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3.12.10(수) 15:06 뉴스검색 검색 | 고급검색
고무보트와 2.5t 탑차
[한겨레] 아문센, 스콧, 섀클턴, 오츠 ..... 영웅의 접근만이 허락되는 남극 '밖에 좀 나갔다 올텐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소'
남극대륙의 연평균기온은 -55℃. 가장 따뜻한 달에는 영하 30℃, 추운달의 평균기온은 영하 70℃입니다.
여름엔 밤이 두시간 안팎인 백야가 계속되고, 겨울엔 반대로 밤만이 20시간 넘게 지속되는 그야말로 '극지'입니다.
때문에 18세기 이후 시작된 탐험의 경쟁에서 끝까지 '전인미답'의 지경으로 남아 있던 곳이 남극입니다.
극한적 상황은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은 탐험가를 영웅으로, 실패한 탐험가를 '위대한 실패자'로 역사에 새겼습니다.
지구상 어느 곳보다 가장 최근에야 인간의 발길을 허락한 남극에는 여러 탐험가 개척가들의 사연들이 설원의 발자국과 함께 서려 있습니다.
1911년 경쟁적으로 남극 도전을 시도한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영국의 스콧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는 남극 도전이 비단 도전과 탐험의 이야기만이 아니란 것을 말해줍니다.
아문센이 이끈 탐험대는 1911년 12월 14일 남극점에 도달했고, 스콧의 영국 원정대는 34 뒤인 이듬해 1월17일 남극점에 도달했으나, 극점에서 펄럭이는 노르웨이 깃발을 보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귀로에서 부상과 추위, 굶주림에 시달리다 전원 몰사한 스콧 대장 지휘의 영국원정대를 '실패한 CEO'의 전형으로 지목하는 이들도 많지만, 치밀한 사전 준비와 썰매를 끌던 개까지 귀로의 식량으로 삼은 아문센의 도전과 성공에 비해 스콧의 여정이 결코 값없지 않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귀로의 스콧 탐험대 오츠 대원은 동상에 걸려 썩어 들어가는 자신의 두 발 때문에 다른 대원들의 행로가 지체된다는 것을 깨닫고 어느날 밤 인상깊은 한 마디를 남기고 텐트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밖에 좀 나갔다 올텐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소' (이후 오츠의 이 말은 역사상 유명한 유언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추위에 시달리다 식량이 없어 베이스캠프 20킬로미터 직전에서 몰사한 스콧 탐험대의 짐 속에는 탐험도중 발견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고생대의 화석 16킬로그램도 나중에 그들의 주검을 발견한 수색대를 놀라게 했습니다.
1914년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을 탐험하다 조난당해 670여일간 사투를 벌인 끝에 생환한 섀클턴이 이끄는 영국 탐험대도 남극 도전사에서 빛나는 '위대한 실패'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건 보트가 아니라 이공계의 침몰'
허영호 대장이 이끄는 한국 남극탐험대도 1994년 1월11일 세계 4번째로 걸어서 남극점에 도달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남극에 대해 이번주 접한 소식은 참담합니다.
이 곳 게시판에 오른 육성들을 전해드립니다.
이건 보트가 아니라 이공계의 침몰이다 (ㅠ.ㅠ)
그들은 비정규직이다. (한솔)
도대체 위할 가치가 없는 나라 (?!)
양비론을 경계하며... ( 경서니)
'조디악 고무보트가 얼마나 좋은 보트인데....' 15년 된 한국의 세종기지
장비가 너무 빈약하네요 (헉쓰)
한국 기지에 고무 보트 3대만 있는 거네요. 딴나라들은 설상차, 군함, 보급선, 헬기 별거 다 있는데요. 울나라가, 중국, 우루과이, 칠레, 러시아, 아르헨티나 보다 못할 게 뭐가 있다고...이게 세계 13위 경제대국의 모습입니다.
한국해양연구원 극지연구소 남극 세종기지 홈페이지에 가면 세종기지와 기지의 월동대원 들과 보유장비 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 : 대원들이 이용한 고무보트. 지난 11월 26일 17차 월동대원들의 입성모습(17차 월동대원들이 사고를 당하였다)
'별을 좋아하던 소년'은 별로 사라지고...
