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동네에 노는 엉아들이랑 탁구를 쳤어요. 집으로 가는 길에 합판으로 만든 탁구대가 있는데
가끔 지나다니가 보면 엉아들이 놀고 있었어요. 그 날도 지나가면서 담배를 한 대 태우며 지켜보는데
동네 엉아가 같이 치자면서 라켓을 하나 꺼내줍니다. 라켓을 보고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나......
그냥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탁구채였습니다. 이건 사실 무늬만 라켓이지 그냥 나무판이에요.
그래도 같이 놀아준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탁구를 칩니다. 복식경기. 룰도 제대로 몰라요. 그래서
자기들 방식대로 시작!! 공을 치는데 뜻대로 안됩니다. 저는 한국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6부수준.
그러니 뭐가 제대로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니까 라켓이 목판이라도
동네탁구에게 질 수는 없죠. 그런데 마음만 그렇지 제대로 안됩니다. 그런데 서비스때 저의 능력이
발휘됩니다. 레슨 받을 때 서비스만 줄기차게 연습한 제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죠. 다 날아가 버립니다. ㅋㅋ
서비스로 10득점 그래서 두 게임을 해서 다 이깁니다. 그리고 한 엉아랑 남아서 단식을 하는데, 이제 좀
적응을 했는지 공이 좀 넘어갑니다. 단식도 3게임 다 이겨버리네요. 제 라켓을 가져 왔다면 10점은 접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냥 동네탁구에요. 그 엉아에게 탁구장을 물어보니 근처 운동장에 가면 있을거라고 해서
며칠 뒤에 찾아갑니다. 차를 타고 갈까? 걸어 갈까? 한 3킬로미터 정도라 걸어갑니다. 요즘 날씨가 쌀쌀해
조금 따뜻하게 입었는데, 땀이나네요. 운동장에 갑니다.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선수들처럼 하고 있습니다.
탁구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테니스장이 있습니다. 구경을 합니다. 그리고 입만 벌리고 있습니다.
준 샤라포바급 학생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 생각! 이쁜 여자를 보려면 테니스장으로 가라!!
그리고 더 황홀하게 멋지고, 우아한 여자를 보려면 성당으로 가라! 스카프를 둘러 쓴 여자들은 환상입니다.
진짜 여자 이야기 그만 하려고 하는데, 눈에 자꾸 색다른 매력을 지닌 여자들이 보이는 것을 어떻해요. 오늘도
사무실 갔다고 오는데, 아주 이쁘지 않은 여자가 숄을 감싸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딱 가을이네요. 우수에 젖은
그런 분위기, 책에서나 보던 그런 모습을 봅니다. 정말 분위기 좋은 아낙들이 많습니다.
천연잔디 구장입니다. 여기 오른쪽 편이 테니스장, 테니스장을 갔다오니 탁구채 팔아서 테니스 라켓을 사고 싶습니다.
결국엔 탁구장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오려는데, 걷고 싶어서 우리 집 앞이 비행장같은 활주로가 있는데, 이걸 한바퀴
돌아보자는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그런데 이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기찻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지도를 검색하니 약 4킬로미터를 걸어갑니다. 원래 계획은 중간에서 빠지려고 했는데, 길을 가다보니 외길입니다.
기차길 건너편도 아래 사진과 같은 창고 또는 활주로가 있는 공장이 막고 있어 벗어나려면 왼편으로 빠져야 하는데
이미 오른쪽으로 건너와 걷고 있었기 때문에 빠져 나가는 길도 없네요. 그래서 그냥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창고들로 근 3킬로미터 이상 늘어서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이런 창고겸 작은 공장들이 사방에 많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차 수리도 하고, 작은 공작물도 만드나 봅니다. 이 지역은 대부분 자동차 관련 공장으로 보입니다.
가끔 차 수리하는 사람들이 좀 보이고 거의 사람들이 없습니다. 어째 저는 사람들이 없는 길만 잘 다니는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는 안 보이지만 그 창고들마다 엄청나게 큰 자물쇠들이 달려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우람한
자물쇠들이요. 어쨌거나 이렇게 재미없는 길을 1시간 반 넘게 걸어가니 힘이 듭니다. 배도 고프고, 이제 활주로 1/3 돌았는데
말입니다. 네비를 켜고 보니 한바퀴 다 도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 좌회전을 합니다.
