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 첫 번째 신혼집
처음 신혼집을 꾸밀 때는 화이트인테리어에 빠져있었어요. 깨끗한 화이트의 느낌이 너무 좋았고, 상대적으로 어두운 그레이&우드톤의 주방이 마음에 들지 않았죠. 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넓은 집에 화이트 인테리어는 화사하고 밝은 느낌이라 좋긴 했지만, 저에게는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저의 마음 저 구석의 어떤 감성과는 맞지 않았나 봐요 :)
34평 치고 넓은 거실과 알파룸까지 가진 흔히 말하는 '잘 빠진' 구조였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휑한 느낌이 사라지질 않아 점점 우드 소품과 가구를 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뭔가 항상 아쉬웠던 저희는 지금의 집을 만나자마자 오히려 평수를 줄여 이사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AFTER / 두 번째 신혼집
그렇게 이사 온 두 번째 신혼집은 3bay 구조의 10년이 훌쩍 넘은 아파트에요. 게다가 모든 방이 베란다를 가지고 있는 확장이 되지 않은 집이었어요. 저는 베란다가 많은 점도 확 꽂혀버린 계기이긴 하지만요.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도면을 가지고 오긴 했는데, 실제랑은 조금 다른 구조&비율이네요..!)
저는 그동안 너무나도 꿈꾸던 구조여서, 이사를 결정하고 엄청 설레였어요.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아~ 좋다~ 역시 집이 편하다~~' 하는 집을 만들 거야, 그렇게 꾸밀 거야! 다짐하면서요.
거실이라 쓰고 침실이라 읽는 곳
공간 선택을 침실로 해야 하나, 거실로 해야 하나, 원룸으로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네요◡̈
가장 최근 거실의 모습이에요. 남편과 저, 그리고 뽀숑이까지 세 가족이 2년 넘게 살아보니 저희의 라이프 스타일에는 '거실에 침실을 만들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번째 신혼집에서 살면서 보니, 저는 베이킹이라는 취미 때문에 주로 주방에 있는 편이고, 남편은 주로 본인 게임방이나 안방에 있는걸 좋아하다 보니 사실상 거실은 거의 텅텅 비어있었어요. 그렇게 퇴근 후 각자의 시간을 가진 후에도 거실에서 지내기보단 나가서 산책하거나 안방에서 시간을 보냈기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실이 아깝더라고요.
제일 결정적인 문제는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뽀숑이가 저희는 쓰지도 않는 소파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강아지들한테는 이런 행동이 다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이번 집에서는 과감하게 거실에서 소파를 없애고 낮은 매트리스를 두어 아까운 거실 공간을 침실로 해버리는 시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거실이 침실이 되니, 제가 주방에서 베이킹할 때도 거실에 있는 남편과 뽀숑이를 바라볼 수 있고, 대화도 더 많아지더라고요 :) 뽀숑이가 뛰어다녀도 안심이고요! 그리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반겨주는 느낌이 정말 아늑해졌어요. 침대에 바로 눕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그냥 침대가 반겨주는 모습만으로도 집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더라고요.
버터 & 라이트 네이비 침구를 쓰고 있는 사진들은 현재의 거실 모습이에요. 이 침구는 '쉐누아파리'에서 제공받은 솔리드 베딩 제품이에요. 후기가 별로 없는 컬러 조합이라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정말 입을 틀어막고 기뻐했었어요. 버터 컬러는 흔한 옐로우나 머스터드가 아니라 묘한 매력이 있었고, 어두운 컬러라 먼지 묻음 걱정을 했던 네이비 컬러는 전혀 그런 현상이 없어요!
노을을 볼 수 있는 서향집 특성상, 여름인 요즘은 저녁 늦게까지 환하고 오묘한 색감이 온 집에 퍼져요. 노을을 정말 좋아해서 노을을 찾아 여행을 다닐 정도였는데, 집에서 매일 다른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거실이라 쓰고 침실이라 읽을 이 공간은 6개월 동안 정말 많은 변화를 거쳤어요. 집에 애정이 가니 더욱 꾸며주고 싶고, 자꾸 새 옷을 입혀주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 이 사진은 매트리스를 두 개 나란히 두고 패밀리 침대 사이즈로 사용하던 처음의 모습이에요. 뽀숑이가 실컷 뛰어놀 수 있게 낮은 퀸사이즈 매트리스를 두 개 나란히 붙여 넓게 사용했어요.
침대 맞은편은 항상 비워둬요, 잠들기 전 영화나 재밌는 프로그램이 보고 싶을 땐 빔으로 홈 시네마를 열어야 하니까요 :)
지내면 지낼수록 노을이 지는 시간의 햇살이 너무 마음에 드는 집이에요. 사실 서향이 어둡다는 얘기에 조금 걱정했었는데 기우였더라고요! 앞이 뻥 뚫린 강변이라 그런가 종일 밝은 느낌에, 제가 집에 주로 있는 오후 ~ 저녁 시간엔 햇살이 엄청 들어와서 저희 부부 라이프스타일엔 오히려 잘 맞는 것 같아요.