숨진 전재규 연구원을 '별을 좋아하던 소년'으로 기억하는 지인들의 추모도 이어졌습니다.
재규를 생각하며 (대학동기..)
별을 좋아하던.. 재규는...
94년 봄. 관악산 자락에서 처음 만난.. 두꺼운 안경테 넘어.. 무표정한 얼굴에 가끔은 수줍은 미소를 보여주던...소년은...
남극의 차디찬 물속에.. 그의 영혼을 묻어버렸다... 1년의 절반이 깜깜한 밤이라는... 그곳에서.... 오로라가 아름답고 별빛이 쏟아지는 그 밤을 보고 싶어서였을까...
그의 연구혼에 조의를 표하며
남극의 고무보트와 '만남의 광장'의 2.5톤 탑차 트럭
스무시간 넘게 이어지는 밤과 낮의 연속인 극점에서 조국의 미래와 과학연구를 위해 자잘한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한 이들을 위해 국가가 준비한 것은 '튼튼한 고무보트' 4척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놀람과 분노는 남극에 기지를 둔 18개국중 우리나라와 폴란드만 '쇄빙선'이 없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습니다.(그나마 폴란드는 '내빙선(耐氷船)'이라도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 유일입니다.)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트럭째 이뤄진 어떤 거래와 극심하게 비교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나그네)
이 참에 남극기지 이야기를 처음 접하면서 드는 생각이, 어떻게 한나라의 남극탐사기지를 운영하는데 탐사선이든 운반선이든 배도 하나 없고 테레비로 비친 기지시설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고..
인원도 뭐 자원자 중심의 저비용구조로 가는 것 같은데...
할말이 없네요....
도대체 도둑놈과 사기협잡배들이 주인대접받고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람다운 일 하는 사람은 그들의 시다바리노릇하는 나라, 이나라 이대로 둬도 정말 괜찮은건가.....
소모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동존상잔을 목표로한 군사비는 엄청 책정하면서, 머리좋은 울 나라 영재들에게 마음껏 연구환경 만들어줘서 50년 100년뒤 그 힘으로 국력을 배가시킬 데는 애들 장난하는 비용으로 눈가림하고...
파괴해야한다. 이 놈의 세상. 바꾸야 한다. 피를 흘려서라도...
도둑놈이 잘 사는 사회 (SCV)
국민들은 빙하의 땅 남극에서 조그만 고무 보트에 의지하며 연구하다 얼어 죽고 열사의 땅 이라크에서 돈을 벌기 위해 전쟁의 포화속에 뛰어들어 총 맞아 죽고... 그들은 그렇게 추위와 더위를 인내하며 파도와 총탄의 위험을 감수하며 가족과 국가를 위해 일하다 죽어갔다. 한국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 그 열매를 따먹는 사람은 누구고 아직도 인내와 희생을 강요 받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들이 그렇게 죽어가며 생각했을 가족과 국가의 등골을 빼먹고 사는 도둑놈들.. 그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다. 서로가 더 큰 도둑놈이라고.. 도둑놈이 도둑놈을 신고하고 도둑놈이 도둑놈을 잡으라고 하고 도둑놈이 도둑놈을 심판하고 심판당하는 도둑놈이 심판하는 도둑놈을 심판하라고하고..그러다가 전부 도둑놈인데 덜 훔친 놈이 좋은 도둑놈이라고 하며 자신들이 더 좋은 도둑놈이라고 싸우고.. 그리고 또 도둑질을 하고 또 싸우고...
국민들은 이렇게 유린당하면서 일하다 죽고 연구하다가 죽고 사업하다가 죽고 공부하다가 죽고 살림하다고 죽고 일자리가 없어서 죽고.. 도독놈들은 도둑질 하며 호의 호식하고 싸우며 호의 호식하고 협박하며 호의 호식하고 할일 안하면서 호의 호식하고...
우리의 역사는 안중근 윤봉길을 만들지 못하고 이완용 송병준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일꾼을 만들지 못하고 도둑놈을 만드는 사회가 될까 두렵다.
