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베룬님 제공)
- 다소니; 사랑하는 사람의 순 우리말
<1화>
13살. 한참은 어린 나이였다. 누구보다도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던 내가 미웠을까, 하늘은 내 전부였던 부모님을 하루 아침에 앗아 가버렸다. 그 충격으로 성격이 많이 우울하게 변했다. 일 년후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고, 나는 자연스레 사춘기 또래 집단 속에서 루저로 분리되어 요즘 한창 뉴스에서 떠들어 대는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에서 사는 것 같았다. 외로움과 공포, 수치심으로 싸여진 지옥 속에서 나는 온전하게 머물 수 없었다. 이런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딱 한 사람 있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가 한명 있었다. 기댈 버팀목이라곤 하나도 없던 내가 유일하게 찾아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던 그런 친구였다.
하지만 그 친구마저 내 손을 잔인하게 뿌리친 순간, 나는 무너져 버렸다. 중학교 졸업장을 채 떼기도 전에 자퇴를 하고 그 곳으로 부터 도망쳤다.
그 후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내게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냐고 묻는 다면 나는 주저않고 이렇게 답 할 것이다. 사람, 물어보는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라고.
불행히도 역겨울 만큼 그들의 존재가 싫어지게 되던 그 때, 내 나이는 고작 열 여섯이었다.
<다소니;사랑하는 사람>
띡,띡,띡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가 조용한 매장에 울려 퍼졌다.
"이천 칠백원입니다."
해수의 건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손님이 내민 오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받고, 포스기에서 잔돈 이천 삼백원을 꺼내며 또 다시 건조 한 음성으로 내뱉는다.
"거스름 돈 이천 삼백원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바코드로 물건을 스캔하고, 돈을 받고, 잔돈을 주고, 인사를 할 때 동안 해수는 단 한번도 손님으로 온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기계처럼 필요한 동작만 취할 뿐이었다.
톡톡-,
사무적인 인사를 마친 해수가 어지럽혀진 계산대 주변을 정리하다 누군가 계산대를 두드리는 소리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 상대를 쳐다보았다. 거슬러준 잔돈을 받고 간줄 알았던 손님이었다. 해수가 뭐냐는 눈으로 쳐다보자 별안간 손님으로 온 남자가 빙긋 웃으며 소리쳤다.
"어, 쳐다봤다!"
"…."
"계산대에 꿀이라도 발랐냐. 어떻게 사람을 한 번도 안 쳐다 봐."
이 남자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해수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습관이야? 아니면 일부러?"
해수의 표정이 또 한번 구겨진다. 초면에 반말까지, 정말 상대하고 싶지 않은 남자라 생각했다. 표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감정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여전히 제 할 말을 꿋꿋하게 이어갔다.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계산 할 때마다 사람을 한 번도 안 쳐다보던데. 나 오늘 여기서 물건 다섯 번이나 샀는데도 지금 날 본 게 처음이지? 뭐, 딱히 그게 잘 못 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냥 궁금해서.”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다짜고짜 반말에 귀찮게 말을 거는 이 남자가 점점 더 맘에 들지 않는 해수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서 괜히 말 한마디 더 섞는 건 더욱 사양이었다. 그저 이 상황을 빨리 끝내고 이 이상한 남자가 나가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만 간절했다.
그래서 맘에도 없는 사과를 하고, 한번 더 정중히 인사를 건넸는데도 남자는 미동도 없다.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를 그제야 해수도 같이 쳐다보았다. 예전 같으면 무시했을 법한 상황인데 왠일인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해수다. 물론 빨리 나가줬으면 좋겠다란 마음이 더 크긴 하지만 어쩐지 낯이 익은 그 얼굴에 시선을 떼지 못하겠다.
누굴까….
조용히 생각하던 해수에게 그 해답을 내놓 듯 남자의 입에서 답이 흘러나왔다.
"최환이."
"!"
‘최환이’ 세 글자를 듣는 순간 해수의 심장이 쿵쿵쿵 뜀박질을 하듯 빠르게 뛰어댔다.
"나 최환인데. 이젠 좀 기억하려나…."
