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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황태자a | 2011/06/02 09:52 조회: 2214 |
파생 시장에 휘둘린 증시
냉정하게 보면 지금의 시장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다. 시장이 자꾸 뭔가에 대한 협상을 하려고 한다. 그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엄살도 부리고 협박도 한다.
최근 글로벌 증시를 보면 딱 그 모양이다. 미국에서 돈을 풀어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것을 보더니 완전히 맛을 들였다. 뭔가 돈이 안 풀리면 불안하고 초조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때로는 그 정도가 심해 딱히 큰 악재가 없음에도 황당한 폭락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 증시만 해도 5월 중순 상황을 돌아보면 33p 상승, 다음날 40p 폭락, 15p 반등, 55p 폭락, 25p 폭락, 56p 폭등하는 등 정신없이 움직였다.
도무지 시장에 이성이라는 것은 없이 정신 나간 뭔가처럼 어지럽게 움직이기만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아주 빤한 이벤트를 악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연초 필자의 칼럼을 본 투자자라면 아마 2~3차례 반복적으로 5월 증시가 한바탕 큰 조정을 보일 것임을 미리 제시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유는 뻔한 것이다.
돈 갚아야 할 날짜가 다가오면 서로 조심스럽다. 돈 주는 입장에서는 당장의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어디서든 빌려야 한다.
그런데 당장 내 소득이 많지 않다 보니 나중에 갚아 줄테니 일단 이 것 막아달라고 해도 좀처럼 믿어주지 않는다.
특히 최근 돈을 여기저기서 많이 빌렸다는 소문이 돌면 더욱 갚기 힘들다. 이에 그 시점만 되면 정말 그 사람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 앞으로 돈 벌 계획은 있는지 아무래도 불안함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돈 받는 입장에서는 못 받으면 내가 써야 할 곳에 돈을 못 쓰게 되니 내가 곤궁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빌린 돈을 받아내기 위해 어딘가 다른 사채업자나 금융 기관의 좋은 조건의 대출 상품을 소개해 주려고 한다.
구경꾼들은 희한하게 이 것 가지고 내기를 한다. 몇 일까지 갚을지 말지에 대해 내기를 하고 그 내기에 이기기 위해 그 사람 알고 보니 숨은 빚이 더 있더라, 돈 받아야 할 사람이 이번에는 연장 안 해 준다더라 하고 못된 소문을 퍼트린다.
결국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어지럽게 말과 말이 오고 가지만 결국 빚은 갚아내고 넘어간다. 소개해준 금융 기관이 햇살론 IMF에 미소금융 EU까지 두 곳이나 되는데다 갑자기 큰 돈 번 이웃 왕서방도 빌려주겠다고 하니 오히려 빌려 올 곳이 차고 넘친다.
결론은 뻔한데 시장은 혼란하다. 이 것은 아마 10년이 지나도 비슷할 것이다. 악재거리만 있으면 최대한 부풀려야 돈을 버는 변태적인 파생상품이 존재하는 한 어쩔 수는 없다.
어째든 하반기 진입하면 국채 만기 도래분이 크게 감소하니 유럽 가지고 시비 걸어도 시장은 시큰둥할 것 같다. 이미 유럽발 재정 위기는 사실상 6월이면 크게 소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돈이면 다 해결되는 장세 지속된다.
그럼 향 후 악재거리는 무엇이 될까? 저성장과 유동성 위축이 또 한번 이슈가 될 듯 하다. 앞에서 말한 대로 시장은 유동성이라는 달콤한 사탕에 수 년째 맛 들여있다. 어지간한 것은 돈으로 해결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일부 파산한 금융 기관이 총대 아닌 총대를 메고 난 후 살아남았다 싶은 미국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았다.
당장 망할 것 같아 국유화 운운했던 자동차 Big3인 포드, 크라이슬러, GM은 지금 호황을 꿈꾼다. IT는 애플이 스마트 기기에 힘입어 지금은 사상 초유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돈을 계속 풀어 소비를 살려주고 달러 약세 만들어 수출도 뚫어주니 미국은 어째든 유동성 효과를 보기 시작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약달러를 유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애플의 아이폰은 해외 수출가가 높아 판매에 적지 않은 지장이 있었을 것이다.
수입 부품가가 높아질 우려는 있으나 관련 공급업체에 싸게 공급할래 공급 포기할래 협박하면 울면서 싸게 주니 원가는 맘대로(?) 줄인다.
여기에 토요다가 알아서 사고 쳐(?) 주니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도 맘 놓고 자동차를 팔아대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의 돈 풀기가 극에 달했으니 가능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 돈이 줄어들 조짐이 있으니 아무래도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정말 줄어들까?