그리고 보았습니다. 그 아름다웠던 우크라이나 여름에는 보지 못했던 멋진 모습을 봅니다. 시내라 제대로 볼 수 없지만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녘놀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광경중에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반야봉의 낙조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예전에 이 낙조를 보기 위해 물도 없는 반야봉을 몇 번이나 올랐는지 모릅니다. 시내에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낙조지만
정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목표가 생겼죠. 지평선에서 저 낙조를 보리라!!! 올 가을이 가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이미 지역도 조사해 놓았는데, 차가 없네요 ㅠ. ㅠ 일단 저번에 나들이 간 곳을 다시 가서라도 한 번
보고 올 것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데, 역에서 집에 걸어오기도 힘듭니다. 케밥하나 사서 길가에 앉아서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쉽게 생각하고 움직였는데 판단미스였습니다. 오늘 좀 고생했네요. 끝!
첫댓글 고맙습니다공감합니다.
근데 왜 자꾸 눈물이 나지요?ㅜㅜ
아라비님의 스토리가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저를 반추해 보며 공감하며 웃어야 하는데, 마치 블랙코메디를 보며 웃고 있지만 슬픈 것처럼 왜자꾸 눈물이 나는지요?ㅜㅜ
아라비님 나중에 우크라이나 여성분들, 슬라브족 엘프녀들 사진 올려주십시오ㅜㅜ
저는 막내이며 엉덩이 뿔나 어려서부터 지금껏 참 많이도 속 새겨 드렸습니다. 그렇게 아프셨던 어머니도 어쩜 막내인 저를 걱정하시며? 버티어 오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ㅜㅜ
마닐라인근 원허드레드아일랜드 섬- 에머랄드 쪽빛 바다와 그림같은 야자수 평화로운 적막감 속에 간간이 들려오는 원주민 아이들의 노는 소리
이 곳이 천국이었습니다. 세상 돈짝만한 그젊음에, 또한 그 행복감에!
반드시 어머니 모시고 다시 오리라!
근데 벌써, 이렇게 언 20년 가까이 지나고 있습니다ㅜㅜ 지금 당장이라도 모시고 떠날 수 있는데, 어머니가 더이상은 버티어 주지 못할것 같은 어리석음에, 바보스러움에~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ㅜㅜ
철들어 어머니의 살아오신 모습에 안타까와 눈물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 눈물조차 말라 버렸는데ㅜㅜ
오늘은,
창피하게 왜 자꾸 눈물나는 것인지~
@인디고 아이고 참 약한소리 하십니다 아직 80도 안되셨는데 뭔 그리 걱정을 하십니까. 제가 볼 때에는 별 것 아니에요. 조금만 찾아보고 약간의 정성만 기울이면 쾌차하실 수 있을거에요. 저도 오늘 올라 온 글들을 보면서 기분이 상했다가, 인디고님 글 보고 눈물도 찔끔흘리고, 그래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다보고 글도 쓰고, 댓글놀이도 하다보니 다 잊혀져 버리네요. 조금만 힘드시고 조금만 더 눈물 흘리시고 빨리 자리를 찾으세요. 인디고님께서 아파하시면 어머님께서 더 힘드실꺼에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라비 힘이납니다. 이해해 주시고 그 따스한 가슴에 감사 드립니다.
아라비님 글을 읽다보면 치안이 상상이상으로 잘 되있나봅니다 내전 상태라 불안할거 같은데 실상은 굉장히 평온한 상태인거 같습니다 ^^
제가 그랬잖습니까 이곳은 평온하고 여유롭고 평화롭다고요. 밤길에 으슥한 곳을 돌아다니지 않으면 괞찮다고 생각해요.
@아라비 쾌도난마가 아라비님 일거구먼
@돌맹이 ㅎㅎㅎㅎ 쾌도난마 좋은 말인데, 저에게 주시면 부담스럽사옵니다~~
아라비님 덕분에 외국 구경 한 번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