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hF(클리앙)
2023-08-05 00:08:57
요즘 마트에 가면 몇 년 전에 비해 좋은 맥주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한동안 수입되던 훌륭한 맥주들이 캔이나 병으로는 더이상 수입이 되지 않고, 근래에 우후죽순 설립된 한국의 브루어리들은 브루잉 실력이 형편없습니다.
제가 맥주를 고르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a. 몰트, 비터링 홉, 아로마틱 홉, 발효취의 조화: 몰티함과 홉의 향이 잘 어우러지고 잡내가 나지 않을 것, 그리고 아메리칸 에일이 아니라면 캐스케이드와 같은 시트러시하고 자극적인 신대륙 홉은 지양할 것
- 한국의 자칭 크래프트 양조장은 여기서 대부분 탈락합니다. 이들이 만든 맥주는 대체로 몰티함이 부족하면서 홉의 향만 튑니다. 잡내가 나기도 하고요. 그리고 쓸데없이 자극적인 홉을 쓰는 자칭 크래프트 양조장들이 너무 많습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흔히 보이는 요상한 한국산 캔맥주들은 다 여기에 포함됩니다.
b. 쌀, 옥수수와 같은 부가물이 가급적 들어있지 않을 것
추천하는 맥주들
1. 가펠 쾰시
독일 NRW 쾰른의 특산품인 쾰시입니다. 상면발효 맥주이나 라거처럼 저온에서 숙성합니다. 한국에는 캔맥주로 수입됩니다. 캔맥주도 홉의 향이 잘 살아있고, 홉과 몰티함이 잘 어우러집니다. 무슨 홉을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홉의 향이 아주 좋습니다. 깔끔하고 가벼운 맥주입니다. 한때 쾰시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뒤셀도프식의 알트비어도 한국에 수입되었으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2. 파울라너 뮌히너 헬
파울라너 헤페바이스는 인기있는 밀맥주이지만,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홉과 몰트의 조화가 어색하고 흔히 정향과 바나나로 대표되는 바이에른식 바이스비어의 발효취가 잘 느껴지지 않아요. 제가 보기엔 바이엔슈테판이나 Hacker-Pschorr의 헤페바이스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근래에 파울라너 뮌히너 헬을 마셔봤는데, 제가 느끼기엔 이게 바이첸에 비해 오히려 더 좋습니다. 할러타우 홉의 아로마와 라거의 가벼움이 매우 잘 어울립니다.
3. 슈나이더 탭 7 마인 오리기날
바이스비어 치고는 꽤 묵직한 슈나이더 오리기날입니다. 색도 평범한 바이스비어에 비해 짙습니다. 다른 바이에른식 밀맥주와는 다르게 슈나이더 밀맥주는 1, 2 차 발효 모두 상면발효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슈나이더 크리스탈과 헬레 바이세도 수입이 되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안 보입니다.
4. 로슈포르
믿고 마시는 벨기에 트라피스트 에일입니다.
한국산 맥주를 드셔야겠다면 동네 이름이나 요상한 이름 붙은 컬러풀한 캔에 담긴 맥주 말고 클라우드 드세요. 소규모 양조장으로는 부산 해운대 변방에 툼브로이라는 바이에른식 밀맥주 양조장이 있습니다. 브루마스터도 바이에른 출신입니다. 부산 가시면 여기 맥주 드셔 보세요.
댓글 중---
입맛은 다 다른데 절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는 국내의 브루어리에서 나오는 괜찮은 맥주들도 많다고 봅니다.
어차피 맥주도 음식입니다. 개인 취향에 맞으면 그게 정답인거죠.
내가 맛있다고 남들한테 다 맛있는건 아니니까요.
지금의 맥주종류는 셀수도 없을 만큼 많은데 그저 하나씩 느긋하게 마셔보면서 자기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아가는게 정답이지 싶습니다.
다만 제대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맥주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추는 것이 좋죠.
맛도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RPhF님
@
님 입맛이야 다들 제각각이지만 공산품은 평가를 받죠. 좋은 술과 나쁜 술은 입에 들어갈 때의 느낌부터 다르죠.
그리고 한국에도 괜찮은 양조장들이 더러 있으나 이들은 맥주를 병입해서 팔지를 않아요.
@RPhF님 좋은 술과 나쁜 술의 기준을 뭐라고 보시나요??
카스는 나쁘고 카르멜리엇은 좋은 술인가요?
버드와이저는 어떠신지요?
국산 수제맥주들이 클라우드보다 못하다는 말씀은 상당히 의아하군요.
비싸고 맛있는 음식도 있지만 짜장면이나 라면같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맥주들도 있는거죠.
내 기준에 맛없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 좋아하는 음식일 수 있죠.
정말 좋은 맥주도 있고 적당히 맛있는 맥주도 있고 부담없이 마시기 좋은 맥주도 있고 그렇지요.
그리고 오래된 브루어리들도 꾸준히 편의점용 맥주도 출시하고 있고 요즘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적은 왠만한 브루어리들도 캔입해서 판매하고있는걸로 압니다.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을 하나로 퉁 쳐서 맥주를 못 만든다고 하기엔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많아요.
요새 맛있게 마신 맥주들은 태평양조의 윈터사워라는 사워에일과 인천맥주의 몽유병이라는 DIPA네요.
언제 기회 되시면 오산 맥주축제처럼 규모가 큰 국내 크래프트 맥주 축제에 한 번 다녀와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마셔보면 칭찬 해 주고 싶은 브루어리들이 많이 있거든요 :)
RPhF님
@
님 제 글에 어폐가 있었군요. 나름 괜찮은 양조장들이 있긴 합니다. 제가 언급한 툼브로이나 애시트리 같은 곳이죠. 다만 제 생각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질 좋은 한국산 크래프트 맥주"는 없습니다.
확실히 편의점 기준으로 생각하면 쉽게 구할수 있는 국산 크래프트비어는 없다시피 하죠. 그나마 cu에서 라이프나 플레이그라운드의 맥주 등을 구매 할 수있지만 이것도 재고 찾기가 쉽지 않은편이구요.
그래도 저는 국산 크래프트비어라고 하면 한참 전에 경리단길에 있었던 크래프트웍스에서 마실 수 있었던 시절이나, 맥파이가 생겨서 신기해 하던 때가 생각나서 그런지 다양한 맥주를 접할 수 있는 요새가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RPhF님
@
님 저도 맥파이가 생겼을 때 흥분했었죠. 당시엔 온갖 맥주가 수입되고 있어서 사 마시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조팔모님
잘 하는 브루어리 분명 많지만 접근성이 헬인거는 맞죠..
맥주 좀 드신다는 분들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편의점에 들어간 친구들은 음...뭐...예...
비터는 개인적으로 서울 구의에 있는 아쉬트리도 잘 하고
부산대 근처에 있는 컬러드의 장전에일도 괜찮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