시장은 착각을 한다. 미국이 1차 양적 완화로 풀어낸 돈 1.7조 달러, 2차 양적 완화로 풀어낸 돈 6000억 달러가 전부로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에는 더 막대한 돈이 있다. 이 돈의 규모는 아마 수 십조 달러는 족히 넘을 것이다. 이 자금은 대단히 보수적이어서 확실한 신호가 나오면 그 때 투자를 시작한다. 그 신호로 보는 것 중 하나가 정책의 반전이다.
부양 정책을 펼쳐야 경기가 겨우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은 매력이 없다. 알아서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에 금리인하 때보다는 차라리 금리를 올릴 때 자금을 투자한다.
실제 금리를 올리면 일부 자금은 회수가 되지만 더 큰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주식 시장을 끌어 올린다는 것은 우리가 변함없이 본 진리다. 결국 양적완화 등으로 풀리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더 막대한 자금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신만 가지면 시장에 엄청난 속도로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양적완화 자체에 목숨 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양적완화가 중단되고 금리까지 올려도 되는 시기가 되면 경기에 대한 확신을 갖는 막대한 자금 효과를 증시가 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증시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은 막강하다면 막강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중앙은행이 나서 올리는 증시는 짝퉁이고 경기가 올리는 증시가 진짜다. 아직 우리가 본 상승은 짝퉁 상승에 불과한 것이다. 짝퉁 상승이 마무리 되고 있는 것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더블딥, 소프트패치는 없다
또 하나의 걱정은 저성장이다. 앞에서 말한 유동성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한 전제조건은 바로 경기의 회복이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유동성 효과고 뭐고 결국 역효과에 증시는 다시 폭락하기 쉽다.
수 년간 각국에서 엄청난 속도로 풀어낸 자금이 부베랑이 되어 그리스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모든 금융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그럼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자. 한국은 전체 경제의 80%는 수출이나 다름이 없다. 내수 시장도 중요하지만 한국 경제의 거의 대부분은 수출이다.
특히 주요 교역 대상이 신흥시장의 대표주자인 중국, 원자재의 강자 중동, 선진국의 표본 미국이다. 수출의 상황을 보면 글로벌 경기 여건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무역 지표는 말 그대로 글로벌 경기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그럼 한국의 지금 수출입 동향은 어떤가? 매월 사상 최고의 수출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4월 수출은 통관기준으로 무려 491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1%나 늘어났다. 종전의 사상 최대인 48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일본 지진에 글로벌 금융위기라 하지만 이를 무색하게했다. 원화의 강세로 수출 경쟁력 운운했지만 이 역시 뛰어넘었다.
내용을 봐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승용차, 선박수주, 석유제품, IT 제품 등이 모두 호조세다. 소비 관련 제품 혹은 경기를 상징하는 제품들이 고르게 큰 폭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중동, 중국은 물론 대미국 수출도 증가세다. 우리 제품을 많이 사들인다는 것은 각국의 구매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물론 승자독식 효과 즉, 금융 위기 후 살아남은 기업 위주의 수주 증가에 상대적으로 한국이 수혜를 받는다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뿐 아니라 망할 뻔한 미국의 자동차사들이 멀쩡하게 수출이 늘고 있다.
고가라 많이 팔릴까 싶던 스마트기기는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단지 구조조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소비가 분명하게 살아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수출만 열중하다 쓸데 없이 가치가 떨어진 달러만 쌓여 버린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이 수출 위주의 성장에서 내수를 같이 키우는 것으로 돌아서자 경우 선진국을 능가하는 거대 시장이 생겨버렸다.
중국은 금리를 4번 올리고 지준율을 8번 높여 기업들이 신규 대출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진다. 제조업만 왕창 키운 중국이 보다 세련된 산업 구조를 갖고 소비를 늘리면서 각국은 제대로 수혜를 받고 있다.
긴축긴축 하지만 앞에서 말한 횟수만큼 정책을 펼쳤어도 중국의 경제성장율은 9%가 넘는다. 다행히 최근 부동산 과열이 진정되면서 추가 긴축 강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여 향 후 중국은 또 한번 소비 랠리, 증시 랠리를 보이기 쉽다.
선진국이 막혔던 작년에 중국의 경기 호조에 올랐던 증시가 올 하반기에 또 한바탕 중국 효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여러 번 언급한 미국효과 즉, 대선 앞두고 금융 시장은 항상 강했다는 미국을 감안하면 이 역시 어떤 형태든 경기 회복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호재로 지속 공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래저래 경기 둔화가 악재로 부각될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투자전략. 증시를 믿고 주식을 들고 간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 후 잘 살펴보면 기회를 이용한 기업과 이용하지 못한 기업의 현재 위치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위기에서 공격적인 투자 및 신제품 출시를 준비한 기업들은 대박이 나고 예전 그대로 유지한 기업은 급격하기 축소가 되었다.
