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대전엘 다녀왔다. 가까이에 있는
대도시이고 고속버스로 한시간정도 밖에 걸리지
않고 버스요금도 7,000원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별 부담없이 놀이삼아 나섰다. 사실은 너무 도시
냄새도 못맡은 할머니로 굳어질까봐 한번씩 코에
바람을 넣는다. 이마트 같은 대형 매장에 간다고 별다른
것은 없지만 그렇게 큰 매장에서 사면 뭔가 좀 다를것
같은 기분도 맛보고 싶고 코스코에 들려서 그곳의
라떼 커피도 마시고 싶고. 서울서는 내가 언제나 물건을
구매하든 곳이다. 왜냐면 이곳에서는 1+1 같은 물건은
없다. 이마트 같은 곳에서는 웬만한 샴프나 공산품을
1+1으로 팔지만 소도시에서는 그런 물건을 분리해서
1개의 값으로 팔기 때문에 대형 매장에서의 쇼핑을
가기전에 구매할 물건을 잘 선정해서 리스트를 만들어
간다면 차비는 충분히 빠지고 나들이 기분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산품은 변질하는것도 별로
없고 또 그런것들이 어느정도 비축되어 있는게 묶여있는
돈의 가치보다 훨씰 더 심리적으로 넉넉한 기분을 주기
때문에 나는 공산품을 언제나 넉넉히 갖고 있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대전에는 헌책방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도
들리고 싶어서였다.
헌책방에서는 책을 좀 많이 산것 같다. 들고 올 수 있는 무게는
아니어서 택배를 부탁하고 이마트에 들렸다. 새옷은 거의
구매하지 않지만 아무리 늙었어도 분명히 여자니까 옷 매장에
들렸다. 그곳에서 맙소사! 웬 낯선 할머니를 만났다. 이곳에서는
옷가게에 들리지도 않지만 대형 거울을 보기 힘들어서 몰랐는데
대형 매장의 큰 거울에 서있는 낯선 할머니는 자세히 보니까
바로 나 자신이었다. 얼마나 놀라고 충격을 받었는지 한순간
정지 화면이 됐다. 지난 가을에도 보고 충격을 받었지만 8개월
정도 지난 지금에 보니까 그동안 또 늙었나 보다. 더 낯설고
이상한 할머니로 비친 나는 화나고 심술궂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
보고 있었다.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인가. 매일 집에서 거울을
보면서 대형은 아니지만 제법 큰 거울이 있는 집에서도 매일
보든 모습인데 환하게 조명이 된 대형 매장의 큰 거울에 비친
나는 내가 전혀 모르는 할머니로 변해 있었다.
사실 젊었을 적에는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잘 못본다. 언제
보아도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있기 때문에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모습이 변할 수 있다는건 상상도 안해봤다. 아무튼
낯선 할머니에게 놀라고 화나서 코스코에도 들리지 않고
그렇게 좋아하든 라떼 커피도 마시지 않고 풀이 죽어서 축처진
어깨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쯤이면 헌책방에 부탁한 책이 도착하겠지만 그걸로 위안을
삼으려고 열심히 낯선 할머니를 꼬드기고 있다. "얼마나 다행이냐,
아직도 네 발로 책을 사러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아주
아주 싼값으로 꽤 괜찮은 책을 많이 샀으니까 손해본것 없잖아?"
하면서 낯설었든 할머니를 꼬드기고 있다.
오늘은 장날이니까 장날 구경가서 싼값으로 살 수 있는 돼지 등뼈를
사서 우리 해피나 해피하게 해줘야겠다. 그렇게 또 자신을 달래며
속이며 사는 수 밖에 없구나. 그러나 많이 슬프지는 않다. 그냥 조금
아니 꽤 놀랐을 뿐이다. 이제 곧 그 낯선 모습에도 적응하겠지. 별 수가
없으니까.ㅎㅎㅎ
첫댓글 ㅎㅎㅎㅎ.. 거울속의 낯선 할머니...난 몇년전에 포기햇습니다..대신 사진 잘 안찍습니다..걸어다닐수있으니..에 위안을...친구도 늘 걸어다닐수 있을때 부지런히 만나자 하는데......별로 나가고 싶은마음이 없어 ..걱정입니다...
부지런히 다니시고 좋아하는 거 많이 드시고...품위있는 할머니로 있자구요.. ^^...........
물론 사진은 안찍죠. 내 사진 찍은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멀쩡한것 같다고도 사진만 찍으면 적나나하게 내 모습이 나오니까요.
사람 만나는건 거의 안하는 편입니다. 품위있는 할머니...그게 뭔데요?ㅎㅎㅎ
잘 아시면서 ...지금도 그래서 부단히 노력하시는거 아닙니까..?...^^
그 마음 이해가 갑니다
저도 서울서 나고자라고 공부도 하고 직장 생활도 오래 했지만
시아버님의 건강때매 시골로 내려와 살면서 한번씩
도시에 나가면 정말 제 모습에서 시골냄새가 풀풀납니다
아무리 쫙 빼입고 나가도 어딘지 모르게 도시에서 사는 분들보담 엉성한것 같드라구요 ㅎ
그래서 요즘은 컴터에 들어오면 검색창을 통해 많은 아이쇼핑을 합니다
많이 보면 좀은 덜 뒤떨어 질것 같아서요 ㅎ
똑같은 펫션을 해도 시골사람은 언딘지 모르게 엉성하고 더 늙어 보이며
세련미가 영 꽝이드라구요 ㅎ
시골 냄새, 도시 냄새. 따로 있는데 아닌데 왜 몸에 베는거죠?
