽)의 군대는 함곡관(函谷關)에서 유방 군대의 저지를 받아야 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의 항우가 이에 대노하며 유방의 군대를 쫓아내는 한편 끝까지 추격해 섬멸하려고 했다.
이에 당황한 유방이 장량(張良)의 계책에 따라 항우를 찾아가 '뜻하지 않게 먼저 함양을 함락하게 되었지만, 오늘 이렇게 뵙게 되어 기쁠 따름이다. 어떤 소인배들이 우리를 이간질 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 믿지 말라'며 지극히 공손히 사죄하자 마음이 풀어진 항우가 주연(酒宴)을 베풀었다.
유방이 이미 함양을 점령하고, 약법삼장(約法三章)으로 다스려 민심을 얻고 있음을 안 항우(項羽)의 책사(策士) 범증(范增)은 이 기회에 유방을 제거하지 않으면 천하의 패권을 결코 차지할 수 없음을 알고, 항우의 사촌형인 항장(項莊)에게 칼춤을 추다가 기회를 틈타 유방을 죽이라고 했다.
이를 눈치 챈 장량이 유방을 빼돌린 뒤 '패공(沛公)이 술이 약한데다 과음을 해서 미처 인사도 못 드리고 갔다'며 항우에게는 백벽(白璧) 한 쌍을, 범증에게는 옥잔을 선물했다. 범증은 이미 일이 뒤틀어졌음을 알고, 옥잔을 내동댕이치며 항우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항우(項羽)
이 홍문연(鴻門宴) 사건은 이후 5년간 치러지는 초한(楚漢)전쟁의 본격적인 서막으로, 위기의 순간에 측근들의 계책으로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구한 유방의 반전(反轉)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항장이 칼춤을 추는 뜻은 패공 즉 유방에 있다(項莊舞劍 意在沛公)'는 말을 낳았고, '상대방을 제거하기 위해 벌이는 연회석'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이런 역사적 사건을 인용해 중국 외무부장인 왕의(王毅)가 남한내 사드 배치를 두고, '項莊舞劍 意在沛公'라고 한 것이다. 중국을 겨냥하여 미국 측의 의도에 따라 남한이 칼춤을 추고 있다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패공(沛公)인 유방은 중국이고, 초패왕(楚覇王) 항우와 책사인 범증은 미국이며, 칼은 고고도(高高度) 미사일 방어체계이며, 칼춤이란 사드배치이고, 칼춤을 추는 항장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패권전략에 따라가는 남한을 빗댄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남한 땅의 사드배치는 곧 중국을 겨냥한 것이므로 철회하란 뜻이다.
중국의 사드배치 철회 요구에 대해 우리 당국자는 뭐라고 반응했을까? 보도에 따르면, 우리 당국자는 '자주권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결정할 것'이며, '북한의 증대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조치는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항우와 범증의 지시에 따라 칼춤을 추는 항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仁者의 以大事小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야기이다. 고고도 미사일은 가까운 북한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司馬昭之心 路人皆知'이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작은 땅덩어리에서 핵을 놓고 밀고 당기는 정책을 쓴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그 국민의 안전보장은 커녕 절대적으로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애초 핵 얘기가 나오지 말도록 해야 하고, 남북한 모두 서로 간에 칼춤 추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것이 뭘까?
신문 기사를 보면, 중국전국인민 대표대회 부형(傅瑩) 외사위원장은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 특별 분과에 참석해 북핵 당사국으로 북한과 미국을 특정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고 한다.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열쇠는 미국 손안에 있다'고 했듯이 중국은 말로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미 양자 대화를 주선해야 한다.
북한을 고립시키는 미국의 외교노선이 수정되어야 하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야 한반도의 평화에 위협적인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중국이 대국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는, 以大事小의 평화정책이고, 세상의 찬사를 받는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이 맹자가 말하는 인자(仁者)의 以大事小가 될 것이다.
智者의 以小事大
또 우리의 정책당국자들은 우리의 한반도가 현대사회에 들어서서 지정학적 위치상 초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작은 나라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자칫하면 전국시대의 등문공(滕文公) 짝이 날 수가 있다.