휴대폰의 경우 절대 왕자 노키아는 그야말로 '아! 옛날이여!'를 외칠 수 밖에 없는 반면 애플은 불과 2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스마트폰으로 대박을 내고 있다.
노키아의 경우 스마트폰에 대한 진입이 늦은 것은 물론 생뚱맞게 MS의 운영 체제로 시장에 나서면서 또 한번 외면을 받는 양상이다.
이에 과거 한 때 65유로에 육박했던 주가는 지금 겨우 4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위기가 그대로 위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어떤가? 선전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잘 비집고 들어가 세계 Big를 넘본다. 일본 토요다의 위기 역시 최대 수혜를 얻으면서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석유 화학의 경우 고도화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며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어지간한 화학기업의 연간 이익은 1조원을 넘나든다.
IT도 스마트폰에 대한 초기 대응은 실패했지만 소비자의 NEED를 빨리 읽고 전환에 임하면서 지금은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또 스마트폰 진입을 늦었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 매출로 그 실수를 충분히 만회한다.
애플의 이상한 딴지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 수 있는 힘도 갖춘 상태다. 이래저래 우리 기업들의 위기 관리 능력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결국 이런 모습은 주가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외국인은 이런 이유로 작년 화학, 자동차, 조선을 매수했다. 이 후 기관은 작년 후반 및 올해 이 종목을 올리며 외국인이 차분하게 수익 확정하게 돕고 있다.
이런 와중에 외국인은 금융 위기 이 후 변변한 시세를 낸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금융과 기술주를 매집하고 있다. 말도 안 되거나 억지 춘향식의 루머를 핑계로 기관이 알아서 물량 주니 외국인은 아주 편안하게 물량을 담고 있다.
덕분에 지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이 마당에 하이닉스와 KB금융은 올해 예상 실적 대비 PER 겨우 7~8배 수준이다.
화학, 정유, 자동차 업종의 최근 주가 수준인 2년 후 실적을 적용하면 하이닉스는 PER 6배, KB금융 역시 거의 6배 수준이다.
끈기 없는 국내 투자자 덕에 외국인은 지금 위치에 매수해서 PER 9~11배에 매도할 경우 손쉽게 4~60% 수익을 챙기는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같이 거두어야 할 과실이 외국인에게만 가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분명 화, 정, 자 업종이 낫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집에 저평가 상태를 따지면 이 후 주도주는 금융과 IT다. 연초 온갖 장미빛 전망에 개인들이 몰렸지만 지금의 IT는 걱정 일색이다. 오히려 역발상 전략이 맞는 시점이다.
포트 구성상 최근 기관의 종목과 외국인의 종목을 혼용해 가면서 점차 하반기 이 후 주도주로 기대되는 종목에 대한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특정 업종에 대한 고집을 부리기 보다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집 종목의 수익률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기관에 꿇리지 않는 외국인의 최근 모습은 거의 굴욕이다. 매수한 종목 대부분 손실이다. 그 들이 정말 바보 같아서 손실일까?
기관이 짧은 매매로 푼돈에 집착할 때 이미 그 들은 추세로만 국내 증시에서 지수상 200% 수익을 챙겼다. 바보가 아닌 천재인 그들의 매매 패턴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수 걱정할 이유 없다. 지난 5월 조정은 필자가 이미 연초에 분석해 제시한 내용 이상의 것이 없다. 이론상 나온 조정이다 보니 반등 역시 이론에 맞게 크게 나온 것이다.
지금 미리 이야기 하자면 국채 만기가 크게 몰리는 내년 3월을 앞두고 아마 2012년 2월 정도에 금융 위기설이 한번 더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각국의 지표가 호전되고 있을테니 역시 걱정할 필요 없다.
미국의 지표 부진을 우려하지만 일본 지진 이 후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 정도다. 실제 미국에서의 5월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한국산은 급증, 미국산은 선전, 일본산은 급락이다.
부품 공장의 정상화 시점을 감안하면 7월 즈음 발표될 지표는 제법 회복이 되어 있을 것이다. 경기가 급작스럽게 둔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 돌발 변수가 지금 반영이 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오히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의 경기부양책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걱정 말고 지금은 차분하게 하반기 주도주를 매집만 해 두면 된다. 그 것이 정답이다.
황태자 이동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