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6.25전몰군경유자녀 미수당 박민정51서울님의 글을 옮겨 왔습니다>
[이기홍 칼럼]나라 기둥 흔들고 ‘먹튀’한 문재인 정권… 통치행위 면피 안 된다
이기홍 대기자
입력 2023-07-07 00:06/업데이트 2023-07-07 03:59
尹 “反국가 세력” 발언에 문재인 발끈하는데
文 지향한 나라가 기존 대한민국과 다른 건 사실
결과적으로는 자기 진영 황금 밥그릇만 챙겨줘
국가 해악 끼친 결정들에 엄중 책임 물어야
<이기홍 대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反)국가 세력” 발언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다.
“냉전적 사고” 운운하면서 그가 펼친 주장의 요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남북관계가 발전했으며 (그 결과물로)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대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호도한 주장이다. 북한이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도움을 받아 우라늄 핵무기 개발에 본격 나선 것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0년대 후반이었다. 첫 핵실험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이었으며, ‘핵무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진보정부 때 대북정책의 산물로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대하고 보수정부 때는 평화가 위태로워져 국민소득까지 줄었다”는 것은 통계마저 왜곡한 주장이다.
문 전대통령이 근거로 삼은 자료는 2019년 좌파진영에 돌았던 SNS 게시물로 추정된다. 환율 변수를 무시한 채 달러화를 기준으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때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때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4.5배 더 성장했다”는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해당 국가의 통화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기본도 무시한 것이다.
구글 검색에 ‘국민소득 추이’만 입력해봐도 진실을 금방 알수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 통계를 보면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는 좌우 정권별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고르게 성장했다(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21).
전년대비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 증가율을 보면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97년 각각 6.1%. 8.3%, 7.7%, 5.6%, 3.1%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2002년 마이너스 8.3%, 9.9%, 5.6%, 3.2%, 8.0% △노무현 정부는 2.1%, 3.9%, 2.2%, 3.4%, 5.2%, △이명박 정부는 마이너스 0.4%, 2.0%, 6.7%,, 0.8%, 2.4% △박근혜정부는 3.4%, 2.8%, 5.8% 4.0%, 3.0% △문재인 정부는 1.1%, 0.0%, 마이너스 0.1%, 3.7%, 마이너스 0.5%를 기록했다.
‘임기 마지막 해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이 취임 직전 연도에 비해 얼마나 늘었나’를 계산해 보면 김영삼 정부는 478만 원, 김대중 344만 원(외환위기를 고려해 임기 첫해를 기점으로 하면 498만 원), 노무현 395만 원, 이명박 308만 원이 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을 임기 마지막해로 계산하면 593만 원, 2016년을 마지막해로 계산하면 491만 원 늘었고, 문재인 정부는 2022년 대비 2017년을 비교하면 149만 원, 2016년을 비교대상으로 하면 251만 원이 늘었다.
국제 경제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을 도외시한 채 남북관계와 소득증가율을 인과관계로 놓은 억지도 전직 대통령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이지만, 통계의 자의적 왜곡에 깔린 음험함이 더 기막히다.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통계청장을 경질했던 습성의 발로일 것이다.
물론 ‘반국가 세력’이라는 표현이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어휘였음은 사실이다. 한 중도보수 성향 학자는 “‘대통령은 여야 모두를 아울러 국민화합으로 끌고 가야하는데, 야당을 적대시해서 어떻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필요한 처방”이라고 평했다. 신냉전 세계질서 속에 극심한 남북, 남남 대립이 벌어지는 이념적 혼란기에는 국가가 가야할 방향과 국가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게 옳다는 설명이다.
문 정권이 지향한 새로운 나라가 기존 대한민국과는 달랐던 게 사실이다. 여기서 새로움은 업그레이드의 개념이 아니라 대전환을 의미했다.
문 전대통령은 집권 전 저서, 인터뷰 등에서 “세도 정치로 나라를 망친 노론세력이 일제 강점기에 친일 세력이 되고, 해방 후에는 반공이라는 탈을 써 독재세력이 되고, 여전히 기득권으로 남아 있다”는 일부 역사학자의 주장을 자주 인용하면서 주류 세력 교체, 대청산, 역사 교체를 주창했다.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규정하고 혁명정부를 자임했다.
외교안보관도 남달랐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없애고 기무사령부 해체 등을 통해 간첩 잡는 기능을 사실상 와해시켰다. 우리 주권의 일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중국에 3불1한을 합의해준 것은 국제질서를 보는 특유의 시각을 보여준다.
해방공간과 6·25전쟁 와중에 발생한 양민피해에 대해서도 오로지 우익에 의한 피해만을 조명하고 보상한 것은 현대사에 대한 독특한 인식의 발로다. 최근의 미중전쟁 메시지는 6·25전쟁의 근본 성격에 대해서도 상식적 대한민국 국민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자신의 과거를 잊은 심각한 자기부정“이라고 비난했는데 억지스런 논리다.
보수성향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의구심을 표할 때 그 의미는 정권 구성 세력 일부 및 정권의 지원으로 활성화된 각종 단체 내에 반국가적 인식 관점 언행이 있었으며, 그런 요소가 과거에 비해 두드러지게 확장되고 강해졌다는 의미이지, 정부 자체가 반국가세력이었다는 뜻이 아님을 이 대표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윤 총장은 문 정권에 의해 임명됐지만 ‘반국가적 행위’에 가담하는 대신 그런 행위를 엄단하려 했다. 교육 공정성을 파괴하는 권력 핵심층의 입시 비리, 청와대의 광역시장 선거 개입, 강압적 원전 폐쇄 같은 행위를 의법 조치 하려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문 정권의 다른 나라 만들기는 실패했다. 다만 하나 성공한 것은 자기 진영에 황금 밥그릇 챙겨주기였다.
요즘 연일 공개되는 문 정권 하의 보조금 비리, 태양광, 전력보조금, 각종 연구기금 비리 등은 기득권 타파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끼리 다 먹어치우는 나라’를 만들려 했고 상당 부분 성공했음을 드러내준다. 패밀리비즈니스를 벌인 뒤 튀어버린 셈이다. 그래 놓고 총책임자는 진영의 상왕 행세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먹고 튀어도 정의의 실현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적 손실을 끼친 정책이 의도되고 기획된 것이었는데도 최종 결정권자에 대해서는 통치행위를 한 것이니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적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국민은 회의적이다.
국가의 근본 방향과 시스템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고 존중하는 전제하에서 진보와 보수가 집권경쟁을 펼치는 선진국 정치시스템과 달리, 권력을 잡으면 자기 마음대로 나라 근간을 다 휘젓는 이런 풍토에서 통치행위라는 미명하에 어떤 잘못이든 면책해주는 게 옳을까.
명백히 민주적 절차의 위반이 있었고, 헌법적 가치를 훼손해 국가와 국민에 해를 끼쳤을 경우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선의의 실책이 아니라 의도적인 실정, 자기편 이권 챙겨주기에 대해 심판하지 않으면, 정의와 불의의 도치(倒置), 형평성 역전 같은 건 개의치 않고 5년간 나라 기둥을 부수고 자기 진영 챙기기만 하다 먹튀해도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동아일보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