힘으로 상대할 수 없다면 지혜로움으로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맹자가 말한 지자(智者)의 以小事大이고, 이로써 나라를 보존할 있는 것이다. 그 예가 바로 공자의 협곡회담(夾谷會談)에 잘 나타난다.
공자는 나이 51세 때 노(魯)나라 정공(定公)에 의해 중도(中都)의 재상으로 발탁되었다. 요즘 말로 서울시장이 된 셈이다. '화행중도(化行中都)'라고 부를 정도로, 공자가 중도를 다스린 지 일 년 만에 덕화가 행해졌다. 백성들은 생업에만 전념하게 됨으로써 생활이 윤택하고 편안해졌다.
노인은 존경 받고, 어린이는 사랑받으며, 강자가 약자를 욕보이지 않고, 남녀 간에는 음란하지 아니했으며, 장사꾼들은 허위로 물가를 조작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사방의 나라에서 공자의 정사(政事)를 배우려고 했으며, 아울러 공자의 지위도 높아져 사공(司空; 건설부장관)을 지내고 이어 사구(司寇; 법무부장관)가 되었다.
협곡회담(夾谷會談)의 공자(孔子)
공자는 사구로 재임하는 동안 외교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 하나가 '夾谷會談(혹은 夾谷會齊)'이다.
제나라 대부 여서(黎鉏)가 막후에서 노나라 가신들을 조정해 제나라의 이익을 취하려다가 일이 여의치 않자, 제경공(齊景公)으로 하여금 노정공(魯定公)과 회담을 갖게 하였다.
이 자리에서 노정공을 무력으로 누르고 굴복시킬 속셈이었다. 제나라의 속셈을 짐작한 공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수행대신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제경공은 안영(晏嬰)을 대동하였다. 양국이 협곡에서 만나 회동을 축하하는 술잔을 주고받았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때 제나라 측은 축하 가무를 한다며 기를 든 사람, 패를 잡은 사람, 창과 검을 들고 춤추는 사람들을 노(魯) 정공에게 접근시켜 제압하려 했다.
공자가 사태를 파악하고는 '양국의 군주가 우호적으로 만나는 자리에 야만스러운 가무가 웬 말이냐'며 항의하였다. 공자의 준엄한 항의에 제 경공은 가무를 멈추게 하였다.
그런데 또 제나라 측에서 궁정음악을 연주 하겠다며 칼과 창으로 무장한 배우들과 난쟁이들로 하여금 시끌벅적하게 북을 치며 노 정공에게 접근하게 하였다.
이에 공자가 이는 평민이 제후를 희롱하는 행위로써 참수형에 해당한다며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분위기가 평정되고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마지막으로 양국이 신(神)에게 맹약하는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이때 제나라 측에서 '제나라가 출정할 때 노나라가 300승의 병거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맹약은 무조건 파기된다'는 조항을 추가로 협정문안에 넣자고 요구하였다.
이는 강대국인 제나라가 노나라를 속국으로 본다는 의미였다. 당시 양국 간의 국력으로 보아 노나라로서는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공자의 기지와 임기응변으로 노나라는 오히려 상황을 역전시켰다. 과거 제나라가 노나라로부터 빼앗았던 세 개의 성지(城地)를 반환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제 경공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용이무례즉난(勇而無禮則亂)
용감하나 예의를 모르면 난폭하게 된다는 뜻으로, 예의(禮儀)를 숭상해야 함을 강조해 이르는 말이다.
홍문연(鴻門宴)에서 유방의 책사인 장량은 칼춤을 제어하지 못한 채 군주를 몰래 빼돌리는 계략을 썼고, 항우는 용맹만 있고 예가 없기에 오히려 사태를 어지럽혀 멸망의 길을 치달았다.
반면에 공자는 대등한 군주의 예(禮)로써 강대국인 제나라의 칼춤을 제어했고, 빼앗겼던 땅도 고스란히 되찾은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것이 지자(智者)의 以小事大이고, 나라를 안전하게 보전함은 물론 빼앗겼던 땅까지 되찾은 지혜이다.
