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택배 상자를 열자 폭설이 가득합니다
휴대하기 좋게 손을 탄 부위를 오려냅니다
이별을 잘하는 사람의 말은 건강하니까요
지난 번 먹은 아보카도가 떠올라요
물을 여러 번 줘야 해서 기르기 까다롭다는 주장도 있고
물에 삼분지 일쯤 잠겨두면 키우기 수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보카도는 그냥 으깨져 맘에 들고
방울토마토 몇 개, 양파도 한 개,
과카몰리 소스 따윈 몰라도 토스트에 발라 먹으며
서로의 비탈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던데요
폭설의 미래는 기념사진처럼
함께를 대수롭지 않게 만든다는 것
잘 지낸다는 건 신앙일까요?
덜컹거리기 일쑤여서
어떤 내일은 선 채로 말라가고
가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면
나는 심는 일에 골몰하는 사람
물컵에 씨앗과 폭설 한 움큼 섞어둡니다
아보카도는 먼 발음이고
기르다가 맞는지 키우다가 맞는지
분명히 하려는 입술부터 이해해야 하니까
발아는 섬기기에 좋고
결국 버터맛이거든요
창밖엔 스쿠터들이 쉴 새 없이 오늘을 호출합니다
주소지에게 주소가 죽고 주소지는 생겨나고
누군가로부터 눈이 시작되고 있다고 믿으면
한번도 마른 날은 없는 것일 텐데
우리라고 할 순 없지만 꽤나 가깝긴 합니다
나는 계속 아보카도에 붙잡혀 있습니다
2026 월간 모던포엠 5월호
채이 시인
2025 상상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