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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 용어정리
베센하: 국민경제최고회의(VSNKh, Vysshiy Sovet Narodnogo Khozyaystva)
고스플란: 국가계획위원회(Gosplan, Gosudarstvenniy Komitet po Planirovaniyu)
나르콤핀: 재무인민위원회(NarKomFin, Narodnyi komissariat Finansov)
소브나르콤: 소련인민위원회의(SovNarKom, Soviet Narodnykh Kommissarov, 소련장관회의의 전신)
쩨이까: 중앙집행위언회(TsIK, Tsentral'nayi Ispolnitel'nyj Komite, 최고 소비에트의 전신)
에스테오: 노동국방회의(STO, Soviet Truda i Obor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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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정책결정 구조는 철저하게 위계적인 구조로, 각 기관들이 중앙에서 각 급의 지방들로 가지를 뻗치는 형식이었습니다. 최고 머리에는 정치국이, 정치국 밑에는 에스테오와 소련인민위원회의(SovNarKom, Soviet Narodnykh Kommissarov, 소브나르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서 나르콤핀이 예산을 짰고, 중앙집행위원회(TsIK, Tsentral'nayi Ispolnitel'nyj Komitet, 쩨이까)가 그걸 분배했고, 고스플란은 5개년 계획을 구성했고, 베센하는 일상적 경제 업무를 담당했죠. 그리고 이 체계는 소련을 구성하는 공화국들, 공화국을 구성하는 주(오블라스찌), 주를 구성하는 구(라이온)로 내려가는 위계체계였습니다. 예를들면 오블핀(주 재무인민위원회), 오블이까(주 집행위원회), 오블플란(주 계획위원회), 오블레센하(주 인민경제회의)가 있는 식입니다.
얼핏보면 위가 아래를 다스리는 형태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소련 초창기, 상위 기관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하위 기관에서 보내오는 정보에 의존했습니다. 압력 아닌 압력이 존재할 수 있었죠. 이들은 상부에 '통제 수치'라는 것을 제출했는데, 이는 전 해 상산량과 성장률, 그리고 그 해의 상반기 생산의 결과와 다음 해 계획을 보고하는 것이었습니디다. 상위 기관들은 이 통제 수치를 거의 믿을 수밖에 없었죠.
이 통제 수치라는 건 제멋대로 제출되기 일쑤였습니다. 진짜 수치가 제출되는 게 아니라, 지역의 꿈이 제출되는 것이었죠. 왜냐면 자신들이 더 생산성 높은 지역이라고 말해놔야 투자도 들어오고 정부에서 이뻐해줄테니까요. 사실 중앙에서 이게 현실과 괴리되어 있는 걸 모를 리가 없었고, 주작질 좀 작작하라고 계속 말했으나 어떻게 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 넓은 국토에 관료제적 통제를 전부 가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죠.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통제 수치를 전부 모아서 전 연방 규모의 통제 수치로 종합하는 베센하의 작업들은 따라서 어떻게든 부풀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베센하에서는 이를 보정하기 위해서 통제 수치들을 축소하거나, 너무 주작질이 심한 것 같으면 다시 돌려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지역의 반발을 예외 없이 초래했죠. 물론 까버리면 중앙에선 또 속타는 소식들을 전해듣게 됩니다. 지역에서는 "ㅋㅋ 우리 사실 이미 돈을 써버렸음. 돈 내놓으셈" 이렇게 보고를 올리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ㅆㅂㅆㅂ 욕하면서 다시 통제 수치들을 점검해야했습니다. 중앙의 계획들이 교란되기 일쑤였죠. 소브나르콤에서는 이런 개같은 일들에 대비하려고 특별 기금까지 마련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역 지도자들은 여기서도 각종 우회루트를 개발하여 중앙의 노력을 무력화시키죠.
