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영혼의 소실
황 인 찬
〈당신은 지금 죽었습니다 약간의 경험치와 소지금을 잃었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그런 메시지가 어디 떠오른 것 같다 스테이터스, 그렇게 외쳐도 무슨 창이 허공에 떠오른다거나 로그아웃이라고 말한다고 진정한 현실 세계로 돌아간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식탁 위에는 1인분의 양식이 있고 창밖으로는 신이 연산해낸 물리 법칙에 따라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너는 분갈이를 해야 한다며 거실에 앉아 식물의 뿌리와 씨름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구면인 신이 찾아와 내게 말을 건다 〈이것이 당신의 영혼입니다〉 - 작군요 〈이것이 당신의 슬픔입니다〉 - 없는데요 〈그것이 당신의 슬픔이군요〉 ······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나무들의 흔들림이 멈춘다) 회상이 끝나면 어느새 너는 없고 너무 커서 부담스러운 고무나무 한 그루가 거실 창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무에는 너의 영혼이 깃들었고 이것을 잘 가꾸면 언젠가 네가 열매 맺힐 것이라 믿으며 나는 잘 살고 있다 딱히 네가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신은 지금 죽었습니다〉 다시 내 머리 위 어디쯤 메시지가 떠오른 것만 같았고 - 부활은 안 할게요 그렇게 말해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 계간〈어선 테일즈〉2021년 겨울호(창간호) - - 월간〈현대시〉2022년 6월호에서 -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 예스24
“삶도 사랑도 그렇게 근거 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명명됨에서 비롯되는 마음들불합리한 세계 속에서도 근거 없이 지속되는 사랑황인찬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서정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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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학동네 |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