영 반응이 없는 해수 때문에 자신이 환이라 말하는 남자가 뒷머리를 한번 긁적이며 못 알아보는 건가….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표정과는 다르게 계산대 밑에 떨어져 있는 해수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좀 변하긴 했어도 어릴 때 모습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닌데, 진짜 모르겠냐? 한빛고아원, 기억 안 나?"
남자의 입에서 ‘최환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순간 묶여져있던 기억 하나가 풀린 듯 쏟아져 나왔다. 어쩌면 남자와 눈이 마주 친 그때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를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 몰라요. 나가주세요."
요동치는 속과 달리 해수는 차가운 어조로 환이에게 말했다.
"얼굴은 변해서 모른다고 쳐도, 정말 최환이…처음 들어 봐? 한빛고아원도 모르겠다고?"
좀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던 그의 얼굴이 해수의 냉정한 말 한마디에 한껏 구겨졌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해수가 답답한 듯 해수의 팔을 붙들며 정말 모르겠냐 다그친다. 그러자 해수는 그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며 그를 쏘아봤다.
"최환이? 다시 생각 해 보니까 기억날 것도 같네. 한빛고아원 출신 그 최환이 말하는 거라면 기억 나. 근데 보다시피 나 지금 일 하는 중이거든? 물건 살 거 아니면 더 이상 방해 말고 나가 줘."
말을 마치는 동시에 타이밍 좋게 다른 손님이 들어 와 시가 하나 주세요. 하며 담배를 주문했다. 때문에 환이는 무언가 하려던 말을 채 하지 못한 채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했다.
"…난 너 진짜 보고 싶었는데."
섭섭한 듯 중얼거리는 환이의 말 소리가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해수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지만 해수는 애써 못 들은 척 뒤 돌아서 진열 된 담배를 뽑았다. 딸랑-하는 종 소리가 들렸다. 아마 환이가 나간 소리리라. 그제서야 해수는 환이가 나간 문을 말 없이 응시했다. 수고하세요, 인사를 내뱉으며 나가는 손님의 소리도 듣지 못한 채 멍하니 문 밖을 내다보던 해수가 조용히 혀 속에서 그 이름을 굴려 본다.
"최…환…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아이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가 자신을 찾아 온 것인지 궁금했지만 애써 그에 대한 생각을 끊어냈다. 과거의 인연은 과거로 묻어두고 싶었다. 괜한 욕심에 인연을 이어간다면 결국 자신이 상처받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해수는 마음과 달리 환이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해수의 시야에 환이가 들어온 건 다음 타임 근무자와 교대를 하고 나왔을 때 였다. 무슨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건지 자신이 나왔는지도 모른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선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환이를 발견했다.
설마 기다린 거야…?
곧 이어 해수의 머릿 속에는 ‘왜?’ 라는 물음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해수는 더 이상 저 아이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아파오는 머리를 흔들며 혹여 그가 자신이 나온 것을 알아챌까 빠른 속도로 그 곳을 벗어났다.
다음 날, 해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시간에 맞춰 편의점에 나와 일을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묵묵히 일 하는 해수의 신경이 한 곳을 향해 예민하게 서있었다.
"일은 언제부터 한 거야? 따분 해 죽겠네. 이렇게 심심한 일을 어떻게 했냐, 넌."
밀대를 잡은 해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근무시간에 맞춰 등장 한 환이가 마감 때 동안 저렇게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간간히 걸어오는 대화를 해수는 무시로 일관했지만 자꾸만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무시하지 못 하겠다.
해수가 덜 닦은 바닥을 마저 닦고는 잽싸게 가방을 챙겨 편의점을 나가자 뒷편에서 환이의 당황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소리를 못 들은 척 오히려 환이가 뒤 따라 올까 봐 편의점이 안 보일 때 까지 힘껏 내달리다 어느 정도 멀어졌다 생각 되서야 그 속도를 늦추었다.
그렇게 걸어가다 문득 오늘 하루 종일 자신을 괴롭혔던 환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인상이 팍 구겨졌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는 것인지. 아마 그 자신은 이 것이 해수를 괴롭히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 하고 있겠지? 생각에 빠져있던 해수가 어느새 집에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여기서 왼쪽 골목으로 꺾으면 나오는 첫 번째 빌라 2층."