하여간 지방의 열정적인 업무(...)들이 진행되었고, 1925년 14차 당대회에서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경제 건설이 논의되게 됩니다. 카자흐스탄, 시베리아, 우랄, 스탈린그라드, 사라토프, 로스토프 나 도누, 레닌그라드,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계획이 제출되었고, 우랄은 "원칙적으로" 스베르들롭스크의 기계공장(우랄마쉬), 니즈니타길의 열차공장(우랄바곤자보트), 그리고 마그니토고르스크의 제철소를 승인 받습니다. 냉전시대 500만 붉은 군대의 중추의 씨앗은 이 때 뿌려진 셈이 된 거죠.
그러나 돈이 잘 지급되지가 않았습니다. 중앙에서 평가할 우선순위에 먼저 할당이 되었기에 많은 지역들이 소외 당하기 일쑤였죠. 나라가 정말 가난했으니까요. 심지어 공사 중에 갑자기 재정 지원이 끊기는 일도 많았습니다. 지역 지도자들은 격렬히 항의했고, 공사가 중단에 끊길 때 비용이 얼마나 올라가는지 역설했습니다. 중앙에서도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시정해주겠다고 했으나 사실 해결할 능력이 없었죠.
이는 중앙 부처 간의 갈등으로까지 비화됩니다. 나르콤핀, 베센하, 고스플란은 협업하여 매년 연례 계획을 구성해야하는데, 각 부처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나르콤핀은 한 해가 시작하기 전에 예산을 제출했고, 베센하는 지출계획을 제출했습니다. 고스플란은 이를 종합하여 계획을 최종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나르콤핀은 항상 예산을 주는 데 민감하게 굴었습니다. 베센하는 티격대기는 해도 지역의 당국자들에게 그래도 온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고, 지출계획은 너그럽게 제출되었습니다. 고스플란은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만 했죠. 나르콤핀은 매번 고스플란에게 너무 지출이 헤프다고 투덜댔고, 베센하는 너무 짜다고 투덜댔습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중앙 지도부는 중공업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농업과 공업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대세 정책은 그대로 이어져갔습니다. 산업화는 깜냥껏 해야지 멋대로 치고 나갈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바로 트로츠키를 주축으로한 통합반대파의 거세하고 행한 반발에 부딪힙니다.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가 스탈린과 결별하고 트로츠키의 좌익반대파에 붙은 참이라 트로츠키는 기세등등 했습니다.
중앙 지도부 간의 갈등이 다시 점화 되었습니다. 여기서 위에서 언급한 정부 부처 간의 갈등은 불을 더 키웠습니다. 고스플란은 8억 루블의 지출을 예상했습니다. 전 해보다 정말 약간 오른 수준이었죠. 나르콤핀은 비토를 놓습니다. 국가 예산은 7억 루블 밖에 지탱해줄 수 없다! 이렇게 말이죠. 그리고 베센하는 9억 1천 6백만 루블의 지출이 필요하다고 고스플란을 괴롭혔습니다. 당시 베센하 의장은 1편에서도 언급한 펠릭스 제르진스키였는데, 제르진스키는 지방 출신의 과대망상에 매우 비판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근데 이 사람이 회의 중 심장병으로 급사해버립니다(...) 새로 베센하 의장이 된 건 쿠이븨셰프였는데, 산업 정책에 매우 우호적인 사람이었죠. 쿠이븨셰프는 고스플란의 지출계획을 결사옹위 하겠다고 큰소리를 떵떵 칩니다.
발례리 쿠이븨셰프
쿠이븨셰프의 노력으로 완전히 계획이 까이는 일은 없어졌고, 적당한 타협안으로 베센하로서는 만족스럽게 회기가 마감합니다. 지역 지도자들은 또 다시 설레면서 자신들의 계획을 진행시킬 꿈에 또 다시 부풉니다. 그 해는 작황이 아주 좋아 재정수입이 짭짤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공업화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오랜 꿈과 함께 말이죠. 물론
예산안은 다시 단체로 까입니다. 우랄은 특히 더 실망했는데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의 인민위원회회의(RSFSR SovNarKom)에서 우랄을 소련의 가장 중요한 산업지역으로서 경제를 건설시켜 힘을 키워줘야한다고 뽐뿌를 넣어대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역시 이유는 예산이 없어서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우랄 양쪽에서 베센하에 엄청난 클레임을 걸어댑니다만 베센하에서는 "우리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ㅠㅠ"라는 대답만 돌아왔죠.