저는 그냥 학생일 뿐입니다.. (이민혁)
2003년 12월 10일 구 본 권 <인터넷한겨레> 뉴스부장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starry9@news.hani.co.kr
한국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신기합니다.
어떻게 제대로 만들 줄 아는 것은 없으면서,
어떻게 기초과학도 튼튼하고 인공위성도 쏘고 남극탐험에도 크게 신경쓰는...
중국이나 러시아같는 나라를 상대로도...
잘난체들은 어떻게 그리도 잘들 한답니까!
어떻게 제대로 된 지원은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허구헌날 '기술혁신' '기술개발' '세계 제일의 나노기술, IT기술, 휴대폰기술' 등을 이야기하고,
또한 그러한 것들과 관련해서 부품들 수입해오는 현실...
예컨대, 세계 제일의 IT기술 보유국이 홍콩제 부품이 없어서 경찰청의 컴퓨터가 마비되고,
여전히 휴대폰 속에는 외제 부품들이 핵심부품들로서 들어있데고...
그러면서, 어떻게 '이공계가 무너진다' '이공계를 살리자' '의대나 치대 등으로 전과하려는 이공계생들 및 이공계는 거들떠도 안보는 대학지원하는 학생들의 머리가 썩었다' 는 등의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이공계 지원을 넘어서 기술개발에는 소홀히 하면서,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을 안하기 때문에, 매일 임금 올려달라고 난리치기 때문에,
이 나라 경제가 요모양 요꼴이다~
라고 이야기들을 잘들 한답니까!
너무나도 우습지 않습니까!
솔직히, 남극탐험대에 대한 지원을 저따위로 하고서도 오늘도 '대통령 재신임안 할까 말까' 혹은 '코드가 맞는 사람들', 아니 이젠 저러한 것들은 요즈음은 (하도 써먹어서) 옛날 레파토리가 되었는지... '기업들로부터의 부정한 정치자금 우리가 받았던가 안받았던가?' 등을 이야기 하시는... 우리의 노대통령님에게도... 정말 실망과 분함을 느끼게 됩니다만,
그와 동시에,
저렇게 일하시는 분들을 위해 돈을 풀라고 호통을 치시는 모습 대신에,
그 옛날 올곧은 선비들이나 재상들이 부정한 돈이나 선물을 싸들고 야밤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보여주셨다는 모습 대신에,
'그 돈 (혹은 채권) 줘서 참으로 고맙소.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당신들을 기억해주리라!'하신...
한나라당 분들에게도... 분노를 느끼기는 마찬가지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이 저러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OO게이트' 혹은 'XX비자금' 혹은 '연예인 H양의 파경설' 등에만 신경써 온...
우리의 오프라인 및 온라인 언론기관들에도 엄청난 분노를 느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그 분들에게는 키보드를 부셔버리고 펜을 꺽어버리라고 말씀드리렵니다!!!
첫댓글 한나라당을 비판했다고 해서... 분명 뭐라 하실 분이 있으시겠지요. 어차피, 이 글은 또 한편으로는 "정치참여촉구연합"이나 "노티즌의 쓸 권리"(옛 "왕사모") 같은데 올려 놓으면 당장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다!!! 너 개나라당 알바지!!! 꺼져라 씹쌔야!!!" 소리 들을 글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제가 그런 데는 안올리고 여기에 올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는 홍사덕 의원님이 계시고, 의원님이시라면 저의 이 주장을 읽어보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아니, 차라리 제가 역사 만화책을 너무 많이 읽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엄청나게 분노할만한 사회현실에 대해서 높은 사람에게 직접 나가 큰 소리로 고하니... 그 주변의 가신(家臣)들이 "아니~ 저놈이 감히 어느 안전에서!"라고 말하는 가운데...
오히려 당사자인 "높은 사람"께서 손을 내저으시면서 "경거망동을 그치지 못할까! 그리고, 자네의 이름은 무엇이며, 자네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소상히 말하라!"라고 하는... 그러한 모습만을 떠올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