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우표이야기
우표는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자연에 걸쳐 시대상을 대표하는 예술품으로의 가치가 있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우표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 나라에서도 한 해에 발행할 우표를 발행 전년도에 각 부처로부터 자료를 수집하여 원로 화가, 대학 교수, 언론인, 우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우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발행하고 있다.
우표에 나타나는 도안은 국제 행사로서 국제협력, 친선외교 강화 및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 국가적·범국민적 행사로서 영원히 기념하고 동행사를 국내외로 널리 홍보하며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인물 또는 행사로서 50주년, 60주년 또는 100주년 단위의 기념 행사와 기타 자료가 주제로 선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우편제도는 신라 소지왕 9년(487) 각 지방에 우역(郵驛)을 설치한 것을 시조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형태의 우편제도가 발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일반 국민이 이용한 것은 아니었고 군사용(軍事用)이나 관용(官用)으로만 이용되었다. 구한말 고종 21년(1884) 서구식 우편제도의 도입으로 우정국(郵政局)을 개설하여 우편업무를 개시하고, 태극마크를 주도안으로 최초의 문위(文位:화폐의 단위) 보통우표를 발행하였다.
하지만 우편 업무를 개시한 지 얼마 안되어 갑신정변으로 우편 사업이 폐쇄되고 정국의 혼란으로 우편제도는 과거의 역마제도로 환원되었다. 그후 1893년 전우총국(電郵總局)이란 기구로 우편 업무를 재개하고 태국 보통우표 4종을 인쇄하여 1895년 7월 22일부터 사용하였다. 이 태극 보통우표에서부터 태극기가 이씨 왕가의 문장인 이화(李花)와 함께 등장하였다. 1905년 한일통신 합동조약 체결로 우리의 우편 업무가 일본에 강제 접수되어 우표를 발행하지 못하였고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일본 우표를 사용하게 되었다.
해방 직후에도 사전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 우표를 그대로 사용해 오다가, 전국에 남아있는 일본 우표를 모아 한글로 국호와 액면을 가쇄하여 새로운 우표가 발행될 때까지 사용하기도 하였다. 1946년 11월 10일 미군정 하의 과도정부 시기에 최초로 발행한 보통우표 중에 무궁화가 도안되어 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후로는 보통우표나 기념우표 모두 무궁화를 주도안으로 사용한 우표가 많이 나타나 무궁화의 국가적 상징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상 우표에 그려진 무궁화를 찾아보는데 있어서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를 구분하여 시대순으로 살펴보았다.
1) 해방 직후
해방 직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던 시기에 발행 된 미군정청 가쇄보우표에 옅은 다색 바탕의 한가운데에 활짝 핀 무궁화가 한 송이 그려져 있다.
1948년에서 l949년 사이에 제1차 보통우표가 다양한 소재로 발행되었는데, 애국지사 이 준(李準)의 초상 아래 좌우로 한 송이씩 그려진 것과 붉은 바탕에 두 송이의 만개한 무궁화를 주도안으로 한 두 종류가 발행되 었다.
이 시기에 발행된 기념우표‘한글 500년’과‘국회 개원’기념우표는 한글 자모와 국회의사당 주위를 무궁화로 장식하고 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2종의 우표가 발행되었는데 하나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 바탕에 흰색으로 활짝 핀 무궁화가 그려져 있다.
이렇게 그려진 무궁화는 독립 투쟁의 정신을 대변하는 듯하다.
2) 6.25 동란기
전쟁으로 우편 업무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인하여 액면가를 첨쇄하여 사용하였다.
이때‘이 준 열사’우표와‘무궁화’우표는 2차례에 걸쳐 첨쇄되었다.
그리고 전쟁 중 조국의 통일을 기리면서‘국토통일’기념우표를 발행하였는데 이 중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 주위를 무궁화 꽃으로 장식하고 있다.
3) 1950년대
그 동안의 우표는 몇몇 민간 인쇄소에서 인쇄하였는데 1952년 9월 10일‘제2대 대통령 취임’기념우표부터는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쇄하게 되었다.
