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진 중동 위기에 요동치는 자산시장, 연내 금리인하 또 불투명
민서연 기자입력 2024. 4. 15. 14:51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해 온 이란이 13일(현지 시각) 결국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하였다. 이란은 앞서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해 보복을 예고해 왔고 이번 공습 뒤 이스라엘 또한 일찌감치 재보복입장을 천명하였으나 미국 등이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이면서 중동 상황은 확전의 기로에 놓였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은 세계 안보와 경제에 미칠 여파가 크고, 이는 각종 자산 시장을 출렁이게 한다. 특히 이번 이란의 공습으로 인해 이미 많이 오른 상태인 유가와 금값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위기 고조에 국제유가·금값 오름세 지속 전망...비트코인은 폭락 후 회복
중동 정세는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영향을 주면서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과 멕시코의 수출 축소 등 공급 우려로 치솟던 중이었다.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지난 12일 6월물 기준 92.1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월물 기준 85.66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이며, 올해 들어서만 20% 가까이 뛴 수치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래피던 에너지의 밥맥널리 사장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보복전이 지속 돼 호르무즈 해협에 차질이 생기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매일 1800만 배럴의 석유 운송 차량이 오가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에도 치명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상승시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금 가격도 마찬가지다. 앞서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 온스당 2400달러선을 돌파하면서 최고 가격을 갈아치웠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15일 금 거래가 재개되면 새로운 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보다 저렴한 은 시세에도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고 예측하였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비트코인은 한때 6만1000달러가 붕괴됐다. 15일 글로벌 코인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0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24% 상승한 6만503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란의 직접 보복 소식이 알려진 직후 약 8% 하락한 6만 달러까지 추락하기도 했으나 미국이 이스라엘에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 이후 가격을 다소 회복하는 모양새다. 중동 지역의 확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쪽에 베팅을 한 투자자가 우세한 것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실시한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계획을 철회하였다.
◇美 금리 인하 시기는 다시 미궁 속으로...“유가 인상시 인플레 불가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초부터 금리 인하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데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생기면서, 월가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리서치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더 신중히 접근할 이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는 “9월 첫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이 다음 달 급등하지 않는다고 가정 시 유럽중앙은행(ECB)과 잉글랜드은행(BOE)은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어 현재 가장 큰 위험은 중동 지역의 확전 및 에너지 시장의 반응이라면서, 유가 상승 시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 진정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한데 고용 지표는 계속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약해진 상태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한 상태다. 지난 1월에는 3.0%였는데, 2월 3.2%로 반등하며 물가가 잡히지 않은 모양새에 연준도 금리 인하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동 위기가 고조되어 유가가 오르고 물가가 더 뛰면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욱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연준 인사들도 신중론을 연이어 제기하여 왔다. 지난주 연준 인사들의 주요 발언을 살펴보면, 매파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가 올해 금리동결 전망을 내놨다. 카시카리 총재는 미 경제가 탄탄한데다 인플레이션은 좀체 떨어지지 않고 있어 올해 금리인하가 불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도 올 연말에야 연준의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12일 강력한 노동시장과 높은 소비 지표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고 평가하였다.
이란의 이스라엘 심야 공습은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한지 12일만으로, 이란의 첫 전면적인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다. 미국이 확전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에 재보복을 하지 말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고, 네타냐후 총리가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표했지만 여전히 긴박함은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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