이러한 지혜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을까? 부국강병책을 앞세우면서 국민복지를 뒤로 미루는 임기응변의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평화를 절대 우위로 하여 정도를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것이 맹자가 말하는 '경도를 돌이켜 도에 합한다(反經合道)'이고, '대학'에서 말하는 '나라는 이익으로써 이익을 삼지 않고, 의리로써 이익을 삼아야 하니라(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이다.
그 도의(道義)가 국가정책에 나타날 때, 지자(智者)의 以小事大는 곧 나라를 보존하는 일이고, 인자(仁者)의 以大事小는 평화공존의 길이다.
▶️ 無(없을 무)는 ❶회의문자로 커다란 수풀(부수를 제외한 글자)에 불(火)이 나서 다 타 없어진 모양을 본뜬 글자로 없다를 뜻한다. 유무(有無)의 無(무)는 없다를 나타내는 옛 글자이다. 먼 옛날엔 有(유)와 無(무)를 又(우)와 亡(망)과 같이 썼다. 음(音)이 같은 舞(무)와 결합하여 복잡한 글자 모양으로 쓰였다가 쓰기 쉽게 한 것이 지금의 無(무)가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無자는 '없다'나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無자는 火(불 화)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無자를 보면 양팔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무당이나 제사장이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춤추다'가 본래의 의미였다. 후에 無자가 '없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 되면서 후에 여기에 舛(어그러질 천)자를 더한 舞자가 '춤추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無(무)는 일반적으로 존재(存在)하는 것, 곧 유(有)를 부정(否定)하는 말로 (1)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공허(空虛)한 것. 내용이 없는 것 (2)단견(斷見) (3)일정한 것이 없는 것. 곧 특정한 존재의 결여(缺如). 유(有)의 부정. 여하(如何)한 유(有)도 아닌 것. 존재 일반의 결여. 곧 일체 유(有)의 부정. 유(有)와 대립하는 상대적인 뜻에서의 무(無)가 아니고 유무(有無)의 대립을 끊고, 오히려 유(有) 그 자체도 성립시키고 있는 듯한 근원적, 절대적, 창조적인 것 (4)중국 철학 용어 특히 도가(道家)의 근본적 개념. 노자(老子)에 있어서는 도(道)를 뜻하며, 존재론적 시원(始原)인 동시에 규범적 근원임.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실재이므로 무(無)라 이름. 도(道)를 체득한 자로서의 성인(聖人)은 무지(無智)이며 무위(無爲)라고 하는 것임 (5)어떤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없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없다 ②아니다(=非) ③아니하다(=不) ④말다, 금지하다 ⑤~하지 않다 ⑥따지지 아니하다 ⑦~아니 하겠느냐? ⑧무시하다, 업신여기다 ⑨~에 관계없이 ⑩~를 막론하고 ⑪~하든 간에 ⑫비록, 비록 ~하더라도 ⑬차라리 ⑭발어사(發語辭) ⑮허무(虛無) ⑯주검을 덮는 덮개 ⑰무려(無慮), 대강(大綱)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공(空), 빌 허(虛)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높고 좋음을 무상(無上), 하는 일에 막힘이 없이 순탄함을 무애(無㝵), 아무 일도 없음을 무사(無事), 다시 없음 또는 둘도 없음을 무이(無二), 사람이 없음을 무인(無人), 임자가 없음을 무주(無主), 일정한 지위나 직위가 없음을 무위(無位), 다른 까닭이 아니거나 없음을 무타(無他), 쉬는 날이 없음을 무휴(無休),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이 거저임을 무상(無償), 힘이 없음을 무력(無力), 이름이 없음을 무명(無名), 한 빛깔로 무늬가 없는 물건을 무지(無地), 대를 이을 아들이 없음을 무자(無子), 형상이나 형체가 없음을 무형(無形),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이 없음을 무념(無念), 부끄러움이 없음을 무치(無恥),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이 없는 외로운 처지를 이르는 말을 무원고립(無援孤立), 끝이 없고 다함이 없음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무궁무진(無窮無盡), 능통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소불능(無所不能), 못 할 일이 없음 또는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소불위(無所不爲), 무엇이든지 환히 통하여 모르는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불통지(無不通知),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기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일체의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상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념무상(無念無想), 아버지도 임금도 없다는 뜻으로 어버이도 임금도 모르는 난신적자 곧 행동이 막된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부무군(無父無君),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매우 무지하고 우악스러움을 일컫는 말을 무지막지(無知莫知), 자기에게 관계가 있건 없건 무슨 일이고 함부로 나서서 간섭하지 아니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불간섭(無不干涉),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몹시 고집을 부려 어찌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무가내하(無可奈何), 아무 소용이 없는 물건이나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무용지물(無用之物) 등에 쓰인다.