매트리스 두 개를 하나로 쌓아서 30cm 높이의 퀸사이즈 침대로 사용하기도 해요. 높이를 최대한 낮게 하기 위해서 매트리스 받침대를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매트리스가 생각보다 가벼워서 주말 청소 때마다 세워서 환기를 시켜주니 곰팡이는 안 생기더라고요.
집 바닥 전체에는 강아지 매트 혹은 강아지가 사용하기 좋은 소재의 러그를 깔아줬어요.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뽀숑이를 위한 선택이었는데, 확실히 청소 관리가 힘들어서 다음 집에서는 꼭 강아지가 잘 미끄러지지 않는 타일로 시공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면 노란 조명들을 켜고 있는 걸 좋아해요. 전의 집에서 살 때도 이렇게 따뜻한 색의 조명만 켜두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이번 집에서는 노을이 지는 시간의 집 색감이랑 잘 어울려서 특히 더 좋아졌어요 :)
전 집에서 화이트 인테리어가 뭔가 차갑고 휑하다고 느꼈었는데, 그래도 화이트가 주는 화사함을 포기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화이트를 베이스로 하되 안락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꾸몄던 모습이에요.
한쪽에 있는 저만의 작업공간도 여러 번 새 옷을 입었죠. 이 집으로 이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로 재택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변경이 되다 보니 저만의 작업공간이 필요해서 만들게 된 공간인데, 사실 여기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인스타도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군것질도 하는, 그냥 저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었어요.
이 시즌의 수납장 위에는 안 쓰는 그린톤의 베개 커버를 깔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소품들을 진열해서 아기자기한 공간이 되도록 꾸며줬어요. 게다가 자주 마시는 일리 머신을 가져다 두니, 자연스럽게 수납장 안에는 일리 캡슐과 함께 저만을 위한 (다이어트용) 군것질들을 가득 채워두게 되면서... 일하면서, 영화 보면서, 컴퓨터 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먹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5월쯤에는 포인트 컬러를 그린과 네이비, 옐로우로 바꾸어봤어요. 업무공간은 모던한 컨셉이 되길 바라면서도 집 전체적인 아늑함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꾸몄어요.
소품과 소가구들을 계속 사들이는 게 아니라 집 안에서 위치만 바꿔 계속 새로운 조합으로 믹스 매치 해보고 있어요. (사실 가끔 새 아이템도 쇼핑하지만요. ㅎㅎ) 어쩌면 매일 머무르기에 지겨워질 수도 있는 게 집이라지만, 새로운 조합으로 스타일링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공간에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지낼 수 있어요.
액자에 걸려있는 그림은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의 작품 포스터에요. 남편과 제가 서로 모르던 시절, 우린 각자 이 전시회를 다녀왔더라고요. 저는 그때 이 전시회가 결혼과 가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할 만큼 기억에 남는 전시회였는데 기념품샵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뭔가 구매하지 못하고 나왔었거든요. 그리고 결혼 후, 남편이 당시 전시회에서 사둔 포스터를 발견하자마자 기뻐서 소리치며 바로 액자에 세팅했어요. 나를 만나기 전부터 내가 필요한 걸 알고 있었던 사람이구나! 하며 쓸데없는 의미부여도 하면서요 :)
이 사진을 찍었을 때쯤부터 알록달록한 소품을 들이는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컬러감 통통 튀는 모빌을 달고, 쨍한 색감의 작은 소품들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작업공간이 지루한 공간이 되지 않도록 꾸며갔어요.
가끔 제 공간에 남편을 초대(?)해서 홈파티를 즐기기도 해요. 이때도 역시 침대 맞은편은 홈시네마를 즐길 수 있게 비워뒀기에, 간단한 안주와 술을 준비해서 술이 있는 홈시네마를 연출하죠. 뽀숑이가 가족이 되고 거의 영화관을 가지 않는데, 저는 오히려 집에서 좋아하는 음식과 뽀숑이와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침대에 누우면 보이는 모습이에요. 누워서 바로 현관이 보이는 게 신경 쓰여서 커튼봉을 달아 패브릭을 걸어줘요. 지금은 인스타의 한 공구에서 구매한 태슬 커튼이 걸려있어요 :)
거실에서 살짝 보이는 안방과 작은방 사이의 코지 공간에 너무 들이고 싶었던 벽난로 선반을 드디어 들였어요! 현관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이 코지공간이 전 왜 그렇게 가지고 싶었는지 몰라요. 이 집에 이사 올 때부터 여길 어떻게 꾸밀지 매일 고민했는데, 예쁜 벽난로를 들이게 되어서 요즘 오가며 볼 때마다 뿌듯해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