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 여행 10일째, 루체른
5시 반에 기상.
7시에 인터라켄 동역에서 출발하는 골든패스 파노라믹 열차를 타려면 서둘러야 한다.
스토키할머니한테 간다는 인사도 못하고 도망치듯 나오고야 말았다.
동이 터오는 라우터부르넨을 뒤로하고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하니 루체른을 향하는 기차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늦잠자기로 소문난 내가 아침부터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바로 이 골든패스 파노라믹 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루체른을 향하는 길은 골든패스 라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을뿐더러.
1등석을 탈 수있는 우리는, 천장까지 통유리로 되어있는 파노라믹 열차칸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2등석도 다른 기차에 비해서는 창이 커요~)
오오오오~~~~~~~~~~~~~~~~~~~~ 멋지다!!!!!!!!
물안개가 살짝 내려앉은 브리엔쯔 호수를 따라 기차는 루체른을 향해 달려간다.
창밖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아름답다.
이른 아침이라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물씬 풍기는 풍경을 하늘까지 뻥 뚤린 창을 통해 바라보니 가슴이 벅찬다.
루체른을 향하는 2시간 내내 두 눈 가득 보석이 되어 맺힌 경치를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어도 모자랄 망정......
너무 일찍일어난거다!!!!!!
그 후유증이 장난아니게 몰려오기 시작했다!!
2시간동안 내가 똘망똘망 깨어있던 시간은 40분쯤 되었으려나????
놓치고 싶지 않아~!!! 라고 소리칠 땐 언제고, 졸음 앞에선 장사 없다.ㅜㅜ
그래도 잠깐 잠깐이라도 감상했으니 그것으로도 대 만족해야지....ㅡㅡ;;;;;;;;
루체른에 도착해서 코인라커를 찾았다.
루체른에서의 숙소를 미리 구하지 못해서, 오늘 밤은 취리히에 가서 자야하기 때문에 짐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인라커 간판이 보이질 않아서 가판대에서 물어봤는데 영어를 못하신다.ㅠㅠ
마침 신문을 사던 친절한 아주머니께서 친히 우리를 코인라커까지 데려다 주셨다. 너무너무 친절한 그 분 덕분에
루체른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버렸다.
우리가 리기산에 갈거라고 하니 아주머니께서는 오늘은 "very cloudy"해서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ㅠ
그래도 일단은 가보자는 생각에 루체른 역 앞에서 유람선을 타고 리기 비츠나우를 향했다.
(루체른 유람선도 유레일이 있으면 공짜!!!)
정말로 very cloudy해서 슬슬 걱정이 되었지만
오오오~~~~~~~~~~~~ 툰 호수보다도 더더더 맑은 루체른 호수는 "우와~ 우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정말로 호수 바닥까지 다 들여다 보인다. 그것도 호수 한복판에서 말이다.
그게 너무 신기해서 저멀리 풍경을 바라보기 보다는 고개를 바닥에 쳐박고 강바닥에 돌만 쳐다봤다.ㅡㅡ;;;;
그냥 뛰어들어가 헤엄쳐 가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아내며, 비츠나우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cloudy다.
특히 리기콜룸쪽은 구름이 휘감고 계시니 이걸 올라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나는 촘 돈이 아까우니 그냥 올라가지 말자는 의견이었으나
부모님께서는 이왕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올라가자는 의견이다.
나는 틀림없이 올라가도 구름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일것이다라는 의견이었지만
부모님께서는 괜찮다는 의견이셨다.
빨간색 등산열차를 타고 정말 엄청나게 가파른 철길을 올라간다 올라간다 그것도 엄청나게 천천히....
갑자기 역주행모드로 돌입하시면 에버랜드에 새로생긴 우드코스터 저리가라할 정도로 스릴 넘칠것이다.
하지만 정말 기관사처럼 생긴 아저씨가 기관사셔서 왠지 안심이 되었다.
(콧수염까지 멋지게 길러주셔서 정말 딱 보면 기관사같은 외모를 소유하고 계신거다..)
드디어 리기 쿨룸!!!!!
혹자는 여기서 바라보는 알프스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는데,
리기산에서는 알프스를 360도로 바라볼 수 있다는데,
산의 여왕이라고도 부르고 여름이면 하이킹의 명소인 리기산인데,
아무것도 안보인다.
정말이지 우리는 구름속에 쏙 들어와 있어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아쉬운 대로 그냥 구름속을 걸어서 하이킹 시작!!!!!!!!!!!!!
얼굴을 스치는 이것이 구름.
손을 뻗으면 만져지는 이것이 구름.
구름 속을 걸어가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다. 꼭 하늘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에 우리는 하나마나 쏭을 불렀는데.........