▶️ 義(옳을 의)는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义(의)는 통자(通字), 义(의)는 간자(簡字)이다. 나(我)의 마음 씀을 양(羊)처럼 착하고 의리있게 가진다는 뜻을 합(合)하여 옳다를 뜻한다. 羊(양)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양으로 양을 바쳐 신에게 비는 의식(儀式)이 나중에 바르다, 의로운 일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義자는 '옳다'나 '의롭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義자는 羊(양 양)자와 我(나 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我자는 삼지창을 그린 것이다. 義자의 갑골문을 보면 창 위에 양 머리를 매달아 놓은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양 머리를 장식으로 한 의장용 창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창은 권위나 권력을 상징했다. 상서로움을 뜻하는 양 머리를 창에 꽂아 권위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義자는 종족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권력자들의 역할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옳다'나 '의롭다', '바르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義(의)는 (1)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떳떳하고 정당한 도리(道理). 오상(五常)의 하나임 (2)남과 골육(骨肉)과 같은 관계를 맺음 (3)글이나 글자의 뜻. 의미(意味) (4)경서의 뜻을 해석시키던, 과거(科擧)를 보일 때의 문제 종류의 한 가지 등의 뜻으로 ①옳다, 의롭다 ②바르다 ③선량하다, 착하다 ④순응하다 ⑤맺다 ⑥해 넣다 ⑦섞다, 혼합하다 ⑧간사하다(마음이 바르지 않다), 옳지 않다 ⑨의(義), 정의(正義), 올바른 도리(道理) ⑩의리(義理), 우의(友誼) ⑪뜻, 의미(意味), 의의(意義) ⑫거둥(擧動: 임금의 나들이), 예절(禮節), 의식(儀式) ⑬정의에 합당한 행동, 의로운 일 ⑭명분(名分) ⑮법도(法道) ⑯용모(容貌), 행동거지(行動擧止: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 ⑰의로 맺은 친족 관계, 의리(義理)의 관계 ⑱공적인 것, 공익을 위한 것 ⑲인공적인 것 ⑳가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의로운 사람을 의인(義人), 義로 맺은 형제를 의형제(義兄弟),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일을 의무(義務), 정의를 위하여 거사함을 의거(義擧), 수양 아버지를 의부(義父), 글이나 학설의 뜻을 설명하여 가르침을 강의(講義), 굳게 지키는 일정한 방침을 주의(主義),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정의(正義), 믿음과 의리를 신의(信義), 표의 문자에서 글자의 뜻을 자의(字義), 같은 뜻나 같은 의미를 동의(同義),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덕 상의 의리를 도의(道義), 갚아야 할 의리와 은혜를 은의(恩義), 의리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불의(不義), 어진 것과 의로운 것을 인의(仁義),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교훈을 이르는 말을 의방지훈(義方之訓), 의기에 불타 일어나는 용맹을 일컫는 말을 의기지용(義氣之勇),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당연함을 이르는 말을 의리당연(義理當然), 의가 있는 사람은 어버이를 거역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의불배친(義不背親), 의로써 이利의 근본을 삼음을 이르는 말을 의이건리(義以建利), 의는 바다와 같고 은혜는 산과 같다는 뜻으로 은의恩義가 대단히 크고 깊음을 이르는 말을 의해은산(義海恩山), 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음의 뜻으로 비록 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일을 함을 일컫는 말을 사생취의(捨生取義),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견리사의(見利思義),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다는 뜻으로 의형제를 맺음 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사욕을 버리고 목적을 향해 합심할 것을 결의함을 이르는 말을 도원결의(桃園結義), 봉건시대 여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 곧 어려서는 아버지를 좇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좇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좇음을 이르는 말을 삼종지의(三從之義), 남남끼리 의리로써 형제 관계를 맺음 또는 그런 형제를 일컫는 말을 결의형제(結義兄弟),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곧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를 이르는 말을 인의예지(仁義禮智),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을 일컫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함을 일컫는 말을 군신유의(君臣有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탐내어 의리를 저버림을 일컫는 말을 견리망의(見利忘義), 남의 시문 중에서 전체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따서 마음대로 해석하여 씀을 일컫는 말을 단장취의(斷章取義), 예절과 의리와 청렴한 마음과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예의염치(禮義廉恥) 등에 쓰인다.