그렇게 운명의 1927년 2월 15차 당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레닌그라드, RSFSR, 시베리아, 우랄 각지의 지역 대표들은 비장한 각오를 하고 들어왔죠. 서시베리아 대표로 온 로베르트 에이헤는 이런 식으로 투자가 진행되어서는 텔베스 제철소는 20년 동안이나 건설해야할 것이라고 신랄하게 중앙을 비판했습니다. 소브나르콤에서는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저번보다 조금 상향한 수정액인 9억 4천 700만 루블을 제시합니다만은, 베센하는 그런 아마이한 예산으로는 우리를 만족시킬 수 없어! 라고 사자후를 토해내며 10억 6천 800만 루블이 타당하다고 지역 지도자들의 제안을 축소해서 제출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외 관계가 악화되자 산업 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되었습니다. 베센하는 수치를 더 늘려 11억 5천 200만 루블을 제시했습니다. 나르콤핀은 경악을 하며 경제가 좀 나아졌어도 10억 5천만이 한계라고 못을 박고, 고스플란도 "야 베센하 ㅅㅂ 니네 상도의가 있지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녀?"라고 눈치를 줍니다. 베센하의 쿠이븨셰프마저도 이걸 모두 감당할 순 없어서 10억 8천 600만 루블로 하향해서 수치를 제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크라마토르스크 기계공장과 니즈니타길 열차공장 계획이 잠정 중단되고 시베리아의 텔베스 제철소와 스탈린그라드 트랙터 공장 또한 거의 폐지 직전까지 몰리게 됩니다. 그 결과로 그 해에 있는 베센하 2차 회기에서 지역 지도자들은 다시 날서린 비판을 몰아붙입니다. 베센하는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10억 8천 600만은 최소수치였을 뿐이라고 해명합니다. 베센하는 결국 어느샌가 정신차려보니 13억 루블의 지출을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피를 본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는 소련사에 있어서 지역 정치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됩니다.
바로 이분이죠. 레프 트로츠키, 소련 공산당 최고의 인기스타였던 그는 1927년 15차 당대회에서 완전히 개박살이 나고 권력 중심에서 영원히 멀어지게 됩니다.
지역 지도부는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40%의 표를 할당 받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단위입니다. 공산당 중앙위는 뭘 하는 거냐, 얘네 권한이 있기나 한 거냐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바로 소련 공산당 정치국원을 뽑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역 지도부는 그렇게 공업화를 원했는데 공업화 추진세력이던 트로츠키를 지지하지 않고, 농업충 부하린과 노는 애매한 스탈린을 선택했을까요?
전통적인 설명은 서기국의 총책임자인 스탈린이 단순히 이들을 어떤 식으로든 매수하여 트로츠키를 물먹이는 데 썼다고 하며 지역 정치인들의 자율성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공산당 중앙의 최상층부에 포커스를 맞춰왔습니다. 다 틀린 소리는 아닙니다만 27년 15차 당대회의 멋짐을 다 밝혀내는 데는 충실하지 못합니다. 우선 전통적인 설명은 당시 서기국과 스탈린의 힘을 과장합니다. 서기국이라는 게 처음부터 엄청난 자리였던 게 아니죠. 다들 처음에 스탈린이 서기장 직을 맡았을 때 "ㅉㅉ 저 새키는 저런 잡무 처리하는 게 어울리지" 이러면서 스탈린을 깔봤습니다. 행정업무의 기본을 맡던 곳이라 스탈린이 아니더라도 소련의 관료국가화 경향을 봤을 때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긴 했을 겁니다만, 기본적으로 이곳이 소련 권력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스탈린이 이 곳을 기반으로 잡아서 성장해왔기 때문입니다. 선후관계가 뒤바뀐 것이죠. 그리고 서기국도 기본적으로 정치국과 중앙위로 구성되는 위치입니다. 중앙위원의 40%는 트로츠키를 물먹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탈린을 물먹이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엄청난 표 수입니다.