멈칫, 갑작스레 뒤편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놀란 해수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가 잘난 이해수가 사는 곳."
힘껏 달린 보람도 없이 그새 환이 자신을 따라 잡은 모양이다. 대체 저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집은 알고 있는 걸까.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자 조금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심통이 난 것 같기도 한 얼굴로 해수의 코 앞까지 성큼 성큼 걸어왔다.
"사람 진 빠지게 왜 자꾸 달아나?"
"…."
"네가 생각해도 날 밀어내는 네 태도, 과 하다 생각하지 않냐?"
그의 입장에선 지금 해수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아홉 살 이후로 떨어져 지낸 긴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를테면 그 긴 시간 속에서 해수의 마음에 큰 병이 생긴 것처럼. 환이의 말을 듣던 해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우리가 무슨 깊은 관계라도 됐어? 철 없던 어릴 적에 잠깐 같이 놀았던 거 뿐 이야. 10년이 넘도록 소식 한번 없다가 갑자기 나타난 사람한테 내가 무슨 반응을 어떻게 보여야하는데? 나 너한테 아무 감흥도 없어. 눈물 나게 반갑고 이런 거 하나도 없고, 솔직히 옛날 일 잘 생각도 안 나. 너 바로 알아보지 못 한 거 보면 모르겠니? 네 얼굴도 사실 기억 안 난다구!"
"이해수…."
"그러니까 모른 척하고 그냥 가 줘. 부탁이야."
모진 말을 하고 돌아서는 해수의 가슴도 아팠지만 이렇게라도 환이와 더 이상 인연을 쌓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해수는 더 빨리 걸음을 재촉했다. 그 때였다. 걸어가는 해수의 팔을 환이가 엑센 힘으로 붙잡았다.
"싫어."
그가 고집스레 말 했다.
"최환이."
"그래, 내 이름 최환이! 너 그래도 내 이름은 기억했어. 추억 같은 거 기억하지 마. 안 해도 돼. 앞으로 하나씩 쌓아 가면 되니까."
"최환이!"
"다 계획 된 거야! 널 보려고, 널 만나고 싶어서 그래서 네 주소까지 다 찾아 본 거라고!"
"…."
"너한테 최환이는 잊혀 진 존재였을지 몰라도 나한테 이해수는 살아있을 때 한 번은 꼭 만나고 싶던 친구라서, 그래서 찾았어."
"…."
"…나, 몇 달 뒤면 미국 가. 이번에 가면 한국에 언제 들어올지 몰라. 그래서 온 거야."
환이의 진심어린 말을 듣던 해수의 눈이 잠시 흔들리며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지만, 미국이란 한 마디에 다시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렇다면 더 더욱 나 건들지 마."
차갑게 말을 뱉은 해수가 환이의 손에서 팔을 빼내며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끝이 정해진 인연이라면 더 싫었다. 그렇게 환이를 뿌리치고 걸어가는 해수의 얼굴이 점점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잊고 싶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과거에 존재했던 가장 믿었던 친구, 그 아이가 같이 떠오르며 이윽고 그 얼굴 위로 환이의 얼굴이 겹쳐졌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겁쟁이로 만들어 버린 건 모두, 모두 다 너네들 탓이란 말이야….
< 다소니;사랑하는 사람 >
"형~."
-최환이! 너 이 미친새끼…! 너 어디야 인마!
"아,형… 오랜만인데 환영인사가 너무 거친 거 아냐?"
-새끼야! 지금 농담이 나와? 어딘지 이 것부터 당장 말 해!
"이봐 이봐, 내가 이럴까 봐 폰 켜기가 싫었다니까."
-후, 빨리 말 해. 안 끌고 올 테니까 어딨는지만 말 해. 아무 짓 안 할테니 얼굴만 보여줘! 너 그러고 사라진지 벌써 일주일 째야 미친 놈아!
"형…."
-그래! 내가 네 형이다!
"나 이대로 폰 없애고 잠수탈 수도 있었어. 그래도 일부러 형한테 전화한 건 내가 형 만큼은 가장 믿고 따르니까 그런 거 알지?"