1956년 발행된‘무궁화’우표는 활짝 핀 두 송이의 무궁화를 우표의 전면(全面)에 가득 채워서 무궁화의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1957 년에는 이 우표와 같은 도안으로 용지와 액면가를 달리하여 세 차례에 걸쳐 발행되었다. 50년대에 발행된 기념우표 중에서‘국제로타리 50년’과‘정부 수립 10년’기념우표에 무궁화가 사용되었다. 정부 수립 10년’기념우표는 열 송이의 무궁화로 10자 모양의 무궁화 화환을 만들어 정부 수립 10주년을 축하하는 뜻을 표현하였다.
4) 1960년대
이 시기에는 기념우표에 무궁화 도안이 많이 사용되었다.
1960년 제2공화국이 탄생되면서 참의원이 개원되어, 좌측 상단에 활짝 핀 무궁화와 개원 광경이 그려진 기념우표가 발행되었다.
광복절을 기념하여 1963년과 1965년에 무궁화를 도안한 우표를 발행하였다. 특히 1965년에는 매월 15일 식물을 주제로 시리즈 우표를 발행하였는데 8월 광복절을 기하여 무궁화를 주제로 발행하였다. 궁화가 도안된 우표 중에서는 최초로 천연색으로 인쇄되었고 활짝 핀 무궁화와 그 봉오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방 국가원수의 방한을 기념하는 우표에는 한국의 상징으로 무궁화가 많이 등장한다. 1968년 에티오피아 황제가 방한했을 때 발행된 기념우표에는 양국 원수의 초상을 무궁화로 감싸고 있다. 1969년 말레이시아 국왕의 방한을 기념하는 우표에는 각국 원수 옆에 무궁화와 부용을 그려 각 나라를 대표하고 있다.
5) 1970년대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초상이 든‘대통령 대형 보통우표’에는 무궁화가 문양으로 도안되었다. 1971년‘7대 대통령 취임’기념우표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대통령 휘장이 그려져 있는데 대통령 휘장 한가운데 무궁화가 위치하고 있다.
1978년‘국민교육헌장 10년’기념우표에 나타난 무궁화는 꽃잎을 형상화하여 표현하였다.
그 외에 이 시기에 발행된 기념우표에 나타난 무궁화는 기관이나 기구의 상징 마크 도안으로 사용된 형태로 그려진 것이다.
6) 1980년대~현재
l981년 제3차 그라비아 보통우표에 나타난 무궁화는 초록의 잎이 바탕이 되어 활짝 핀 한 송이의 무궁화가 단심선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실물과 가깝게 그려져 있다. 이 우표는 근래에 발행되어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인지 선명한 무궁화가 인상적이다.
제12대 대통령 취임을 기념하는 우표에는 대통령의 초상이 흑백인데 비해 진분홍의 선명한 꽃잎 속에 경제부흥을 상징하는 듯한 건물이 들어 있어 국가의 상징인 무궁화에 대한 뚜렷한 인상을 준다.
‘제60회 어린이날’기념우표는 중앙 전면(全面)에 선명히 그려진 무궁화꽃 위로 어린이날 노래의 악보가 곡선을 그리며 펼쳐져 있어서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나라꽃에 대한 사랑을 심어 주고 있는 듯하다.
이 시기에는 외국 국가원수의 방한이 많았는데 이를 기념하는 우표에 양국의 국기나 국가원수의 초상과 무궁화를 조화시킨 도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때의 무궁화 그림도 실물에 가깝게 표현되거나 혹은 단순화된 형태로 디자인되었으나 그 상징성을 잃지는 않았다.
‘광복 40주년’기념우표는 백두산 천지와 무궁화를 조화시켜 백두산에 피어난 무궁화를 표현하여 국가 통일의 의지가 잘 나타나 있다.
1980년대로 오면서 인쇄 기술의 발달과 우표 도안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으로 우표의 디자인과 쇄색이 잘 부합되어 무궁화가 거의 실물에 가깝게 잘 표현되었으며 무궁화의 도안 자체도 크고 명확하여 국가의 표상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1992년 보통우표에 나라꽃 무궁화 사랑을 주제로 우표의 전면에 활짝 피어난 꽃을 바탕색과 잘 조화되게 묘사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의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애석하게도, 백단심 꽃인 화랑의 꽃잎이 분홍색으로 표현되어 있어 국가의 표상인 무궁화를 그리는 데에 더욱 신중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