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일이 그래서 그런지 내게 찾아오는 손님 99.999%가 여자다
어쩌다 아이 손을 잡고 들어서는 아버지 손님도 있겠으나 원활하지 못한
성격 탓에 남자 손님만 보면 덜컥! 얼굴이 붉어져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곤 했는데
그것도 한 5년이 지나고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그나마 이젠 수월하게 맞이하곤 한다
그러나 여전히 눈은 마주치지 못한 채 .. . 왜 그럴까 .. . 자신에게 되물어 보곤 하지만
나도 미지수다. 왜 그런 걸까??? 알 수 없어라
어쨌거나 가게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손님들을 만날 수 있다
주로 새댁들이 황홀한 눈빛으로 지아비의 옷을 뜨겠노라고
왕 초보의 명함을 들고 와서 더러는 상의를 가지고와서 거기에 맞는 치수로
또 더러는 시집을 오고 보니 낯선 곳이라 갈데없어 무료함을 달래러 오곤 한다
그 중 한 젊은 새댁의 이야기를 할까 한다
그녀는 유아교육과를 전공 유치원을 다니면서 나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가게 오픈 하던 그해였던 걸로 기억하니까 오륙년 되어가는 그녀는 눈이 아주 커서
쳐다보고 있으면 풍덩 빠질 것 같은 하얀 얼굴의 그녀는 북한 주석 김정일 배우자랑 이름이 같다
첫해 오고는 한동안 소식이 없더니 어느 날엔가 결혼했다면서 잠시 다녀가고
그리고 올해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안고 내게로 왔다
현재 그녀의 직업은 사회 복지 사.
기관 산하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자칭 <할매 똥치는 일>이 자신의 업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녀는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고웁다
어느 날엔가 당직을 했다면서 내 곁에서 하루를 머물다 가게 되었는데
점심때쯤 한통의 전화를 받더니 그 큰 눈으로 뚝뚝 우박 같은 눈물을 떨구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내 마음이 왜 그렇게 아프던지
이 고운사람 누가 눈물 떨구게 했나 하는 생각에 ....
-우짜노 .우짜노 ..
............................
말인즉슨 수련기간 동안 어느 기관에서 일할 때 할머니 한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의 운명이 들어보니 기가 막힌지라,
스물여섯에 남편 죽고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 등허리 휘어지도록 살면서 키워 놨더니
아들은 광주항쟁으로 잃고 마지막 남은 딸 시집보내 놨더니 사위한테 맞아 죽었단다 ...
나이는 들고 갈데없는 그녀가 흘러 흘러 그곳에 오게 되어
이 예쁜 복지사를 만나 어머니처럼 딸처럼 한동안 보내게 되었는데 수련기간이 지나고도
가끔 들러 할머니께 우유도 사다 드리고 이야기도 듣다가 오곤 했단다
지금도 한달에 한번은 꼭 다녀온다는 그녀에게 오늘 그 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것
버스 정류장에 나가 행여나 오는가 싶어 기다리다 전화를 넣었다면서
전화를 받자마자 보고 싶다고 우시더라 면서 ... 우짜노 ...우리 할매 얼마나 외로우셨으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하지도 않는 전화를 다 했을까 ...그러면서 펑펑 우는 그녀에게
나는 감동과 고마움과 아픔...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안고서 가만히 지켜 볼 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다음 달에 하루 모셔와야겠다는 말에 그러면 그때 꼭 여기 들러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도 혼자라 적적하니 그 할머니 동무삼아 엄마처럼 딸처럼 지내게 다리를 놓아 달라
하면서 그래도 00 씨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는 한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하면서 훈훈한 바람도 맛보게 된 그날은 아주 소중한 감정으로 하루를 보냈던 날이었다
첫댓글 훈훈한 정에 감동스런 이야기 가을천님의 엄마의 방 오래 계속되기를...
사람을 섬기는 일이 하늘을 섬기는 일이라는 말이 잠시 생각 납니다. 사람이 그리워 글을 쓰겠다고 하면서도 늘 몸과 마음이 같은곳에 있지 않습니다. 따스한 이야기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세상이 아무리 요지경이라지만 아직은 세상은 살아볼만한 곳이라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
가을천님, 엄마의 방에서 따뜻한 마음 만나 여유롭게 편히 놀다 갑니다 두번째 이야기 기대할게요^^*
우와~!! 정말 짠~한 글이네요.. 좋습니다..
우짜노 우짜노 이래 존 사람이 넘 멀리 있어서......요. 엄마의 방이 따뜻한 화롯가처럼 훈훈하네요.
저도 엄마의 방 두번째 이야기 기대~ 기대 합니다......^^
가을천님의 여유로운 배려의 깊은 마음이 느껴지며 이야기 감사드립니다.