-그런 놈이 이래? 어?!
"그러니까 형, 조금만 나 내버려두라. 나 여기서 할 일이 있어. 곧 돌아 갈 테니까 조금만 나 한테 시간을 줘."
-너….
"미안, 형. 다시 만날 날 까지 건강하고! 나 때문에 그만 열받아하시고! 이만 끊는다!"
말은 마친 동시에 환이는 전원을 눌러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 아마 통화를 하는 그 순간부터 형이 위치추적을 시작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통화가 채 끝나기 전에 벌써 자신이 있는 곳을 알아냈을지도. 그러나 알아냈다 한들 형이라면 자신의 부탁을 들어 줄 것이다. 물론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환이는 전원이 꺼진 핸드폰을 탁자 위에다 던져놓듯 올려 놓으며 소파 깊숙이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조금 전 해수가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이상 해…."
그 아이가 왜 그런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 걸까. 해수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처음 그 아이를 보았을 때 환이는 조금 오바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 만큼 간절했고 반가웠다. 환이에게 해수는 첫 사랑이었으니까. 성인들의 그런 열정적인 감정은 아니었지만 성인이 된 환이 그 감정에 가져다 붙일 단어를 생각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것은 그 것 뿐이었다. 그래서 해수도 같을 줄 알았다. 자신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거부반응을 나타낼 정도로 꺼려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내가 그 애한테 그런 존재 밖에 되지 않았던 건가…. 그러기엔 어쩐지 환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은 느낌에 찝찝함이 떨쳐 내 지지 않았다.
주말엔 일이 없어 늦잠을 잔 해수가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아침부터 차를 끌고 와 해수네 빌라 앞에서 해수를 기다리던 환이 모자 하나만 꾹 눌러쓴 채 집에서 나오는 해수를 발견하곤 차에서 내려 조용히 해수의 뒤를 따라 걸었다.
자신이 뒤에서 따라 걷고있는 건 전혀 모른 채 느릿하게 움직이는 해수의 뒤를 환이 여유로운 얼굴로 뒷따르다 문득 떠오른 옛 기억에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그 때도 이렇게 해수의 뒤를 몰래 따라 걸었었지.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자신 때문에 얼마나 놀란 건지 해수는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렸다. 그리고선 너 때문에 못 먹게 됐다고 어찌나 징징거리던지…. 해수와 늘 함께였던 그 시절이 환이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옛 기억을 떠올리는 사이 해수가 목적지에 도착한 건지 작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환이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왜지…?"
가게라면 걸어서 오분거리에 있는 큰 마트도 있는데 굳이 15분은 족히 걸리는 여기까지 온 걸까. 얼마 안 있어 검은 봉지 하나를 손에 쥔 해수가 나왔다. 해수가 못 알아보게 차 사이로 잠시 숨었다 나온 환이가 걸어가는 해수를 한번 쳐다보다 방금 전 해수가 나왔던 가게로 들어가 보았다.
무슨 특별한 것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들어온 가게는 여느 가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오히려 시대에 낙후된 내부는 이십분 정도 되는 거리를 감수해서 올 만한 곳은 못 되어 보였다. 특별한 것을 못 느낀 환이가 가게를 나서려는 찰나였다.
"방금 갸 맞제?"
"누구? 해수?"
카운터 쪽에 앉아있는 할머니 두 분의 대화에서 해수의 이름이 거론되자 환이의 발걸음이 반사적으로 멈추었다.
"그려, 해수. 쟈는 요즘도 여기 드나드는겨? 이사 갔지 않어?"
"그렇제…. 집 근처에는 마트가 없냐 물어도 암 대답도 안혀. 쯔쯧, 지 부모 다 저 세상 가고, 또 머시여 그일 겪고 나서 아가 완전히 성격이 변했제…. 젊은것이 다 늙은 늙은이 마냥 죽상인 것이…. 아, 근데 인자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감?"
"아이구,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일어나야제.”
우연히 들은 노인들의 대화에서 믿기지 않는 말이 섞여있었다. 돌아가셨다니? 그 분들이 돌아가셨다니…?
"총각, 뭐여? 나갈겨 말겨? 안 나가면 좀 비켜주시구랴."