▶️ 爲(할 위)는 ❶상형문자로 为(위), 為(위)는 통자(通字), 为(위)는 간자(簡字)이다.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양을 본떴다. 전(轉)하여 하다, 이루다, 만들다, 다스리다의 뜻으로 삼고 다시 전(轉)하여 남을 위하다, 나라를 위하다 따위의 뜻으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爲자는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爲자는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爲자를 보면 본래는 코끼리와 손이 함께 그려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코끼리를 조련시킨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爲자의 본래 의미는 '길들이다'였다. 하지만 후에 코끼리에게 무언가를 하게 시킨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爲(위)는 ①하다 ②위하다 ③다스리다 ④되다, 이루어지다 ⑤생각하다 ⑥삼다 ⑦배우다 ⑧가장(假裝)하다 ⑨속하다 ⑩있다 ⑪행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사(徙),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 옮길 이(移), 다닐 행(行), 구를 전(轉)이 있다. 용례로는 나라를 위함을 위국(爲國),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爲民), 다른 것에 앞서 우선하는 일이라는 위선(爲先), 힘을 다함을 위력(爲力), 첫번을 삼아 시작함을 위시(爲始),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행동함을 위아(爲我), 생업을 삼음 또는 사업을 경영함을 위업(爲業), 사람의 됨됨이를 위인(爲人), 정치를 행함을 위정(爲政), 주되는 것으로 삼는 것을 위주(爲主), 예정임 또는 작정임을 위계(爲計), 진실한 즐거움을 위락(爲樂), 어떤 것을 첫 자리나 으뜸으로 함을 위수(爲首), 기준으로 삼음을 위준(爲準), 나라를 위한 기도를 위축(爲祝), 부모를 위함을 위친(爲親), 자기를 이롭게 하려다가 도리어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위총구작(爲叢驅雀), 치부致富하려면 자연히 어질지 못한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을 위부불인(爲富不仁), 바퀴도 되고 탄환도 된다는 뜻으로 하늘의 뜻대로 맡겨 둠을 이르는 말을 위륜위탄(爲輪爲彈), 겉으로는 그것을 위하는 체하면서 실상은 다른 것을 위함 곧 속과 겉이 다름을 일컫는 말을 위초비위조(爲楚非爲趙), 되거나 안 되거나 좌우 간 또는 하든지 아니 하든지를 일컫는 말을 위불위간(爲不爲間), 선을 행함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말을 위선최락(爲善最樂), 도마 위의 물고기가 된다는 뜻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어육(爲魚肉), 어떤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새로이 마련함이나 남을 위해 정성껏 꾀함을 일컫는 말을 위인설관(爲人設官), 자손을 위하여 계획을 함 또는 그 계획을 일컫는 말을 위자손계(爲子孫計), 가난을 면하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귀소소(爲鬼所笑), 자기가 정한 법을 자기가 범하여 벌을 당함을 일컫는 말을 위법자폐(爲法自弊),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을 전화위복(轉禍爲福),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됨 또는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지록위마(指鹿爲馬),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성공하고야 만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마부위침(磨斧爲針),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도 환경에 따라 기질이 변한다는 말을 귤화위지(橘化爲枳), 손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으로 주객이 전도됨을 이르는 말을 객반위주(客反爲主),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는 뜻으로 작은 것도 모이면 큰 것이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진적위산(塵積爲山),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등에 쓰인다.