또한 좌익과 우익의 차이라는 것도 생각보다 그렇게 엄~청나게 큰 게 아닙니다. 사실 서로 산업화를 해야한다는 기본 마인드는 같았죠. 어떻게, 어떤 속도로 할 것이냐는 각론의 차이였을 뿐... 좌익은 우익을 뭐 "부농충"이나 "테르미도르 반동가"로 묘사했지만 우익이 제출하는 산업투자 수치가 좌익이 제출하는 그것보다 엄청나게 떨어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시작시점에서는 어차피 소련 경제 스타팅 포인트가 워낙 낮아서 근소하게 높았을 뿐이었고, 향후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의 차이었죠. 지역 지도자로서는 선택이 힘들었습니다. 왜냐면 트로츠키가 공업화에 있어서 메리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현재로서는 그렇게 엄청 큰 메리트라기엔 뭔가 부족한 수준이었고, 지역 지도자들은 적백내전 때 트로츠키가 보여준 잔혹한 모습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가차 없는 처벌과 처형은 트로츠키의 상징이었죠.
그에 반해 스탈린의 포지션은 굉장히 모호했습니다. 그는 부하린과 같은 편을 먹고 있긴 했지만, 부하린의 노선을 그렇다고 엄청나게 지지해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저 일국사회주의를 주창할 뿐이었죠. 사실 일국사회주의는 경제개발의 기본 원칙을 설명한 건 아닙니다. 따라서 초고속 산업화든 농업-산업 동반 개발이든 어디든 적용될 수 있는 테제였죠. 스탈린은 공업화의 필요성도 많이 역설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치를 아주 애매하게 포지셔닝합니다.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로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가 스탈린을 저버리게 되자, 스탈린은 당황합니다만 차분하게 정치국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우익의 대표주자들인 부하린, 릐코프, 톰스키의 편에 더욱 가까이 붙게 됩니다. 스탈린은 이전 회기들에서 공격받은 걸 곰곰히 생각하면서,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그는 지역 지도자들의 표를 이용하는 것을 해답으로 제시했죠. 스탈린은 지역 지도자들의 우익의 농업 중시 정책에 대한 분노를 역으로 이용해버리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스탈린은 자신의 측근들을 다음 회기가 열리기 전에 지역으로 파견합니다. 안드레예프를 우랄로, 칼리닌을 우크라이나로, 루드주탁을 니즈니고로드로, 야로슬랍스키를 야로슬라블로, 부브노프를 이바노보-보즈네센스크로, 크비린크를 툴라로, 게이(...)를 트베리로, 스크보르초프-스테파노프를 벨라루스로 보냈습니다. 지역의 구체적인 경제 개발에 대해서 논해보자는 취지로 말이죠. 재밌는 건, 이들은 지역에게 어떠한 구체적인 보증도 해주지 않았고, 자기들끼리 좋게 해석하도록 살짝 애매하게 말을 해줍니다. 뭐 우랄에서 큰 제철소가 지어지는 게 맞지 않겠냐, 드네프르 수력발전소 지으면 존나 쩔 것 같지 않냐이런 식으로만 던져주면서요. 지역은 또 다시 연애에 서투른 복학생이 되었죠 ㅠㅠ
14차 중앙위에서 공이었던 트로츠키는 수로 전환되어(...) 당하게 됩니다. 지노비예프와 카메네프가 스탈린을 비난하며 맹공을 펼쳤지만, 전부 흐지부지하게 끝나고 지노비예프는 레닌그라드 당의 대표에서 사임하게 되고 카메네프도 노동국방위원회에서 직책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러나 셋은 여전히 정치국원이었고 다시 뭉쳐 공격을 개시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일을 벌렸습니다.