"아…."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는 얼굴로 한 발짝 비켜선 환이가 나가던 노인을 다시 붙잡으려다 관두었다. 이 건 남을 통해서가 아닌 해수에게서 직접 들어야 될 문제였다.
<2화>
이틀 치 인스턴트 음식을 사들고 걸어가던 해수의 눈길이 한 곳에서 머물렀다.
"거기서~!"
"나 잡으면 천재! 잡아 보시지!"
놀이터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두 아이의 모습이 걷고 있던 해수의 발걸음을 멎게 만든 것이다.
‘최환이!’
‘잡고 싶으면 잡아 보라니까~. 메롱~ 메롱~ 이해수는 다리가 짧아서 잡지도 못한대요~.’
‘씨이…. 너 진짜 잡히기만…! 아얏!’
‘어?! 해수야!’
‘으….’
‘괜찮아? 그러게 치마 입고 뛰지 말라니까! 봐봐 얼마나 다쳤…! 아!’
‘헤헷 잡았다! 내가 그랬지! 너 잡히면 두고보라구!’
‘이,이 치사하게!’
‘그러게 누가 놀리래? 그리구 치마입고 뛰게 만든 건 너잖아, 바보!’
‘아! 미안, 미안! 잘 못 했어! 잘 못 했다고!’
아련하게 떠오르는 옛 기억에 해수의 입 꼬리가 옅은 곡선을 띄며 올라갔다.
"그리워…."
해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해수도 이제는 인정했다. 별안간 툭 하고 나타난 환이의 존재가 그간 묻고 지내온 옛 감정을 흔들고 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려 했지만 최환이가 찾아 온 그 순간부터 해수는 자꾸만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옛 감정에 혼란을 느낄만큼 흔들렸다. 결국은 제 입에서 그립단 말이 튀어 나올 만큼.
그 때였다. 상념에 젖은 해수의 몸이 누군가에 의해 돌아 간 것은. 놀란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하아…. 찾았다."
환이였다. 환이… 환이다. 정말 너 구나….진짜 최환이네…. 이제 보니 넌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 예전 얼굴 그대로야…. 이렇게나 똑같은데 난 왜 한 번에 알아채지 못 했을까….
"…왜 그래?"
아까의 감성 때문인지 환이의 얼굴을 본 순간 해수는 왈칵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참아야했다. 시큰 해지려는 콧잔등에 애써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쟤도 변했을 거야. 쟤도 분명 떠날 거라고. 바보 같은 착각 마, 이해수.
"날, 네가 왜 찾아."
애써 감정을 다잡으며 언제 그랬냔 듯 원래의 얼굴로 돌아온 해수를 보며 환이는 속으로 안도했다. 방금 전 곧 울 것만 같던 그 얼굴보단 지금처럼 차가운게 차라리 낫다 생각 되었다.
"물어 볼 게 있어."
"묻지 마. 너한테 해줄 말 없어."
더는 너와 말 섞기 싫다는 듯 환이의 말을 차갑게 끊어내며 돌아서는 해수를 보며 환이가 소리쳤다.
"아줌마, 아저씨…!"
"…."
"혹시, 돌아 가셨어?"
그 순간 해수의 몸이 천천히 돌아섰다. 해수의 정처없이 흔들리는 눈이 환이와 마주쳤다.
"너 정말… 내 뒷조사 하고 다니는 구나."
"진짜야? 정말이야 이해수?"
믿을 수 없다는 듯 몰아치는 환이의 말에 해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머릿속에서 자꾸만 둥둥 떠올랐다.
"아니지? 이렇게 일찍 돌아 가셨을리 없잖아, 그렇지? 아니지?"
입 닫아! 그 입 닫아…!
속으로 이를 꽉 악물며 외쳤다. 아픈 기억이 가슴을 옥죄기 시작했다.
"아니라고 말 좀ㅎ…,"
"그만! 제발 그만…!”
"…."
"그게 왜 궁금한 건데…! 네가 뭔데! 너 뭐라도 돼? 갑자기 나타나선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건데! 말 했잖아 좀 꺼지라구! 나 좀 그만 괴롭히란 말이야! 제발!"
"…."
