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연구팀, 우울증 치료하는 콘택트렌즈 개발
쥐 실험서 스트레스 호르몬 48.1%↓, 행복 호르몬 46.9%↑
기존 항우울제와 비슷한 치료 효과 보여
콘택트렌즈를 끼는 것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콘택트렌즈를 끼는 것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박장웅 교수 연구팀은 눈에 착용하는 콘택트렌즈에 미세 전극을 넣어 망막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새로운 치료 장치를 개발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우울증 치료법인 약물 복용, 전기경련요법, 뇌심부자극술은 부작용이 있거나 두개골을 여는 수술이 필요했는데, 이번 기술은 비침습적으로 뇌를 직접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팀은 두께 3나노미터의 매우 얇은 산화갈륨 층 위에 백금을 입혀 투명하고 유연한 전극을 만들고, 이를 부드러운 콘택트렌즈에 결합했다. 이 렌즈는 빛 투과율이 80% 이상이어서 착용해도 시력에 지장이 없다. 핵심 기술은 '시간 간섭 경각막 전기 자극'이라는 방법이다. 두 개의 고주파 전기 신호를 망막에서 교차시키면 그 차이만큼인 저주파 신호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이렇게 만들어진 저주파 신호가 망막에서 시신경을 거쳐 우울증과 관련된 뇌 부위인 해마와 전전두엽 피질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을 주입해 우울증 상태로 만든 쥐를 대상으로 하루 30분씩 3주 동안 자극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우울증 쥐의 행동이 정상 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사회성 검사에서도 다른 쥐와 어울리려는 모습이 관찰됐다. 특히 이 효과는 우울증 치료제로 많이 쓰이는 플루옥세틴 투여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뇌 속 변화도 확인됐다. 우울증이 발병하면 해마와 전전두엽 사이의 신경 신호 동기화가 깨지는데, 콘택트렌즈 자극을 받은 쥐는 이 신호 연결도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속 스트레스 호르몬은 48.1% 줄었고,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은 46.9% 회복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눈을 통해 뇌 회로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비침습적 생체전자 치료 전략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콘택트렌즈 기반 플랫폼이 기존 우울증 치료법의 한계인 침습성과 부작용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무선 작동 시스템 구축, 개인별 맞춤 자극 조정, 장기간 착용 시 안전성 확인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Contact lens bioelectronic platform for non-invasive depression treatment with machine-learning-based evaluation: 기계학습 기반 평가가 가능한 비침습적 우울증 치료용 콘택트렌즈 생체전자 플랫폼)는 2026년 5월 학술지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게재됐다.
권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