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토리]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재미난 인연
요즘 FC 서울 팬으로서 가장 동질감 느껴지고 또 한 편으로는 함께 이 어려운 형국을 헤쳐 나갈 마음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 한다면 단연 제주 유나이티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FC 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는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서울은 GS그룹, 제주는 SK그룹) 이 운영하는 축구팀들이고, 두 팀 다 ‘연고이전’ 이라는 원죄 때문에 K-리그 팬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
하다못해 붉은색 계열의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제주 유나이티드는 현재 오렌지색을 씁니다만 2006년까지만 해도 붉은색이 메인컬러였고 그 이전의 역사에서도 붉은색을 썼습니다), 누가 보면 서울과 제주는 초록이 동색이라고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을 것 같습니다. 불명예스런 예를 하나 더 들자면, 두 팀 서울과 제주는 우리나라 축구 사이트 ‘사커월드’ 에서 금지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 곳에서는 게시판에 ‘서울’ 이나 ‘제주’ 란 단어를 쓰면 바로 지적당하고 퇴출당한다고 합니다.
K-리그 팬들은 으레 서울과 제주가 리그경기에서 맞붙으면, 두 팀의 별명이 각각 북패 (서울) 와 남패 (제주) 이기 때문에 ‘쌍패더비’ 라고 놀리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놀림 등은 서울 팬들도 하도 욕먹어서 그런지 그러려니 합니다. FC 서울 공식 홈페이지의 서게 (서울게시판) 에서는 지난 여름 FC 바르셀로나의 방한 때문에 늦춰진 서울과 제주의 리그경기를 일컬어 “우리 같은 동지로서 이 어려운 형국 헤쳐 나갑시다” 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제 서울과 제주는 그런 놀림 속에서도 서로 힘을 합쳐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동질감은 팬들 사이 뿐 아니라 이제는 실질적인 피치 위에서의 모습도 비슷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현재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김은중 선수 (주장), 이상협 선수, 김호준 선수 (GK) 등은 전직 FC 서울 선수들입니다. 그것도 서울 팬들 기억 속에 잊혀진 선수들이 아니라 죄다 이름을 날렸던 일명 ‘네임드 (named)' 플레이어입니다. 글쓴이는 특히 김은중 선수의 4년차 팬이기 때문에 FC 서울 유니폼을 입고 골을 넣었던 김은중 선수를 잊지 못합니다. 또한 ’미친 왼발‘ 이상협 선수, 그리고 수 년 간 우리 서울의 뒷문을 잘 지켜준 김호준 선수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은중 선수는 2010년 중국 창사 진더에서 제주로 컴백한 다음, 시즌 초반에는 부진하다 중반기부터 펄펄 날고 있습니다. 제주의 캡틴으로서 제 역할을 해준다는 뜻이지요. 이상협 선수는 2009 시즌만 해도 후보 공격수로서 가끔 공격포인트를 올렸지만, 이번 제주로 둥지를 튼 이후부터는 알토란같은 포인트를 많이 올리며 깨소금을 잘 뿌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김호준 선수는 제주가 조준호 선수를 대구 FC로 보낸 이후 골키퍼 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았는데, 그 공백을 정확하게 막아주며 연일 슈퍼세이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두 서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상암벌에서 ‘수호신’ 서포터들의 우렁찬 개인 콜을 받으며 FC 서울이라는 그 자부심으로 뛰었던 훌륭한 선수들이기에, 이들이 새로운 터전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멋진 활약을 펼칠 때마다 글쓴이는 막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올해부터 제주 유나이티드를 ‘세컨드 팀’ 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제주가 호성적을 낼 때마다 마치 저와 관련된 일인양 굉장히 기뻐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과 제주가 맞붙는다면 저는 당연히 서울을 응원하지만, 서울과 제주가 안 겹치는 날에는 제주에게도 응원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특히 올타임 플레이어로서 이미 주전 자리를 완전 꿰차고 있는 김호준 선수를 볼 때마다, 그가 세이빙을 펼칠 때마다 같이 흥분하고 같이 안도하게 되더군요.
사실 FC 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가 같이 힘을 합치면 좋은 장점들이 많습니다. 첫 번째로 앞서 말했다시피 두 팀 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스포츠팀인 만큼 한국 프로축구를 더욱 더 풍성하게 이끌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두 번째, 각각 1982년 유공 코끼리 창단 (제주), 1983년 럭키금성 황소 창단 (서울) 으로 프로축구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들을 이끌고 있지만 2004년 서울의 연고이전, 2006년 제주의 연고이전으로 많은 축구 팬들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제는 서울과 제주 두 팀이 합심하여 차후 연고이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자의 연고지에서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K-리그의 타 팬들이 서울과 제주를 일컬어 ‘쌍패 더비’ 라고 놀려도 상관없습니다. 2004년과 2006년 각각 연고이전이라는 K-리그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불리며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의 욕을 얻어먹었지만, FC 서울은 서울특별시에서 6만 관중시대를 이끌었을 뿐더러 제주 유나이티드는 스포츠의 불모지 제주특별자치도에 뿌리내려 프로축구의 전국구시대를 일궜습니다. 또한 이번 2010 시즌에서는 서울과 제주 모두 K-리그 우승을 목표로 경쟁하는 만큼, 선의의 경쟁자로서 좋은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것입니다.
첫댓글 이 문제를 접할때 마다 축구가 연고이전을 하면 않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축구팬들끼리 싸우는 일이 번번한데 유럽처럼 그 도시의 시민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서 지역밀착형이된것이 아니라 기업이 도시를 낙점하고 팀을 만들어서 축구팀을 운영하는 우리나라에서 연고이전에 대해서 유럽의 잣대를 들이대고 재단하는것은 조금 이해가 않됩니다. 물론 연고이전이 잘했다는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논리가 앞서는 우리나라 스포츠 환경을 잘 조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 북패,남패하면서 비난하는 일을 할것인지.. 축구팬들이라면 한번 생각해봐야할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