"제발 그만 해! 아악! 그만 해! 그만! 그…!”
와락-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듯 악을 쓰는 해수를 환이 참지 못하고 껴안았다. 왜 이렇게 아파해. 해수야? 이해수…! 그 동안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한테 이러지 마….이,이러지 마…."
해수를 안은 환이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아픈 해수의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 아팠다. 미처 해수를 다 헤아리지 못한 채 몰아붙힌 자신의 경솔함에 환이는 화가 났다.
"…그 때 입양 안 갔으면 너랑 가족이 됐을 수도 있었어…. 나한테 그 분들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잘 알잖아…. 그래서 너 힘든 건 미처 생각 못 했다. 미안하다, 미안해 해수야…. 미안…미안….내 생각이 짧았어."
"…."
"좋아, 아무 말 하지 마. 안 물어.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물을 게. 그냥, 내 얘기 좀 들어 줘. 넌 듣기만 해.”
환이가 애처로울 만큼 품 안에서 오돌오돌 떨어대는 해수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입양가고 나서, 거기서 학대를 받았어. 처음 입양 가서 몇 년은 맞고만 살았던 것 같아. 흔히들 또라이라고 하잖아. 의부가 그 거였거든. 돈 많은 또라이. 내가 무슨 샌드백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 봐. 화가 나도 때리고, 슬퍼도 때리고, 아파도 때리고. 아, 어쩔 땐 기분이 좋아도 맞아줘야 했어…. 가끔, 이건 아주 가끔인데 너무 아파서 쓰러진 날이면 항상 꿈에 너랑, 아줌마랑, 아저씨가 나오셨어. 환이야….하고 나를 부르면 나는 울면서 달려갔어. 보고싶었어요…. 보고싶었어…. 울면서 말 했어. 왜 나를 데려가지 않았느냐고 원망도 했었어. 너는 좋겠다, 그런 부모님이 있으니까 해수 너는 정말 좋겠다 샘도 냈어."
"…."
"근데 네가 나보다 더 아파하면 내가 뭐가 돼. 미안해서 내가 어떻게 네 앞에 나타나냐….”
환이의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남에게 눈물 보이는 것을 싫어하는 환이가 떨어지는 눈물을 손으로 투박하게 훔치며 애써 새어지는 눈물을 참으려했다. 그런 환이의 진심을 느낀건지, 그가 안쓰러워서인지 미동도 없던 해수가 품에서 빠져나와 눈가에 묻은 환이의 눈물을 한 번, 두 번, 천천히 닦아내더니 말했다.
"울지 마…."
‘울지 마’ 그 한마디를 간신히 내 뱉고는 돌아서 뛰어간다. 환이는 멀어져 가는 해수의 뒷모습을 아프게 쳐다보며 심장부근을 거칠게 움켜 쥐었다. 이러려고 온 게 아니다. 그저 나는 너와…
"하…."
그래 이쯤 했으면 됐다. 돌아 가자. 그만 하자.
< 다소니;사랑하는 사람 >
며칠 후. 정리된 짐을 환이 차에 실었다. 애초에 잠시만 있다가 떠날 곳이라 짐은 별로 없었다. 그저 생활용품과 옷가지 몇 개가 다 였다. 짐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을 다 싼 후에 전원이 꺼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간다고 하면 좋아라 하겠네.”
미리 전화라도 넣어둘까 고민했지만 어쩐지 귀찮은 마음에 그대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짐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운전석에 탄 환이의 눈에 미련이 남았다. 미련 없이 떠나려고 했는데 자꾸만 한 켠에서 ‘딱 한번만’ 이라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가면 영원히 그 아일 보지 못 할 텐데…. 마지막 한 번만, 멀리서 그 아이의 모습을 보고 오는 건 괜찮지 않을까. 환이 갈등 끝에 시동을 걸었다.
"이해수…?"
누군가의 부름에 해수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어머, 해수 맞지?"
잔뜩 멋을 낸 여자가 해수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운 얼굴로 다가 와 손을 잡을 때 까지 해수는 딱딱하게 굳은 채 믿기지 않는 얼굴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설마 했는데! 반가워~. 이게 얼마만이니?"
