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쯤 견학차 개성공단에 다녀 온 적이 있었습니다.
다녀와서는 그 소회를 적어 근무하고 있던 곳의 게시판에도 글을 올렸었습니다.
당시 누군가 힐난하듯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아니냐'며 위협처럼 말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번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당시 화해와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추구하던 당시의 정책기조에 반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화해와 협력, 공동의 번영을 추구한다는 상징적인 산물이기도 했던 개성공단은
우리가 만든 것이었으되 기약할 수 없음으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마음 놓을 수 없는 불편한 곳이었지만 생업을 영위하던 우리의 기업가와 관리자들,
아침이면 출근하여 따뜻한 점심과 초코파이까지 챙겨 개성시로 퇴근하던 많은 북한의 노동자들,
그들은 이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기사에서
'초코파이는 북한에서 전설적 지위에 올랐다. 마시멜로로 채운 작고 둥근 초코파이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북한을 서서히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고 했습니다.
공단에서 북한의 노동자들에게 나눠지던 초코파이는 간삭의 범위를 넘어 비공식적인 수당과 같은 것이었고
원시적인 물물교환의 수단처럼 통화의 기능도 했었을 것입니다.
이제 6년이 지나 그곳을 다녀왔을 적의 소회는 다시 초코파이로 개성공단의 아픔을 상징하고 싶은 마음을 가져야 했습니다.
그것은 영국의 일간지보도와는 다른 측면으로 오히려 그 초코파이로 인해 북한의 철도 없는 지존은 공단의 원상회복과
추가적인 교류의 문을 쉽게 열 수 없을, 족쇄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한 달에 달러로 전달되는 수십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권력의 연장내지는 확장 이외에는,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애환과 상실감은 관심 밖의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6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독한 보수꼴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은,
안타까운 자괴감이나 가져야 했습니다.
아래글은 6년전에 적었던 글의 일부입니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남인수의 애절한 노랫자락이 잡혀지는 '황성옛터의 한 구절입니다.
그 황성옛터가 멀지않은 곳에 다녀왔습니다.
황성은 고려의 궁궐이었던 만월대를 지칭하는 표현.
만월대는 개성 송악산 남쪽 기슭에 고려 태조 2년(919)에 창건된 이래 공민왕 10년(1361)
홍건적에게 소실되기까지 오백년 가까이 고려왕조와 흥망성쇠를 함께한 곳.
그러나 세월은 흘러 두번째 절의 노래가사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라는 그대로입니다.
개인적으로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비를 둔 한 인간이 그 아비를 쫓아 전지전능한 신으로 존재하는 나라.
그 보잘것 없는 한 인간이 모든 인민의 생사화복을 주장하는 나라
그 옛날 대국의 지존처럼 큰소리치며 조공을 챙기는, 세상에서 뛰어난 능력있는 인간이 존재하는 나라
스피드를 즐기고 영화광이며 온갖 쾌락의 늪에 빠진 패륜아라고 알려주다가
직접 그 지존을 알현하고는 '통 큰 지도자'라며 추켜세워지기도 했던 단벌신사가 존재하는 나라.
국경을 넘어 인간이 인간으로 인한 폐해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동토의 왕국처럼,
이제는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적 장소라는 개성공단엘 다녀온 것입니다.
두시간여 언덕 하나없이 달리던 중국의 텐진에서 베이징구간처럼 한강과 임진강을 끼고
언덕하나 없는 넓게 트인 길을 시원스럽게 달렸고. 그러나 강쪽으로는 철책이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통일대교를 건너고 민간인통제선을 지나 CIQ(관세: customs, 출입국 심사:immigration, 검역:quarantine) 가
위치해있는 도라산역.
도라산역은 2002년 4월 1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고.
북한관계자들은 '북한' '남한'이라는
표현보다는 '북측' '남측'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는 것이고
이면에는 허울좋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배경이 깔려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입국'이라는 표현보다는 '입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군사분계선을 넘고 이제는 북한지역, 초소에는앳띤 인민군 하전사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들의 의무복무는 10년. 말이 10년이지 휴가도 면회도 제대로 없는
섣불리 가늠도 되지 않는 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북한지역의 입국심사대. 군복을 입은 인민군들의 검색을 받고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제 공단지역. 좌우측으로 옥수수밭에는 웃통을 벗은 군인들이 옥수수를 따는 모습.
