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8.12.연중 제19주간 수요일
에제12,1-12 마태18,15-20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하는
“꽃같은 삶, 시같은 삶”
“찬양하라, 주님을 섬기는 자들아,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라.
이제부터 영원까지 찬미하라, 주님의 이름”(시편113,1-2)
입추 지나 가을밤되니 서늘한 기운에 별들은 더욱 많아지고 선명하게 빛납니다. 오늘 새벽 산책길의 분위기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기도의 계절,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하느님 찬미와 찬양의 종교가 그리스도교입니다. ‘시삼백 사무사(詩三百 思無邪)’, 시경에 수록된 300편의 편의 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래서 가톨릭교회 수도자들은 물론 신자들은 150편의 시편들을 끊임없이 성무일도로 바칩니다. 이런 찬미와 감사의 시편기도가 마음을 정화하고 성화하며 치유합니다.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사실 사람은 마음 깊이에서는 모두가 시인입니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가르처야 하는 것은 AI가 아니라 시입니다. 그래서 하늘에는 별, 땅에는 꽃, 사람 마음 안에는 사랑의 시입니다. 여러 번 인용했던 시가 생각납니다. 지금 이 시를 드렸던 가난하나 예뻤던 자매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꽃이
꽃을 가져오다니요?
그냥 오세요
당신은
꽃보다 더 예뻐요”
이 시를 선물받고 꽃같이 환히 웃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제 받은 60대 동심의 자매로부터 동시를 받고 행복했습니다. 시와 더불어 주고받은 메시지를 나눕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맑고 푸른 하늘 쳐다보며
하느님께 아이처럼 선물 달라고 떼를 썼다
잠시 후 신부님께서 달걀 한 알 쥐어 주셨다
에그(egg)... 달걀 한 알
따뜻하다!
하느님은 가난하지만 따뜻한 분이신가보다”<하느님 선물;2026.8..>
“지난 주 신부님께서 달걀을 주셨을 때 쓴 동시입니다. 부끄러워 망설이다 보내드립니다.”
“아, 이게 진짜 시입니다. 순수한 동시를 쓰시는 자매님! 축하드립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신부님 시를 자주 읽다보니 부끄럽지만 써 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써서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시는 하느님의 선물이요 시쓰기가 우리를 자유롭게 새롭게 하며 치유합니다.”
어제의 <평생학인>이란 자작시도 나눕니다.
“자연은 늘 새롭다
하느님은 늘 새롭다
파스카 예수님은 늘 새롭다
나도 늘 새롭다
새로움은 생명과 빛, 기쁨의 샘이다
이 셋으로부터 평생 배워 공부하는
사랑과 겸손이다
지칠줄 모르는 주님의 평생학인으로 살고 싶다”<2026.8.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하는 꽃같은 삶, 시같은 삶이 참 이상적인 행복한 <축제인생>의 삶입니다. 날마다 고해인생이 아닌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말씀의 특징은 하느님은 어디에나 현존하시며 우리를 돕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죄악이 만연할 때 주님의 영광은 떠납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서는 예루살렘이 죄로 인해 벌을 받을 때 주님의 영광이 성전을 떠나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참으로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주님의 자녀답게 살 때 주님의 영광도 우리와 함께 함을 배웁니다. 그러니 우리 안에 주님이 머무르실 공간을 마련해 드리는 일이 참 지혜입니다. 옛 현자의 지혜도 우리 자신을 살펴 보게 합니다.
“마음이 자세에서 드러나듯 몸가짐 또한 마음에 스며든다. 마음의 안정을 원한다면 먼저 몸가짐부터 정돈하라.”<다산>
“얼굴이 단정하면 마음도 경건해지니, 옷매무새와 띠를 항상 단정히 해야 한다.”<관자>
오늘 복음은 형제가 죄를 지었을 때 그 교정 절차가 아주 섬세하고 정교합니다. 하느님처럼 디테일에 강한 공동체임을 보여줍니다. 고백성사시 보속의 목적도 죄의 벌이기 보다는 화해와 치유에 있음을 봅니다. 최대한 죄인에게 교정과 회개의 기회를 주는 공동체의 배려를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자비하고 너그러운 마음입니다.
그대로 주님을 닮은 공동체의 죄인들에 대한 노력입니다. 참으로 주님으로부터 평생 배워 공부해야할 사랑과 겸손입니다. 주님의 결론 말씀에서 하늘과 땅은, 하느님과 공동체는 단절,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실재임을 봅니다. 그러니 우리가 몸담고 사는 공동체는 <하느님의 거처>가 됩니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죄를 지었으면 삶의 현장, 제자리에서 주님 안에서 풀고 화해해야지 제 자리를 떠나선 해결 난망임을 보여줍니다. 제자리에서 해결, 해소해야지 제자리의 주님을 떠나 피해 갈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단숨에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주님의 거듭된 말씀이 우리의 마음을 더불어 깨어 기도하게 합니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지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기도하는 공동체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잇는, 바로 살아 있는 성전임을 보여줍니다. 우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하기 위해서> 함께 모여야 합니다. 기도하라고 함께의 모임이요 공동체입니다. 함께 하면 <함께 기도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배웁니다. 주님 중심의 공동체요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할 때 꽃같은 삶, 시같은 삶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해 뜨는 데서부터 해 지는 데까지,
주님의 이름은 영원히 찬미 받으소서”(시편113,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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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