첫째로 이들은 이제 대안적인 경제계획을 내놓아 지역 지도자들을 뻑가게 만들만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었습니다. 카메네프와 지노비예프는 효과적인 직책을 상실한 상태였고, 트로츠키는 그런 데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결정적인 자리들은 전부 행정직 따위라며 거절했습니다. 퍄타코프만이 베센하 내부의 자본금재생산특별회의(OSVOK, Osoboe Soveshchanie po Vosproizvodstvu Kapitala) 의장으로서 어느 정도 먹어주는 자리에 있었으나 지역 지도자들은 이 회의의 실용적 기능을 매우 회의적으로 보았습니다. 일단 너무 막 질러대는 것이 신용을 깎았습니다. 나르콤핀이 7억 루블 이상은 제공할 수 없다고 했을 때 OSVOK에서는 15억을 대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아무리 지역 지도자들이 산업화 꿈에 허우적대고 있더라도 이걸 믿을 수 있을 리가(...)
마땅히 다른 대안적 계획을 수립할만한 행정적 힘이 없는 통합반대파는 이제 스탈린과 부하린의 역공을 맞아야 했습니다. 막상 까놓고 보니 이들이 제시한 계획이 트로츠키가 제시한 계획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 전 해에 트로츠키가 10억을 제시했을 때 부하린이 9억 4천 700만을 제시했다는 것을 다들 기억하고 있었죠. 트로츠키는 역으로 받은 공격에 악수를 두어버립니다. 바로 각 지역에 있는 그들의 지지자들을 섣불리 움직여 버린 것이죠. 지역의 하부 노동조합 등지의 트로츠키 지지자들이 내용 뜯어보면 트로츠키 만세인 말들, 이를테면 부농들 먹여살리느라 노동자들이 힘들게 사네 뭐 이런 말들을 떠벌리고 다니니 지역 지도자들은 화들짝 놀랍니다. 왜냐면 이들은 비슷한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죠. 노동자 반대파라고 생디칼리즘에 기반해 노동자들을 움직여보려고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이런 기억 때문에 애도 많이 먹었는데 트로츠키가 움직인 그 노동자들의 세력이라는 것이 엄청 강력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그로만 잔뜩 끌고 효과는 없었죠. 중앙위에서도 "전연방 공산당에서 무슨 지하 당조직 같은 거 굴리는 놈들이 있는데 이거 미친 거 아니냐?" 이런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옵니다.
지역 지도자들은 스탈린에 더욱 협조적으로 변하고, 스탈린은 이를 확실히 캐치해서 카메네프와 트로츠키를 정치국에서 내쫓아버립니다. 지노비예프는 중앙위에서 우리가 한 게 반당적인 행동이나 분파적인 행동이 아니다라는 것을 열심히 강조했지만 릐코프 등 다른 이들의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결국 스탈린은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지역 지도자들의 열망도 승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15차 당대회의 승리자들.
맨 앞줄 좌측부터 릐코프, 스크립닉, 스탈린
첫댓글 그리고 서탈린은 대숙청을 준비하나요....??
대숙청까지 아직 못해도 10편?은 남은 것 같네요
@첝 준비하는거 아닌가요??아주 아주 인내인내하면서요......
@루드비히 베크 공부해보니 의도적인 것과 비의도적인 것 모두 크더군요 ㅎㅎ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 거물 트로츠키를 족쳤으니 얼마나 기뻤을지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진짜 막장은 시작도 안 함
'트로츠키를 주축으로한 통합반대파의 거세하고 행한 반발'이라니 이 님 ㅂ우랄 드립 너무 치시다가 이런 절묘한 오탈자를...(...)
거세하고 반발 드립 모르시는군요 ㅠㅠ 검색해보시길
@첝 아니 또 이런 드립이 있었을 줄이야......