우리와는 달리 부대에서도 얼마간은 식량을 자체 조달하게 되어있다고 알고 있는데.
북한군에서 근무하다가 제3국을 거쳐 탈출한 여군대위로부터
'일년을 돼지를 키웠는데 제대로 먹이지 못해 말그대로 수류탄 만큼 작아
'수류탄돼지'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는 공단지역.
먼저 관리위원회의 공단 소개 및 투자설명회가 진행되고.
일단계 백만평?, 현재 41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대부분 분양이 완료된 상태라고 하는데.
남측의 기술과 자본, 북측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된 현장. 그리고 편의시설, 은행,
편의점, 한전 소방소등의 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모여있고. 견학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하여 이동.
식당은 공단지역과 북한의 민가가 시작되는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었고.
바로 보이는 마을은 봉동리. 그리고 식당이름은 봉동관. 얼마전에 한 정치인이 식당 접대원동무들과
춤을 같이 추었다가 구설수에 오른 그 식당. 식당에 들어가기 전 마치 스파이라도 되는 양
민가를 한참동안 관찰했는데. 이곳만 해도 남측에서 잘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선전용으로 지어진
마을일것이고 이제는 퇴락해져 가는 모습이고 그러나 학교에서 돌아오는 모습의 아이들은 많아 보이는데,
누군가 '전기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출산율이 높다'고 해 한참을 웃었습니다.
식당은 콘센트 가건물로 지어진 형태이고 내부장식도 조잡스러운 모습, 그러나 한복을 입은
접대원동무들은 나름대로 미모를 지니고 있고. 메뉴는 가자미 튀김과 돼지고기 두루치기, 소꼬리찜,
배추김치, 해삼볶음 등 술은 대동강 맥주와 머루주 등, 일인당 식대는 30달러, 그러나 가격에 비해
내용은 부실한 편이고 식사는 냉면이 나왔으되 육수가 느끼한 편이었고. 이어서 공연이 시작됩니다.
가수나 춤추는 무희는 접대원동무들이 1인 2역을 하고 공연하면서 흘리는 웃음이 왠지 느끼한
마음이 가고, 삼시세끼 밥조차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곳에 와서 나름대로 호사스런 식사를 하려니
마음은 편치 않았고. 그리고 식당을 나오면 특산품 판매대 대부분 들쭉술 등 주류가 말 그대로 주류를 이루고,
철천지 원수놈들이라는 미 제국주의의 지폐가 통용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도 있었습니다.
공화국 지폐는 구경도 못해보고, 누군가는 기념으로 가져 보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불가한 일이었습니다.
이어서 공단지역 견학. 우리나라 유수의 시계제조업체인 로만손시계. 그러나 나는
지도원 동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인 한국 마이크로 필터라는 맞은편 회사로 갔습니다.
동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들어오는데 어제가 들어왔던 날이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종업원 규모는 300명정도, 주로 황해북도 개성특급시에 거주하고 있고 출퇴근 버스나 자전거로.
점심은 도시락을 싸오고 국을 회사에서 제공하고, 한달만 지나면 얼굴빛이 달라져 간다는데
잘 느끼지 못하겠고, 간식으로 쵸코파이 등을 몇개씩. 지난 추석에는 설탕 한 봉다리씩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임금은 개인별로 지급하지 않고 저쪽으로 넘겨주면 얼마간을 공제하고 나머지를 준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휴전인 상태로 군사적인 긴장은 가시지 않은 째, 크게 일은 벌려가고 있는 데, 남북이 공생할 수 있는,
더불어 평화를 모색할 수 있는.
그러나 결국은 이 왕국에 존재하는 절대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
입에 달고 다닌다는 인민이나 민족은 저 멀리 밖에 있을 것이고.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누린 절대자의 호사를
더 늘려가고 자식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을까 하는 것만
관심사 일거라는 생각은 혹시 '수구꼴통'적인 식견의 발로?
단물처럼 값싼 노동력을 팔아 주머니에 달러를 쨍기는 재미가 쫄쫄할테지만 혹시 야금야금
자본주의가 저 노동자들에게 배어들어 자신에 대한 신앙심같은 것이 흐려진다면,
과연 통 큰 위원장 동지는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것인지, 어데로 가야 제대로 가는것인지,
다시 남쪽으로 돌아오면서 남방한계선의 이중 철조망이 왠지 낯설기만 했습니다.
첫댓글 아! 초코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