"…."
"왜 그래? 나 안 반가워? 응?"
해수는 혜인을 혼란스런 눈으로 쳐다봤다. 어떻게 그런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걸 수가 있지? 네가 나한테 어떤 짓을 했고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됬었는지를, 다 잊은 거니?
"아, 참! 잘 됐네. 나 지금 중학교 동창 모임 가던 중이었거든~. 너 갑자기 그렇게 사라져 버리고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연락 한번 못 했잖아, 기집애….이왕 만난 거 너도 같이 가면 되겠다. 애들도 너 보고 싶어 할 거야. 가자~가자~."
"아, 저기…!"
"괜찮아, 이 근처라 얼마 걸리지도 않아. 잠깐만 들렸다가 가. 응?"
오는 내내 어쩔 줄 모르던 해수가 모이기로 추정된 음식점 앞에 도착하자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혜인에게 붙잡힌 팔을 빼내며 실랑이를 벌였다.
"진짜 괜찮아. 너 혼자 들어 가. 나는…."
"왜 그래 너! 몇 년 만에 보는 건데. 우리 반 애들 안 궁금해? 너 자꾸 이러니까 나 서운 해 지려 해."
궁금? 할 수만 있다면 너네들 내 기억 속에서 모조리 다 지워 버리고 싶은 게 난데, 지금 그런 내 앞에서 궁금이란 소리가 나오니? 해수가 목 끝 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키던 그 때였다.
딸랑~.
"어? 혜인아 안 들어오고 뭐해? 어, 이… 해수…?"
"아, 너도 해수 기억하지? 요 앞에서 우연히 만나서 데리고 왔어."
"아…. 어, 그래…."
해수와 눈이 마주친 미진은 혜인과 달리 떨떠름한 얼굴로 해수를 훑어보았다. 해수는 마치 죄진 사람마냥 그런 미진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푹 숙였다. 벌써 몇 년전 일인데도 해수는 아직도 이들을 보면 그 때의 악몽 같은 괴롭힘이 생각 나 괴로웠다. 그런 해수가 잠시 방심한 사이 혜인이 해수를 이끌고 식당 안으로 데려갔다.
"아, 저기…!"
"어머! 애들 다 모였네!"
"꺄! 김혜인 이 기집애! 너 왜 이렇게 늦었어!"
"아하하 야, 빨랑 와서 앉아!"
"자자-. 앉기 전에 니들한테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어. 너네 해수 기억하지?"
혜인이 자신의 옆에 있는 이 여자가 해수라며 소개 하자 모두의 눈이 혜인의 옆으로 쏠렸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 난 해수의 존재에 놀란 듯 수근 거리기 시작 한다. 천천히 고개를 든 해수의 눈을 통해 한명 두명 앉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시야에 잡혀왔다. 그리고 악몽 같았던 지난 날. 해수에게 비수를 꽂던 그들의 말들…. 그 때로 돌아간 듯 그 악몽 같은 기억이 해수의 머릿 속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덜덜…. 해수의 몸이 불안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나… 갈래…."
"응?"
"가,가,갈래…. 시,싫어…. 여기 싫어…. 싫어…."
"해수야…?"
손 끝 부터 시작했던 떨림이 온몸으로 번져갔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혜인이 끝까지 해수를 놔 주지 않았다.
나쁜 기집애…. 그때나 지금이나 넌 정말이지….
갑자기 귓속이 시끄러워졌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미친듯이 귓가를 울렸다. 귀를 긁어내는 것 같은 고통에 해수가 귀를 콱 틀어막으며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러다 고막이 다 터져버릴 것만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 삐-하는 날카로운 소음 하나가 뇌를 관통하듯 가로질렀다. 해수의 머릿속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변하면서 사물의 윤곽이 꿈틀대며 흐려졌다. 해수가 정신을 못 차리며 숨을 헐떡였다.
"싫어…싫어…!"
살려 줘…. 저 좀 살려 주세요….
옆에서 혜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힌다. 알 수 없는 다수의 웅성이 점점 커지는 게 어렴풋이 느껴지는 순간, 해수의 몸이 붕 뜨는 기분과 동시에 누군가에 의해 들어올려졌다. 어디선가 나온 따듯하고 정겨운 향이 해수의 코 속으로 파고 든 건 그 즈음이였다.
