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AB형인 사람은 하나의 염색체에 A 유전자를, 다른 하나의 염색체에 B 유전자를 갖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O형인 사람과 AB형인 사람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혈액형은 A형 또는 B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AB형과 O형이 결혼해 아이를 낳더라도, 아이의 혈액형이 A형이나 B형이 아니라 AB형 또는 O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부모 가운데 AB형인 사람이 통상적인 AB형이 아니라, cis-AB형이기 때문이다. 이 혈액형은 비정형 AB형으로, A와 B 유전자가 각기 다른 염색체 안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의 염색체에 들어 있다. 'cis'란 말 자체가 같은 쪽에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혈액 안의 A형 또는 B형의 어느 한쪽 항원성이 매우 미약해 일반적인 혈액형 검사에서는 A형 또는 B형으로 진단된다. 대개의 경우 A형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밀검사를 거치면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혹 염색체를 분리해 분자유전자 혈액형 검사를 거쳐야만 정확히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아버지가 A형이고 어머니가 O형인데, 자녀의 혈액형이 AB형일 경우에는 아버지가 cis-AB형인지 검사해보아야 한다. 이 경우에는 혈액형 발현 유전자의 위치에 따라 자녀에게도 cis-AB형 또는 O형 혈액형이 유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cis-AB형인 사람이 A/O 유전자를 가진 A형과 결혼하면 AB형, A형, O형 자녀가 모두 나올 수 있다.
혈액검사에서 A형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A형에 대한 항원성이 거의 없어 A형, O형, cis-AB형 가운데 어떠한 혈액을 수혈해도 문제가 없다. cis-AB 혈액형은 세계적으로 유독 한국인에게만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에도 있지만, 모두가 한국 교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