▶️ 亂(어지러울 란/난)은 ❶형성문자로 乨(란), 乱(란), 釠(란)은 통자(通字), 乱(란)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을(乙=乚; 초목이 자라나는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란(실패에 감긴 실의 상하에 손을 대고 푸는 모양으로 일이 어지러움)으로 이루어졌다. 얽힌 것을 바로잡는 일로, 나중에 얽힌다는 뜻으로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亂자는 '어지럽다'나 '손상시키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亂자는 실타래를 손으로 풀고 있는 모습과 乙(새 을)자가 결합한 것이다. (난)자는 엉킨 실타래를 손으로 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금문까지만 하더라도 '어지럽다'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여기에 乙자가 더해지면서 도구를 이용해 실타래를 푸는 모습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亂(란)은 ①어지럽다 ②어지럽히다, 손상시키다 ③다스리다 ④음란하다, 간음하다 ⑤무도하다, 포악하다 ⑥물을 건너다 ⑦가득 차다, 널리 퍼지다 ⑧난리(亂離), 반란(叛亂) ⑨위해(危害), 재앙(災殃) ⑩음행(淫行), 음란(淫亂)한 행위 ⑪버릇없는 행동 ⑫풍류(風流), 악장(樂章) ⑬요지(要旨) ⑭함부로, 마구잡이로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스릴 치(治), 다스릴 리(理)이다. 용례로는 전쟁이나 재해 등으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서가 어지러워진 상태를 난리(亂離), 어지럽게 마구 추는 춤을 난무(亂舞), 총이나 활 따위를 함부로 쏘는 것을 난사(亂射), 이리저리 흩어져서 질서나 체계가 서지 않는 일을 난맥(亂脈), 질서없이 여기 저기서 마구 나서는 것을 난립(亂立), 몹시 거칠고 사나움을 난폭(亂暴), 어지러운 판국을 난국(亂局), 어지럽게 함부로 들어가는 것을 난입(亂入), 공기나 물의 불규칙한 흐름을 난류(亂流), 사물이 얽히고 뒤섞여 어지럽고 수선스러움을 난잡(亂雜), 질서를 어지럽히며 마구 행동하는 것 또는 그런 행동을 난동(亂動), 조화나 정상을 잃은 흐트러진 상태를 난조(亂調), 마구 때림을 난타(亂打), 어지러워 살기가 힘든 세상을 난세(亂世), 세상이 어지러운 때를 난시(亂時), 양편이 서로 뒤섞여서 어지럽게 싸움을 난투(亂鬪),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어지러움을 혼란(混亂), 시끄럽고 어지러움을 요란(搖亂), 뒤흔들어서 어지럽게 함을 교란(攪亂), 음탕하고 난잡함을 음란(淫亂), 야단스럽고 시끄러움을 소란(騷亂), 도덕이나 질서나 규칙 등이 어지러움을 문란(紊亂), 크게 어지러움이나 큰 난리를 대란(大亂), 마음이 어둡고 어지러움을 혼란(昏亂), 어수선하고 떠들썩함을 분란(紛亂), 왜인이 일으킨 난리를 왜란(倭亂), 사변으로 일어난 소란을 변란(變亂),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이는 난리나 반란을 내란(內亂),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 또는 불충한 무리를 일컫는 말을 난신적자(亂臣賊子),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 따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사불란(一絲不亂), 같은 패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일컫는 말을 자중지란(自中之亂),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자른다는 뜻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물이나 비꼬인 문제들을 솜씨 있고 바르게 처리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쾌도난마(快刀亂麻), 마음이 번거롭고 뜻이 어지럽다는 뜻으로 의지가 뒤흔들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심번의란(心煩意亂)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