이마트 계산원이 한눈에 알아보든데요? 아구 서러워라.ㅎㅎㅎ
에구
저도 마니 공감가는 글입니다
문득 아닐때가 있지요
글치 모 하다가도
멍 할때가 있습니다
이 모습 이대로 현실이니
어쩔수 없더라고요
이 모습, 이대로가 현실인데 왜 화가 나는걸까요? ㅎㅎㅎ
에구~~~지두 자주 그럽니다~
집안에서 거울을 보면 그냥 아쉬운대루 자주보는 얼굴이라 그러려니 햇는데
배란다에서 거울을 보면
깜짝 놀라서
영감~~ 뉘시유~~ 하는걸요,,,,
아고~~
영감. 뉘시유? 진짜로 거울속에서 화를 내면서 얼굴을 잔뜩 찌푸린 저 할머니는 누구지?ㅎㅎㅎ
외출하려고 거울을 보면
거울속에 웬 손님이.....
가끔은 자신을 잊고 살아서
자신에게 놀라면서 삽니다
거울속의 손님...참 멋있게 표현하셨네요. 그 손님이 나라는게 문제죠?ㅎㅎㅎ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주인공소녀 소피가 마녀의 저주로 갑자기 90세 할머니가 되어 푸념을 하지요
늙으니까 참 불편하고 힘들다고....
근데 소피의 푸념이 아닌 꼭 감독인 늙으신 미야자끼하야오의 푸념을 듣는 것 같았어요
요즈음의 저두 많이 많이 공감합니다.... 불편하고 힘듦을.... 그러나 어쩌겠어요 별 수 없으니...
그냥 웃을 수 밖에요 ㅎㅎㅎ
에니메이션을 빌어 멋있게 표현하셨네요. 불편하고 힘들어도 세월이란 물건이 쬐끔만 양심이 있다면
천천히 가도 될텐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울보기 실어지는거...
실감하고 있습니다
멋진 할머니이실듯...
멋을 안다고 생각했든 사람인데 이제는 그게 누구 이야기인지 모르겠네요.ㅎ
저는 거울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만
세월앞에 이길 장사는 없나 봅니다
그렇지만 늙어도 여자는 여자입니다
역쉬 가꾸는 여자는 어딘가 모르게 다릅니다
부지런히 가꾸세요 나이보단 젊어보입니다 이런말 듣기 좋찮아요
늙어도 여자는 여자죠. 그러니까 안이쁜 모습에 약이 오르는거죠. 그런데 때로는 가꾸는것임에도
불구하고 다 소용없구나하고 생각될 때 그때 허무하죠.
인생이 하루하루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이겠지만, 나도 모르게 세월은 가고, 세월앞에 이길 장사는 없고 ,노년기에 접어든 삶을
사는가 봄니다. 그래도 대전까지 가셔서 대형마트에도 다니시고 라떼 카페도 드시고, 책도사시고 얼마나 멋있게 사십니까?
또 삶방에 소소한 삶에 글도 올리시고 멋쟁이 이십니다. 저도 화장실에서 얼굴을 보니 안경의 양쪽 테밑으로 하나가 생기더만 이제는
양쪽에 생겨서 죽음버섯이던가요 아주 멋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죽지 않았어하고 말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것 같아요. 그냥 옛날 했든 방식대로 살아보려고 용쓰는거죠.ㅎ
삶방에 글을 올리고 다른 회원분들의 글을 읽고 하는것도 화를 가라앉히는데는 진짜 도움돼요.
세월이 남겨준 흔적 그누구도 외면할수없는데 한번씩 놀라죠
그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우리나이는 다들 경험했으리라 믿어요
그냥 건강하게 하고 싶은것 할수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가요
전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갑니다 공감하는고운글 잘 보았습니다 건강하세요
내가 써버린 세월의 흔적이란걸 다 알면서도 한번씩 이렇게 투정을 부리고 싶어진답니다.
저도요. 옷가게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옛날같으면 땅속에 들어가 있었을텐데~~~
이렇게 돌아도 다니고 좋은세월이여~~~하고 저자신을 위로하며 웃었답니다.
맞아요. 옛날 같으면 우린 제사밥이나 챙겨야 할 나이죠. 좋은 시절 만나서 이렇게 까불고
살면서도 한번씩 투정이 나온답니다. 끝없는 사람의 욕심이죠.
치자향님의 글을 읽으며 지난일을 생각합니다
언니가 39세나이 교통사고로 벼란간 세상을 떠나 보내고
난 내 남편과 자식들과 살기위하여 시장을 가다가 어느 쓰러지게 생긴 사람을 보고 참 가엽게 생겼구나
다시한번 돌아다 보려니 그 사람이 안보였어요 두리번 거리며 돌아보니 거울에 비친 내그모습이였어요
너무나 놀래 다시 마음을 추스렸어요
언니는 갔지만 나는 내 가족을 위해서 정신 차려야 된다고요
아, 참 실감나게 표현해 주셨네요. 한번씩은 다들 그렇게 놀라나 봅니다. 저 사람 누구지?
그게 바로 자기 자신인데 말입니다.
마음 가짐이, 품성이 외모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선배님은 지금도 소녀의 감성을 가지셨으니 넘 걱정 안하셔도 될 듯 싶은데요.
선배님 자신을 볼 때 예전같지 않으셔서 그렇지
남이 볼 때는 선배님이 생각하시듯 그렇지 않을 것 입니다.
지금도 책을 좋아 하시는 선배님 홧~~팅 입니다.
남들이 볼 때도 할머니죠,뭐. 책은 마지막 돌파구겠죠. 절대 배신하지 않고 어디로 도망도
가지 않고 그냥 우리가 쳐다보고 손 내밀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길 동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