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닳아, 햇살에 닳아 얇아진 슬레이트 지붕 아래 금시라도 부서질 것 같은 두 노인네 아무런 표정 없이 벚꽃을 본다
마당에는 눈만 껌벅이는 개 한 마리 옆으로 밀쳐둔 때 낀 밥그릇엔 지난밤 다녀간 빗물이 고여 먼저 떨어진 꽃잎이 둥둥 떠 있다
모진 겨울 기다림 끝에 피운 꽃잎도 그저 애처로워 만질 수 없던 꽃잎도 후루룩 지고 나면, 그뿐
피는 꽃 몇 번이나 다시 볼 수 있을까
어수선했던 한 생도
서로 그리워 애태우던 순간도 부질없다며 다 부질없다며, 빈 손짓으로 나비를 부른다
<5월 20일 아양아트홀에서 연주될 가곡을 위해 쓴 시 임 >
◇박윤배= 1989년 매일 신춘문예로 시 등단. 시집 ‘화살물고기’ 외 다수. 한국시인협회회원. 대구문인협회회원. 수성문인협회부회장, 금복문화상 수상. 현재; 대구경북예술가곡회 사무총장, 경주문예대 심화반 교수. 대구디카시인협회장. 시창작원 ‘형상시학’ 대표.
<해설> 착각인 줄 알면서도 착각이 활활 타도록 나다운 착각을 찾아 사랑하는 일이 결국 시 쓰기가 아닐까? 착각에 빠져 집에 쌀 떨어진 줄도 모른 적도 있었고 지나가는 말로 누군가 시인님 펜이어요? 건네는 한마디에 들뜨기도 했다. 착각 속에 세상은 변했고 나도 이젠 늙음에 이르렀다. 나보다 좀 더 먼저 착각에 빠진 시인들의 흔적을 더듬다 보면 마냥 착각으로 끝난 시인도 있는가 하면, 시인은 늙고 초라하기 그지없어도 남긴 시 몇 편이 늙지 않고 세상에 어떤 힘을 주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쓰고 상상하는 한 가지 일에 오래 머물다 보니, 요즘은 감투라는 착각을, 싫던, 좋던 쓰게 되고 가끔은 거드름을 피우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가지 생각을 붙들고 오래 형상화를 고민하다 보니, 하루를 마치고 잠에 드는 순간 그날그날 마음먹은 대로 다른 주제로 꿈을 조절해 가며 꿀 수 있다. 그것도 경지라면 경지일까. 주제를 비극 희극으로 전환할 수 있고 어제는 고향에 가서 첫사랑을 만나고 내일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과 우주여행 하는 꿈도 촘촘하게 꿀 수 있다. 이 시도 알고 보면 노후를 맞은 나를, 꿈속에서 바라본 한 장면인 것이다. -박윤배(시인)-
첫댓글 박윤배 선생님~
잘 읽고 갑니다.
나를 돌아보며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