쓰나마나 모자쓰나마나 해도 안보이는데 모자쓰나마나
끼나마나 썬그리끼나마나 썬그라스끼면 보이지가 않아~~♬
암튼 모자와 썬그리는 구름속을 걸어가는데는 애물단지에 불과했다.ㅋ
게다가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서 '이산이 아닌가벼~'를 외치며 고생을 좀 했다.
하지만 날씨가 좋은 날 왓더라면 정말 아름다운 알프스를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아쉽기는 하지만 융프라우는 또 다른 느낌의 알프스를 만났기 때문에 만족이다!! 언제 또 내가 구름속을 걸어보겠는가!!!
내려오는 길에 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침일찍 일어나서 피곤해서 그런지, 말도 안되게 또 고산병인지...
내려올때는 리기칼츠바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베기스까지 가기로 했다.
구름속에서 탈출하자 발 아래로 루체른 호수와 예쁜 집들이 보인다.
케이블카 타러 가는 길에 풀밭에서 알프스하이디 흉내도 내보고,
영어가 안되는 케이블카 티켓파는 아저씨랑 손짓발짓해가며 표를 사고, 그 아저씨가 운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베기스로 내려왔다.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 시로 돌아와서 시내 구경 시작!!!!!
아름다운 카펠교를 건너
일단 점심을 먹어야해서 괜찮은 식당을 찾아보았는데 메뉴판을 보니 생각보다 너무 비싸다.ㅠㅠ
그나마 좀 저렴한 듯 보이는 Cafeteria Emillo를 들어가 샐러드랑 치즈버거,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그런데 치즈버거에는 정말 치즈와 고기만 들어있고, (야채도 안들어있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에는 토마토로만 만든 소스만이 들어있는 시추에이션!!!!!!!
엄청나게 솔직한 식당이다. 가격이 싼 이유가 있었지......으이그...........
아무튼 이 식당은 비추!!!
밥을 먹었는데도 두통이 심하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유럽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있다는 성당에 갔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ㅡㅡ)
마침 성당에서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들린다.
내가 운이 좋은가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듣다보니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우슈슈 우슈슈...... 테이프를 틀어놓다니.......... 센스굿!!!!!!!!!
빈자의 사자상을 보러 가는데도 머리가 계속 아파서 너무 힘들었다.
그 사자 앞에는 엄청나게 많은 단체관광객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대한민국 초딩단체들도 있었다.
오오오~~~~~ 엄청나게 부자들인가보다~~~~~~~
학교에서 온 것 같은데 유럽으로 체험학습을 오다니!!!!!!!
암튼 엄청 난리를 치다가 가셨다. 그 아이들 중 단 한명이라도 제대로 배우고 가는 아이가 있기를 바라며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초콜릿을 잔뜩 사서 취리히로 출발했다.
(이 초콜릿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음 편에.......)
우리 숙소는 City backpackers였는데, 리셉션 총각이 엄청나게 친절하시고 유머러스하시며 영어도 잘하신다.
시내 중심에 있어서 돌아다니기도 편하고, 방은 좀 좁지만 뭐 나름 만족!!
저녁을 먹으러 숙소를 나왔는데 한국에서 미리 사전조사해서 간 식당이 Full 이라서 내일로 예약해두고, 저렴한 중국식당에 들어섰다.
Chopstick 이라는 중국식당인데 볶음밥과 덮밥류가 저렴한 편.
가는 방법은, 취리히역에서 나와서 보이는 다리를 건너서 길을 건너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오면 바로다.
양도 많아서 우리는 세개를 시켰는데도 엄청 배부르게 먹었다. 20프랑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우리 도미토리에 중국녀자들이 두명 들어와 있었다.
나는 머리도 너무 아프고 일찍 자고 싶었는데 이 개념없는 중국X들이 엄청나게 떠드는 것이다.
10시가 넘었는데도 둘이서 과자를 쳐 잡수시면서 부시락부시락 거리시고,
맥주를 쳐 드시면서 딸깍딸깍 소리내시는데,
거기다가 목소리는 어찌나 크시던지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낄낄거리는 그것들 때문에 잠들기까지가 너무 힘들었다.
그 중국X들은 10시 반이 넘도록 그리 시끄럽게 떠들다가 내가 한마디 하려는 찰나에
금발의 외국인 여자아이가 들어오자마자 입을 꾹 다무시는데, 완전 초 어이없음.
하여간 내 이래서 중국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다.
첫댓글 마지막 부분에 정말 '그 날' 의 분노가 느껴지네요 ^^ 글 항상 재미있게 잘 보고 있어요
어유 진짜 그날만 생각하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