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전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밝혔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관련 공판에 출석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위법적인 행정 요구가 이런 사건들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 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는 말에 “여러 가지 이재명의 사소한 부분도 다 많이 챙겼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겨냥해 “본인(이재명)이 책임져야 하는데 항상 뒤로 물러나 있다”며 “도시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엔 저만 기소돼 있지 않나. 저는 제가 책임지겠다. 그분도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져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의 최측근인 전 씨는 전날 오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전 씨는 유서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재명의 이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재명 연루 의혹 관련 사망자는 총 5명이 됐다. 2021년 12월에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의 제보자인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해 7월에는 이재명의 처 김혜경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용 차 안 더러웠다” 유동규, 돈 전달 상황 ‘상세 묘사’ 눈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에게 돈을 건네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 향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는 김용이 돈을 전달 받을 당시 타고 온 차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차 안이 굉장히 더러워서 문을 열었을 때 기분도 매우 더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전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 외 3명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공동 피고인 중 한 명인 유 전 본부장은 증인 자격으로 검찰 질문에 대답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김용에게 돈을 건넨 상황 등을 상세히 묘사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지난 2021년 6월 초순 김용에게 3억원을 지급했던 당시 김용이 타고 온 차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종이 같은 것이 밑에 널브러져 난리도 아니였다. 차 안이 굉장히 더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과의 또 다른 만남에서도 앞서 운전했던 차를 타고 왔다고 생각한 근거에 대해 ‘더러움’을 공통점으로 꼽았다.
그는 “패션, 차에 관심이 없어서 무슨 차인지 차종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누구한테 빌린 다른 차라면 깔끔했을 텐데 똑같이 더러웠다. 더러웠기 때문에 같은 차라고 느끼지 않았나 싶다”라고 대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경기도청 인근에서 김용에게 돈을 전달해줬다는 상황에 대해 “늦은 밤 차 문을 열어 (돈을) 실어주고 김용이 담배 한 대 피우자고 해서 근처 벤치에서 대화했다”며 “정치 얘기를 좀 했고, 당시에 모기에 많이 물렸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전달 받은 돈을 김용에게 전달한 후 남은 돈의 사용처에 관한 증언을 이어 나갔다.
검찰이 남은 돈 5000만원을 증인(유 전 본부장)이 썼는지 묻자 그는 “정민용하고 나눠서 썼다”면서도 이내 “그냥 제가 쓴 것으로 하겠다”고 즉석에서 유용을 인정했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증인이 거의 다 사용한 것이라고 말한 게 맞는가”라고 재차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맞다”고 대답했다.
유 전 본부장의 이 같은 즉흥적인 대답에 법정에선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정 변호사도 예상하지 못한 듯 유 전 본부장의 답변에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남욱 변호사로부터 5억원을 받았는데 김용에게 3억원만 전달한 이유에 대해서 “김용이 돈을 독촉을 하는데 남욱이 현금 만드는 게 어렵다며 찾아왔다. 다음에 또 줘야 하는데 한번에 주면, 금방 다시 또 달라할 때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아 나눠서 줘야겠다고 생각해 3억원만 주고 계속 연결해서 주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용은 정진상과 함께 이재명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재명의 대선자금 명목의 금품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용이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이 진행되던 지난 2021년 4~8월, 4차례에 걸쳐 남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수수했고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그 중 김용에게 실제로 건네진 것은 6억원가량으로 보고 있다.
또 김용은 2010년 7월~2014년 6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4회에 걸쳐 1억9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한편 김용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첫 공판에서 “돈을 달라고 얘기조차 꺼낸 적이 없다”며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에서 돈을 요구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부도덕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