@wooams 진인환 산맥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소련사 하는 아저씨들이 영어도 쉽게 쓰고 글도 찰지게 잘 쓰신답니다 ㅋㅋ
승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트로츠키는 엿먹여도 스탈린은 엿을 먹일수없다는걸 깨닫는데 얼마나 걸렸을까ㅠㅠ
요시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 댓글 읽고 생각해보니 스탈린과 트로츠키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런 차이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스탈린은 알수 없지만, 트로츠키는 위험하다 라는 것. 아무래도 사람들은 현존하는 위협에 먼저 반응하게 되어 있겠죠. 스탈린이 이런 부분까지 감안하고 정치적 행보를 모호하게 가져간거라면 진짜 정치의 신이라고 밖에는...--
아직 한 놈 더 남았습니다. 부하린을 족치는 것도 남았죠!
연재! 연재!
뭐지...우랄이야기 하다가 중앙암투와 지방과 중앙의 밀당이야기만 나오내요 ㅋㅋㅋ 이번에 우랄은 그저 간판이였습니다. 그 우랄이 지방에 속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지방의 쩌리라는건 어쩔수 없내요..
차라리 비터피스라도 뜨면 우랄이 발전할지도 ㅋㅋㅋ(응?)
그리고 모든 조직은 항상 예산과 그에 따른 영향력의 싸움이라는건 어쩔수 없내요. ㄷㄷㄷㄷ
지역정치라는 넓은 컨텍스트가 중요하다고 판단되어서.. 사실 우랄에서 이런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가도 나옵니다만 핵심만 전달하려하다보니 우랄이 아예 안 나왔네요잉
글 읽기 전에 하나 질문하자믄 제도상으로 가장 위대한 지도자 이래의 서기장들은 서기장 자격으로 정치국에 참여하여 의사결정에 참가하는 거라고 보면 되나요?
서기장만 맡는 건 아니고 상위권력기관 직함 몇 개 더 달고 왔죠 ㅋㅋ
@첝 일단 저 시점에서도 그러한지, 그리고 서기장 직위는 정치국의 당연직 국원인지 아니면 별도의 선출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하는 매우 관료적인 부분을 질문한겁네다
@앙겔루스 노부스 서기국, 정치국, 조직국 등의 각 국들은 공산당 중앙위의 하부 조직들이고, 위원들은 중앙위에서 따로따로 선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앙겔루스 노부스 지도자 동무는 20년대부터 죽을 때까지 중앙위원, 정치국원, 조직국원, 서기국원, 서기장 + 대전기에 소브나르콤 의장에 국방인민위원 추가
@첝 가자마다는 죽은후 네 사람이 그의 일을 나눠 맡았다는데, 서기장 동지는 아예 대체불가였을 듯.
트로츠키를 주축으로한 통합반대파의 거세하고 행한 반발에 부딪힙니다.
ㅋㅋ~
저번에 이야기한게 이렇게 되는거였군요. 일단 트로츠키가 중앙에서의 작은 승리에 만족해 지방을 경시한 점, 실질적인 사무행정절차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던 스탈린의 발언이나 영향력이 개발에 목멘 지방의 지도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었던 점 등. 결국 트로츠키뿐 아니라 혁명의 선봉들이 간과한 부분들 - 지방과 행정사무 - 을 착실히 장악한 스탈린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네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이야말로 주변에서 중심으로, 라는 말 그 자체네요. 물론 스탈린이 주변에서 시작했다고 주변을 위할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은 이후의 역사가 보여주지만...
그러고보니 참 스탈린은 여러모로 주변적 인물이군요, 러시아제국의 주변인 그루지아 사람, 혁명기에도 중심에 들지 못하고 주변적 일을 맡은 사람, 권력장악과정에서도 주변적(이라고 여겨진)요소들을 긁어모아 권력투쟁에서 승리 등등.
물론 역사의 폭풍은 그를 중심 of 중심에 세우는 아이러니를 보여줬습니다만서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셨어도 한 자리 하셨을 겁니다~
지방:돈!돈! 정부:돈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