"괜찮아, 해수야."
'괜찮아, 해수야.'
그 순간, 암흑이 걷혔다…. 거짓말 처럼 해수의 떨림이 멈추고 고통이 밀물처럼 쓸려나갔다. 해수의 입에서 깊은 숨이 터져 나왔다. 혼절한 사람처럼 축 늘어진 채 상대의 가슴팍에 더 깊숙이 얼굴을 묻는다. 뚝….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 다소니;사랑하는 사람 >
"뭐라도 마실래?"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해수에게 환이가 물었다. 스르륵 해수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긴 침묵 이후 해수가 입을 열었다.
"거짓말 이었어. 너 보면 아무 감흥도 없다느니 옛날일 다 잊었다느니 한 거 다 거짓말이었어."
"…."
"괴로운 만큼 반가웠어. 널 보면 옛날 추억 생각나서 설레기도 하고 그래…. 그런데 내가 지금은, 지금은 내가…."
말을 잇던 해수가 입술을 깨물며 잠시 말을 끊었다.
"봤잖아. 나 정상 아닌 거."
"나도 정상은 아니야."
"장난 아니야! 너 봤으니까 알잖아. 나 환자야, 병신이라구!"
그녀가 가슴을 툭툭치며 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너무 망가져 버려서 나 솔직히 정상적인 사회 생활도 어려워…. 내가 아니라 네가 힘들 수 있어. 나랑 친하게 지내는 거 후회할 지도 모르는데? 네 기억 속에 있는 항상 밝았던 이해수는 없는데 근데도, 그런데도 괜찮아…?"
스스로를 병신이라 칭하며 울먹이는 해수가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자 환이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무엇이 해수를 이토록 아픈 지옥으로 몰았을까. 환이 조수석 수납장에서 티슈 몇 장을 뽑아 들어 해수의 눈가에 매달린 눈물을 꼭꼭 눌러 닦는다.
"하여튼 여자들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탈 이야. 오해하지 마. 나는 너한테 무언 갈 바라고 온 게 아니야. 내 기억 속 작은 해수이길 바란 적도 없어. 너 누구야?"
"…이해수…."
"그래 너 이해수. 그냥 이해수이기만 하면 돼. 네가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그딴 거 바라지 않는다고. 어릴 때랑 좀 다르면 어떠냐? 사람은 누구나 다 변해. 변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나 봐. 나 엄청 근사하게 변했지 않냐?"
진지한 분위기를 풀려 환이 장난스런 농담을 건넸지만 그런 환이의 노력이 무색하리 만큼 해수는 반응이 없었다. 단지 그런 환이를 빤히 쳐다볼 뿐이다. 때문에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안 웃네. 웃으라 한 말 인데…. 라고 민망스레 중얼거려야 했다.
"…똑같네."
대신, 누그러진 웃음기가 해수의 눈가에 매달렸다.
"어?"
"여전히 너는…."
"난?"
"…."
"나는?"
"몰라, 묻지 마."
"야, 나 궁금한 거 못 참는 거 몰라? 나는 어떤데."
"못생겼어. 여전히 못 생겼다구! 됐지?"
무언가 말을 하려다 도로 입을 다물며, 보였던 눈물이 민망한지 괜시리 고개를 홱 돌리는 해수의 모습에 환이 피싯, 웃으며 머리 칼을 흐트려놓는다.
"이해수."
"…응."
"너는 더 예뻐."
"…."
"내가 상상 해 왔던 것 보다, 더."
< 연재를 접었다 다시 시작하는 거라 일단 기본 분량은 확보 되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쁩니다! 업뎃 속도가 빠르겠쬬?ㅎ
버리기 아까워 다시 잡았으니 아마 빠른 완결을 맛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 해 봅니다.
3화도 곧 올릴게요. 업뎃 원하시면 댓글에 달아주세요! >
첫댓글 재미있어요!
3화가 나왔어요~. 댓글 감사합니당 하트.
다음회 기대되요!
노인은 누군가요?, 해수가 처음
으로 예쁘다는 말을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